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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524g | 141*210*24mm
ISBN13 9788954680387
ISBN10 895468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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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에서든 직장에서든 아이의 존재를 숨기는 것의 위력을 새삼 깨닫는다. 남자는 아들과 온종일 낚시했다고 말할 수 있어도 엄마는 애를 병원에 데려가느라 점심시간을 넘겼다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대체로 더 낫다. 아이 덕에 남자는 영웅 소리를 듣지만 여자는 변변찮은 직원으로 전락한다.
--- p.21

회사에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 나란히 앉아서 일했다. 인사, 회계, 감사, IT 부서에 포진한 그들은 우리의 위와 아래에 있었다. 그런 남자들과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했다. (중략)
물론 좋은 남자도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들은 우리의 농담에 웃었고, 기안을 작성할 때 우리에게 조언을 구했고, 우리가 엄마라는 사실을 핸디캡으로 여기지 않았고, 시간 집약적인 직업을 가진 아내가 있었고, 절반의 집안일을 소화했고, 행복한 결혼생활중이거나 게이였다. 그들은 여자 배우 주연의 리메이크 영화에 대한 불평으로 회의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출산휴가중인 우리한테 이번 딱 한 번만이라며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그러나 좋은 남자조차도―그런 남자일수록 더욱―선이 안 보이는 척했다.
--- pp.88~89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지만, 우리가 하려던 말은 건물에 불이 났는데 그저 “불이야!” 하고 속삭이고만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머리 위로 연기가 솟구치는데 책상에 가만히 앉아 부지런히 업무를 보면서 오타나 확인할 사람은 없다. 동료에게 방해되지 않게 숨죽인 목소리로 살짝 “살려주세요”라고 외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린 왜 그랬을까?
쉿,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데…… 밖으로 새면 안 되는 말인데…… 아직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 건데…… 너랑 나랑 둘만 알고 있어야 하는 건데……
어쩌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지인은 가까스로 대피했을지도 모른다. 지인의 가장 가까운 지인도, 또 그 지인의 지인도, 또 그 지인의 지인의 지인도. 하지만 귓속말은 퍼지는 데 한계가 있다. 그게 귓속말의 목적이니까. 모두가 듣지는 못하게 하는 것.
쉿, 건물이 불타고 있어.
--- p.265

에임스 같은 이들은 언제나 정장을 입은 따분한 가정주부가 할일이 없어서 회사 전화로 소문이나 퍼뜨리는 장면을 연상하도록 유도했다. 우리가 과민반응하는 거라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거라고. 히스테리라는 말마저도 ‘자궁’이라는 뜻의 라틴어 ‘히스테리쿠스’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실로 엄청난 시간과 단어가 여자를 불신하는 기술에 동원되었다. ‘나대다’ ‘성마르다’ ‘재촉하다’ ‘드세다’ 같은 단어가 선택적 난청을 정당화하기 위한 미묘한 핑계로 활용되었다.
--- p.278

우리는 회사의 남자들과 같은 대우를 원했다. 이유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는 이유와 같았다. 삶이 더 편해지니까.
--- p.311

실패는 우리에게 사치였다. 각자의 실패는 우리만큼이나 서로 얽히고설켜 모두의 운명을 단단히 옭아맸다. 여성 감독의 영화가 흥행에서 참패하면 아무도 ‘여자’ 영화는 보지 않았고, 여성 CEO가 이끄는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면 모든 여자가 경영에 소질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으며, 누구 한 명이 무고로 걸리면 우리 모두가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우리의 실패는 우리의 염색체 탓이었다. 주식시장의 하락이나 홍보 전략의 실패나 그저 운이 나빴던 탓이 아니었다.
--- p.434

우리는 오랫동안 이 문제의 본질을 알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여자라는 사실 자체가 핸디캡이었고 그걸 만회해보고자 우리는 딱 맞는 해결책으로써 여성성을 지우려고 무던히 애써왔다. (중략) 성희롱은 여자한테만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믿거나 말거나지만,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인정하면 우리가 여자라는 사실이 문제가 되니까. 그러니 이제 와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단서이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는 문제삼을 것이다.
--- p.4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불가사의할 정도로 적절한 시기에 나온 이 소설은 도발적이고 충격적이며 깜짝 놀랄 만큼 재밌다. 부엌칼만큼이나 뾰족하고 그보다 더 날카롭다. 나는 공포에 질려서,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고, 다시 한번 읽을 것이다.
- A. J. 핀 (소설가, 『우먼 인 윈도』)
오늘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지극히 날카로운 통찰이 가득하다. 시스터후드를 응원하게 만드는 위트 있고 시의적절한 이야기.
- 리브 콘스탄틴 (소설가, 『마지막 패리시 부인』)
직장에서 여성이 견뎌야 하는 것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이자, 속도감 빠른 추리소설이자, 법이 당신의 편이 아닐 때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에 대한 흡인력 있는 스릴러. 상사가 당신에게 윙크 이상의 행동을 한 적 있거나, 전화로 회의를 하면서 유축한 경험이 있거나, 남자 동료가 당신이 한 일을 가로챈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 미란다 베벌리-위트모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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