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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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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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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1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76g | 135*195*17mm
ISBN13 9791160404807
ISBN10 116040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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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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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대문을 들어서면서 나는 시골과 다른 그 집의 풍경 앞에서 좀 망연한 기분이었다. 저 많은 방들 중에 내가 들어갈 방이 어디인가, 일별할 시간이 좀 필요했다. 방은 이미 나보다 먼저 광주로 나온 언니가 살고 있는 방이었다. 그러니까, 그 방은 이제부터 10년이 넘는 기나긴 기간 동안 내가 떠돌 무수한 방, 집이 아니라, 방들 중 첫 번째 방이었던 것이다. 그 집은 내가 나중에 본 주말드라마 〈아들과 딸〉에 나왔던 집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우리들의 자췻집들은 다 비슷한가, 하는 것이었다.
--- p.48

무슨 일이 일어나서 무서운가? 인생이 무서운 것은 무슨 일이 반드시, 기필코 일어나서인 게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20년 만에 그곳, 복도가 기린처럼 긴 집에 가보고서 알았다. 20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도 인생이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 p.69

순하디순한 전라도 엄마들 말은 말이 아니라 꽃 같았다. 채송화나 봉숭아 같았다. 애기들한테 아가라고 부르면서도 곧잘 높임말 비슷하게 하신가체를 썼다. 뭐뭐 허신가아, 울애기 추우신가, 더우신가. 또 뒷말에 뭐뭐 ‘하소와’라고 했다. 학교 파허고 핑 오소와. 집안일이 바쁘니 학교 끝나면 빨리 오라는 뜻이다. 예전에 나는 이 세상의 엄마들은 다 우리 엄마(들)처럼 말하는 줄 알았다. 흙 묻은 머릿수건을 급하게 벗으며, 오메 울 애기 배고파서 기함 드시겄네에, 급하게 젖을 물리던 엄마들만 봐와서인지는 몰라도 전라도 말을 쓰지 않는 엄마들한테는 왠지 정이 안 갔다. 그렇게 정이 담뿍 든 말을 쓰는 전라도 엄마들은 아이들을 ‘애기’라고 불렀다. 크든 작든, 모든 아이들한테, 내 아이뿐 아니라 모르는 아이한테도, 그 자식들이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 되었어도 전라도 엄마들은 아가, 라고 했다. 자식이 마흔 살, 쉰 살, 환갑이 지나도 팔순, 구순 엄마들은 다 늙은 자식한테, 악아, 어디 갔다 인자 오신가아, 당신들의 손으로 자식의 찬 손을 비비고 뺨을 비빈다. 오메오메, 이것이 먼 일이당가, 손도 차고 뺨도 차네, 얼릉 들어소와, 얼릉 들와.
--- p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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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수십 년간 집에 살면서도, 어디에도 없는 내 집을 그리워해온 작가의 시간을 따라가는 동안, 이제껏 나를 키운 ‘불편하고 부끄러웠던’ 집들이 모조리 애틋해졌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속에 튼튼한 집 한 채가 생긴 기분이다. 그 집은 춥지도 덥지도 않다. ‘항시’ 봄날처럼 따뜻하다.
- 김신회 (에세이스트)
공선옥, 우리의 공선옥, 웅크려서 커다랗고,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보적인 이름. 그 앞에서 나는 이번에도 또 속절없이 마음의 바닥까지 모두 쏟는다. 집이 사람을 짓고 시간이 사람을 흐르게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그 압도적인 의미를, 공선옥이 한 생애를 녹여 쓴 글로 건네받는 이 귀함이 믿기지 않아 자꾸만 자꾸만 다시 읽었다.
- 김혼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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