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낙연쌤의 글을 “그저 한두 마디 촌철살인의 단답으로 국민들에게 오직 진실만을 호소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의장은 “그는 손기정 옹이 별세하셨을 때 ‘42.195킬로미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린 사나이가 이제 저희에게 한 걸음도 오시지 못합니다’라고 논평하며 온 국민의 슬픔을 대신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대선 전, 날마다 국회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했을 때는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을 가라’며 의연히 대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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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의 머릿속이나 수첩 속 ‘글씨’는 끊임없이 기름진 자양분을 공급받았다. 그는 국정 운영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을 보고받고, 쉴 새 없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것들을 보고 듣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도 접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이 거름이 되어 글의 싹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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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는 아는 것만 이야기한다. 어린아이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묻는다. 총리는 연설문을 쓸 때 석학과 전문가들 앞에서 어설프게 아는 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린이처럼 “모르겠으니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글을 써라. 쌤의 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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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은 빈말을 할 줄 모른다. 모자란 말도 싫어했지만 넘치는 말도 경계한다. 마음에 없으면 말이나 글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눌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은 말과 글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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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은 글의 지루한 흐름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스토리텔링의 효율을 높여준다. 기승전결은 닫힌 구조가 아니라 열린 구조다. 선봉장과 중군장, 매복장, 후군장은 언제라도 자리를 바꿀 수 있다. 어떤 장군을 어느 자리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갈리는 것처럼 글쓰기에서도 기승전결을 어떻게 꾸미는지에 따라 잘 쓴 글과 못 쓴 글이 가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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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은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입니다. 청중의 마음을 읽고 그 흐름과 함께 흘러야 합니다. 가르치려 하지 마세요. 행사에 초대받은 분들은 박수칠 준비를 하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런 분들이 저절로 머리를 끄덕이고, 박수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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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은 각 문단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화차에는 한 품목의 물건만 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처칠의 글쓰기 원칙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쌤은 “한 문단에 여러 개의 메시지를 넣으면 글의 힘이 떨어집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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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덩어리와 덩어리 간 연결이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면 “무 따로, 감자 따로, 파 따로 노는 찌개 같은 글”이라고 말했다. 덩어리끼리 따로 노는 글을 “끓이지 않은 된장찌개 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글을 잘 쓰려면 먼저 글을 구성하는 각 덩어리 들을 알차게 만들어야 한다. 덩어리들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글맛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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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나 관념어로 채워진 글은 감동이 떨어져요. 읽을 순간에는 그럴듯하지만 막상 남는 게 없어요. 사건과 사실을 중심으로 글을 쓰세요. 수식어나 관념어는 사실을 연결하는 매개 정도로만 사용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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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은 입버릇처럼 “멋 부리지 마세요.”, “꾸미지 마세요.”, “아는 체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희로애락을 표현할 때도 감정에 휘둘리는 것을 경계했다. 글 쓰는 사람 혼자서 흥분하는 꼴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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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은 자주 “틀을 한 번 깨 보세요. 왜 자꾸 틀 속으로 들어가려고만 합니까?”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어쩌다 틀을 벗어나 보려고 하면 “기본을 갖추지 못했어요.”라고 지적하고는 했다. 결국 쌤도 글쓰기엔 법이 있어도 안 되고, 법이 없어도 안 된다는 말을 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