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당대의 소피스트들과 달리 가르침의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 그는 아고라에서 무심하게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그의 질문은 관습과 상식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켰다. 몸에서 비롯하는 모든 욕구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소크라테스는 몸을 단련함으로써 자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여겼다. 그가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매일같이 들렀던 곳은 공공 체육관인 ‘김나시온’과 레슬링 연습장 ‘팔라이스트라’다.
---p.19

그리스 남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시간을 김나시온과 팔라이스트라에서 보냈다. 대개 두 곳은 서로 가까이에 있었다. 김나시온은 도시에서 운영하는 체육 시설로 둘레가 360미터 정도 되는 안뜰이 있었다. 이 공간에서는 주로 원반던지기와 창던지기 등을 연습했다.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트랙이 있었으며, 공간마다 헤라클레스와 에로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의 조각상과 제단으로 장식됐다. (중략) 로스앤젤레스의 베니스 해변에 있는 ‘머슬비치’는 여러 면에서 김나시온을 떠올린다. 체조 시설과 웨이트 기구들이 조성된 머슬비치는 1970년대 세계적인 보디빌더들이 즐겨 찾는 훈련장이었다. 올리버 색스는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 파워리프팅에 빠져 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그는 당시 머슬비치에서 다양한 이력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즐겼다. 그곳에서 올리버 색스는 프론트스쿼트로 260킬로그램을 들어 올리며 ‘스쿼트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그의 체중을 감안해도 놀라운 기록이다.
---pp.102~104

어느 날 평소 자주 다니던 김나시온인 아카데미아에서 리케이온으로 걸어가고 있던 소크라테스를 청년 히포탈레스가 불러 세운다. 그는 최근에 새로 지어진 레슬링 체육관(팔라이스트라)에서 다른 청년들과 함께 운동과 토론을 즐기고 있던 중이었는데, 소크라테스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그는 이곳에 와 볼 만한 일이 있다며 솔깃한 제안을 한다. “여기 있는 저희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주 많은 멋있는 사람들도 여기서 시간을 보냅니다.” 히포탈레스는 자신이 연모하던 소년(리시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 달려고 부탁한다. 『향연』과 『파이드로스』 등에서도 보여 주듯 사랑은 그가 큰 관심을 갖고 열렬히 탐구한 주제였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는 그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대화해야 하는지 몸소 시범을 보여 준다. 이 장면은 플라톤의 『리시스』에 등장한다. 말하자면 체육관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가장 ‘힙’한 공간이었으며, 철학자는 본질적인 동시에 ‘핫’한 주제들에 대한 토론을 회피하지 않았다.
---pp.249~250

플라톤은 건강과 질병에 대해서도 철학적 입장을 견지한다. 먼저 그는 질병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를 정리하면, ① 몸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인 흙과 불, 물, 공기의 적정 비율이 깨지는 것 ② 뼈와 살과 힘줄 등의 생성 과정이 역행하는 것 ③ 호흡과 점액, 담즙 그리고 열에 의해 발생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의술과 약물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할 수단이라고 말한다. 최선의 방법은 바로 체력 단련이다. 그는 건강하고 질병 없이 살기 위해서는 영혼과 육체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즉, 플라톤이 말하는 건강이란 심신의 조화다.

<b>정재승 강력 추천! <br/><br/>“몸과 운동이라는 망원경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을 <br/>섬세히 들여다본 흥미로운 관찰기”<br/><br/>“이 책이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 신화 사이에 꽂혀 있을 때, <br/>당신의 책장 속 ‘그리스 코너’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b><br/><br/>우리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나 슈퍼 히어로 영화 속에서 오디세우스와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같은 고대 그리스 영웅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현대에 다시 부활한 이들 그리스 영웅의 모습에 주목한 이 책은 ‘신체 단련’이 지닌 미덕을 탐구하는데, 그 소재가 남다르다.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과 역사다. 저자는 여기에 문학, 역사, 심리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더하며 신체 단련에 관한 사색을 흥미롭게 풀어 나간다. 단순히 운동 지상주의나 외모 가꾸기를 주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운동을 개인의 품성과 인격, 삶의 태도, 철학을 단련하는 수단이자 공동체를 형성하는 활동으로 바라보는 이 책은 우리가 그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선사한다.<br/><br/><b>고대 그리스 청년들의 가장 ‘힙’한 헬스클럽, 김나시온</b><br/><br/>고대의 헬스클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기원전 5세기경, 델로스 동맹의 맹주가 된 아테네는 아이들의 초등교육이 끝날 무렵인 14~16세부터 체력 단련 수업에 많은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18세에 군 복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었는데, 이때 청소년들이 체력 단련을 하던 시설이 ‘김나시온Gymnasion’이라는 체육관이었다. 플라톤의 『향연』에는 김나시온의 일종인 사설 체육관 ‘팔라이스트라’에서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가 함께 레슬링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소크라테스는 김나시온을 찾아다니며 청년들과 대화하고 본질적인 주제에 대해 토론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김나시온에서는 레슬링뿐 아니라 격투기와 멀리뛰기, 복싱 훈련을 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이곳은 당대의 청년들에게 가장 ‘힙’한 공간이자, 가장 ‘핫’한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셈이다.<br/><br/><b>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지적인 놀이 방법<br/>: 운동을 통해 영웅의 서사를 경험하는 것</b><br/><br/>저자는 “운동은 영웅의 여정을 재현하는 작은 의식”이라고 말한다. 고대의 영웅들이 신의 뜻이나 운명에 의해서 위험한 모험을 감행했다면, 오늘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역동적이고 압축적인 영웅 서사를 경험한다.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집↔회사’라는 정해진 루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내·외부의 많은 시련과 갈등을 이겨 내고 그날치의 운동을 끝마쳤을 때, 우리는 괴물을 퇴치한 영웅처럼 내 안의 무기력과 권태를 물리치게 된다.<br/><br/><b>건강과 다이어트 너머, 인생 목표를 찾아서<br/>: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배우는 지혜</b><br/><br/>단순히 건강해지기 위해서,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 할 때 우리는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운동의 최고 가치로 ‘잠재력의 발현’을 꼽으며, 운동을 통해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br/><br/>“유명 트레이너나 피트니스 모델 중에는 운동을 시작한 동기가 비만이나 디스크 등의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은 변화를 통해 숨어 있던 잠재력의 발현을 경험했고, 건강과 다이어트 너머에 있는 인생의 목표Telos를 새롭게 설정했다. 형식과 디자인은 내용을 배신하지 않는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말을 빌리면 운동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상태’가 될 수 있다.”(137쪽) <br/><br/>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숱하게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은 자신의 내?외부를 균형 있게 단련하기 위한 교양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경험하고 극복해 본 사람은 “자신감뿐 아니라 잠재력에 대한 깊은 신뢰와 겸손을 아우르는 품위가 배어 나오기”(11쪽) 때문이다.<br/><br/><b>웨이트 트레이닝을 사랑한 인문 스토리텔러 <br/>현상필의 고정관념을 깨는 유쾌한 글쓰기!</b><br/><br/>김나시온에서 운동하던 소크라테스의 모습에서 파워리프팅에 열중하던 올리버 색스를 오버랩하는 저자 현상필은 이렇듯 고대와 현대를 종횡무진하며 독자들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주는 인문 스토리텔러다. 스스로 ‘운동 덕후’라 부를 만큼 다양한 운동 이력을 보유한 그는 중국 전통 무술 우슈, 크로스핏, 복싱을 배우고 웨이트 트레이너로 일한 경험을 통해 고전 문헌 속에 박제된 지식에만 갇히지 않은 새로운 지식을 제안한다. 운동보다 골방 독서를 더 좋아하거나 맹목적인 운동 지상주의에 공허함을 느끼는 독자라면,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학과 사상에서 운동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죽비로 얻어맞는 각성의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우리는 서양철학의 정신적 기틀을 마련한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나와 타자를 인식하고,
이 세상을 온전히 이해해 진리에 다가가려 했는가에 대해서는 종종 배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몸을 대하고 운동을 했는지, 어떻게 스포츠를 즐기고 군사훈련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배운 바가 없다. 다시 말해, 2천 년 전 그들의 ‘뇌’에 대해서는 관심이 깊었지만, 몸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무지했던 것이다.
이 책은 ‘몸과 운동’이라는 망원경으로 고대 그리스인들과 신화 속 인물들을 섬세히 들여다본 흥미로운 관찰기다. 그들이 몸을 대하는 태도 속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뒤늦은 통찰들을 새삼 발견한다.
이 책이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 신화 사이에 꽂혀 있을 때, 당신의 책장 속 ‘그리스 코너’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