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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충만

텅 빈 충만

: 법정 수상집

법정 | 샘터 | 2000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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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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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6411340
ISBN10 894641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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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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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토마스 머튼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누구와 함께 있을때(물론 사람의 유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나는 전체의 내가 아닌 부분적인 나밖에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아주 이기적인 괴물이다. 홀로 사는 사람치고 '이기적'이 아닌 사람 보았는가.
간혹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혼자 지내기에 적적하거나 무섭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혼자 있을 때 나는 가장 넉넉하고 충만하다. 그야말로 내 안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적적하다는 것은 그만큼 맑고 투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이 적적함을 모르면 흐리고 무디어진다. 이 흐리고 무디어짐이 이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인생이 붕괴되어 간다.
--- p.97
이런 나무의 그늘에 견줄 때 우리들 사람의 그늘은 얼마나 얇고 빈약한가. 사람의 그늘은 덕인데, 눈앞의 사소한 이해타산에 걸려 덕의 그늘을 펼칠 줄 모른다. 그 환경이 어디건 간에 관계의 고리에서 벗어나 홀로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쩌면 이런 나무처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홀가분하게 그리고 정정하게 살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 책 머리에
영담(影潭)스님이 만든 한지를 구해다가 발랐다. 순 딱으로 만든 종이라 질기고 수수하다. 본인한테는 미안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그는 여승인데 강원도 원주에서 '전통한지연구소'를 차리고 좋은 한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스님한테 그가 공수부대 출신이란 말을 듣고 얼마나 우락부락하게 생겼을까 싶었다. 더구나 고흥 능가사에 도둑이 들었을 때 차를 타고 달아난 도둑을 10리나 뛰어가서 맨손으로 붙잡았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그랬었다.

지난 초봄이든가 해가 질 무렵에 얌전하게 생긴 여승이 한 분 찾아왔는데 그가 바로 영담 스님이었다. 그는 결코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단정한 몸매에 말씨도 차분하고 얌전했다.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인상을 말하면서 우리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 p. 21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집착을 혼돈하고 있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 이기적인 욕구다. 이 이기적인 욕구로서 사랑을 잘못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참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서로가 주고 받는 것이 있어야 하겠지만. 원천적으로 볼 때는 줄수록 더욱 맑고 투명하고 넉넉해지는 것이 사랑이다. 그러나 받으려고만 한다면 더욱 큰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욕구가 따르고 갈증상태를 면할 길이 없다.
-“텅빈 충만”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중에서-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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