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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소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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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소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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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26g | 148*210*15mm
ISBN13 9791165700652
ISBN10 116570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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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8인의 작가, 재난을 말하다] 자연재해부터 인간이 만든 사회적 재난까지, 여덟 편의 소설로 재난의 시대를 읽는다. 책을 통해 작가들은 우리가 함께 맞이한 재난 앞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기억과 공감의 가치를 되새기며, 거기에서부터 더 나은 내일과 희망이 시작될 것임을 이야기한다.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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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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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노래를 부르며 울거나 강을 따라 줄지어 이 도시를 떠나는 행렬에 동참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나중엔 정말 눈물도 안 나오더군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늘 마지막에는 신나는 재즈를 연주하며 깔깔거리고 웃습니다. 웃으며 보내는 거죠. 그러나 그때는 아무도 신나는 재즈를 연주하지 않았답니다.
--- p.27, 강영숙 「재해지역투어버스」

정작 돼지머리 국밥을 먹을 때는 괜찮았는데 뒤늦게야 욕지기가 치밀었다. 바로 전날 돼지 천오백 마리를 구덩이 속에 파묻고 아무렇지 않게 돼지머리 국밥을 먹다니…….
--- p.51, 김숨 「구덩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거는 심정으로 나는 틈 사이로 나온 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손에, 틈 사이로 내민 손에 있는 힘껏 깍지를 꼈다. 깍지 낀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로 시간이 얽혔다. 앞으로 없을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잡은 손을 당겼다.
--- p.99, 임성순 「몰:mall:沒」

세상은 참으로 빨리도 그 일을 잊어버리고 없던 일로 덮어 두자 했다. 점심시간에 누군가가 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가 “지겹지도 않냐.”라는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을 때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 p.130, 최은영 「미카엘라」

하나는 18년을 살았다. 도로 창문을 닫으면서 나는 문득 그것을 깨달았다. 하나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하나가 아는 세상이란 18년의 세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그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을, 마치 가을 한철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귀뚜라미처럼…….
--- p.157, 조해진 「하나의 숨」

병원에 가면 된다고 말하는 수연은 완강했다. 그녀는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방 위에 서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주무르며 괜찮다고 말했다. 나으면 되지. 나을 수 있어. 수연이 내 손을 꼭 쥐었다.
--- p.191, 강화길 「방」

우를 짓이기거나 밟지 않고, 놈은 등을 돌려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지친 걸음이었고 무거운 걸음이었다.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지만 멀어지는 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는 자신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의 삶이었다. 서서히 멀어지는 놈을 보며 우는 울고 또 울었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울음이었다. 우는 감사한 마음이었고 또 그만큼 놈의 고기가 절실히 필요했다.
--- pp.226~227, 박민규 「슬(膝)」

엄마는 알고 싶다고 했다. 우주를. 돌덩이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지구는 왜 여기 있어서 그것과 부딪혀야 하는지를. 우리가 죽는다면 왜 죽는지 그 이유를.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모른다는 말은 정직한 말이지만 최선은 아니다. 거짓말쟁이가 되더라도 엄마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 p.244, 최진영 「어느 날(feat.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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