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아.”
“지현아.”
“저기, 지현이가 정신을 잃었나 봐요. 고개를 처박고 떠내려가요.”
임현주가 함께 떠내려가는 몇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며 그들에게 아래쪽의 백사장 쪽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사람들을 유도하다가, 다급하게 지현을 계속 부르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현이 고개를 쳐 박은 채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지현아, 정신 차려.”
임현주가 외치면서 그녀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헤엄쳐 갔다.
얼마후 그의 손이 그녀의 구명조끼에 닺았다. 그의 손이 그녀가 입은 구명조끼의 목덜미 부분을 움켜쥐었다.
임현주가 물 속에 쳐 박힌 그녀의 얼굴을 위로 들치고 얼굴을 흔들어 만지며 말했다.
“지현아, 지현아,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임현주는 떠밀려오는 강한 물살을 헤치며 옆으로, 옆으로 나아갔다. 빨리 강변 언덕 쪽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호흡이 멈춰 있다면 너무 시간이 지나면 생명이 돌아온다 하여도 뇌에 치명적이다.
‘아아, 지현아. 제발 숨은 쉬고 있어다오. 나는 네 모습을 때때로 볼 수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란다. 지현아 제발, 제발.’
물살이 빨랐기에 너무 떠내려 온 까닭에, 조금 전에 보였던 백사장이 지나쳐버렸다. 돌벼랑 계곡이 지나고 다시금 자그마한 백사장이 보였다. 지현의 상체를 한 손으로 감고서 그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헤엄쳐갔다. 얼마를 그렇게 했는지 발에 강바닥이 닿는 것 같았다. 지현을 안고 물 밖으로 나온 그는 그녀를 바르게 눕히고 헬멧과 구명조끼를 벗기고 안구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완전히 풀리지는 안았다. 그러나 맥박이 없고 숨이 없다. 인공 심폐(心肺)소생술을 시작했다. 그녀의 오른쪽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갈비뼈 가운데에 자리한 흉골(胸骨)의 아래쪽 위에 양 손을 겹쳐 모아 팔꿈치를 편 채로 힘차게 숫자를 세면서 순간적으로 있는 힘을 다해 눌렀다놓기를 반복했다. 지현의 목덜미 쪽에서 조금씩 붉은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 두울, 셋, …… 열다섯, 입으로 불어넣고, 2초 쉬고, 또 입으로 불어넣고, 다시 하나, 두울, 셋 …… 열다섯, 입으로 불어넣고, ……”
그는 시간이 한없이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인공심폐소생술만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정신 들여 한다면 얼마나 시간이 간다하여도 하늘이 이렇게 간절히 간구하는 가여운 한 남자를 한 여자로부터 무정하게 갈라놓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지현아, 내가 이 미련한 인공심폐소생술을 그만두고 차라리 너를 껴안고 흔들면 깨어나 줄래? 제발 숨쉬고 말 좀 해주라. 그동안 네가 나를 이유 없이 외면한 잘못을 모두 용서할 테니까.’
임현주는 자신의 한쪽 무릎 아래에 놓인 자그마한 돌에 자신의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세상 모든 생물이 다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이나, 지금 이 불쌍하고 가여운 처지에는 단 한번만이라도 있어준다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는 오직 단 하나의 호흡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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