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들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기를 죽이고, 소외시키고, 지적 호기심의 의욕을 꺾어 놓았던가? 마치 자기들끼리만 통용되는 암호라도 말하듯 그렇게 생소한 용어들을, 학술 논문이 아닌 일반 도서에서 그냥 생경하게 쓰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오역까지 겹치면 글의 모호함은 극에 달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이론은 이 모호함의 안개 속에 갇혀 완전히 구름잡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독자는, 특히 젊은 독자들은 권위 있는 대학의 권위있는 교수의 글이니, 글이 잘못됐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고, 문제는 자신에게 있으며, 따라서 인내심을 가지고 독서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끝내 글이 이해가 안되더라도 최소한 어려운 책을 읽는다는 성취감이 어떤 고급 문화와 접촉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기 때문에 응분의 만족감을 준다. 이것이 어려운 이론서를 쉽게 베스트셀러로 만들거나, 정확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극도의 모호한 문체를 즐겨 사용했던 한 문학평론가를 1백 년만에 한 번 나올까말까하는 천재로 만들어 놓은 비밀이다. (<역자후기>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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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상적인 것과 같지 않은 다른 모든 것을 비정상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정상은 기본항이고, 정상적인 것은 너무나 분명한 것 -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언제나 쉽게 구별이 되고 시대를 초월하여 언제나 똑같은 것이라고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훑어 본 뒤 푸코는 이 모든 가설에 도전장을 냈다. 광기, 질병, 변태에 대한 정의가 시대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었다.
--- p.19-20
비정상적 인간들을 추방했지만 그들이 우리 문화에서 덜 중요하게 된 건 아니다. 정상인은 비정상과의 비교 속에서만 규정되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실상 비정상을 통해서 정상을 규정한다. 비정상을 통해서만 우리는 정상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비록 비정상이 추방되고 숨겨졌지만, 그외의 나머지 사라들, 다시 말해서 정상인들은 끊임없이 그리고 강박적으로 비정상인들을 연구하고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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