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그는 눈에 띌 만큼 잘생긴 젊은이로서 머리도 좋고 활력이 넘쳤으며 하는 일마다 탁월했다. 앤도 특출나게 어여쁜 외양에 온유하고 겸손하며 훌륭한 취향과 감성을 소유한 아가씨였다. 둘 중 한 사람이 실제의 반만큼만 매력이 있었다 해도 충분했을 상황이었다. 그에게는 달리 할 일이 없었고, 그녀에게는 사랑할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에게 그처럼 뛰어난 점이 많았으니 그 만남이 실패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점차 상대방을 알아 나갔고, 동시에 빠른 속도로, 그리고 깊게 사랑에 빠졌다. 그에게서 사랑의 고백과 청혼을 받은 그녀와, 자신의 고백과 청혼이 그녀에 의해 받아들여진 그, 그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완벽하게 훌륭한 배필을 만났다고 여겼는지, 더 큰 행복을 느꼈는지를 말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p.41~42
“네가 켈린치의 여주인, 미래의 레이디 엘리엇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네가 사랑스러운 네 어머니의 대를 이어 그녀가 누리던 모든 권한과 모든 인기와 모든 미덕을 물려받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너는 모습과 성격이 네 어머니를 꼭 빼닮았어. 네가 네 어머니와 같은 지위와 이름과 가정을 누리는 걸, 네 어머니와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살림을 주관하고 기도를 드리는 걸, 네 어머니보다 소중하게 대접받는 걸 상상만 해도! 사랑스러운 앤, 난 내 한창때보다도 더 행복할 거야!”--- p.233
앤은 다정함 그 자체였고 웬트워스 대령의 사랑은 그러한 다정함의 대상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단, 그의 직업을 감안하여 친구들은 그녀가 다정함을 좀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녀의 햇빛을 흐리게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 단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해군의 아내라는 직업을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해군의 아내라는 국가적 대사보다는 가정적 미덕을 더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불안과 걱정이라는 세금을 지불해야 했다.
--- p.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