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됐어. 나는 가을을 정말 좋아해. 바람은 살랑살랑 시원하게 불고, 나뭇잎은 알록달록 예쁘게 물들잖아. 무엇보다도 먹을 것이 맛있어지는 계절이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꽁치는 기막히게 맛있거든. ---p.12
“야,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봉제 인형으로 만들었어.” “뭐어어어?” “보여 줄까?” 쓰카사는 손거울을 꺼내 들더니 나에게 보여 줬어.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어. 거울에 비친 것은 둥글둥글 오동통한 몸집에, 흰 바탕에 까만 점이 박힌 얼룩 고양이 인형이었어. 그게 쓰카사에게 안겨서 나를 빤히 보고 있지 뭐야. ---pp.22~24
‘어떻게든 내 힘으로 요괴를 찾아내서 봉인하든가 없애 버려야 돼.’ 쓰카사는 이렇게 결심하고 몰래 집을 뛰쳐나왔던 거야.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내가 놓친 건 굉장히 위험한 요괴였어. ‘우르릉 쾅쾅 벼락 벌레’라고 하더라고.” “우르릉 쾅쾅 벼락 벌레?” “응. 집 나오기 전에 할아버지의 요괴 도감을 찾아봤는데, 거기에 그놈이랑 똑같이 생긴 그림이 있었어. 사람과 동물에게 벼락을 떨어뜨려서 해치는 나쁜 요괴라고…….”
경단 마을 최고의 귀염둥이이자 유령 고양이인 후쿠코는 어느 가을날 밤, 마법사 소년 쓰카사 때문에 고양이 인형이 되고 만다. 쓰카사는 자신이 놓친 요괴 ‘우르릉 쾅쾅 벼락 벌레’를 함께 찾으면 마법을 풀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둘은 힘을 합쳐 요괴를 잡기로 한다. ‘우르릉 쾅쾅 벼락 벌레’를 찾아 헤매던 후쿠코는 사사코산 꼭대기에서 수상한 빛줄기를 발견하고 불안한 예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