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도스는 신들의 속삭임이 현실에서 어우러지는 곳이다. 로도스 동남쪽 끝 린도스 성에 기둥과 일부 벽이 남은 아테네 신전 바닥을 뚫고 사는 올리브나무는 작가가 살고 있는 공주 공산성의 느티나무와 다를 게 없다. 느티나무는 금줄을 두른 당산나무의 흔적을 지닌다.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흔적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 흔적이 이야기가 되어 흐를 때 비로소 작가는 눈물로 받아들인다. 작가의 문을 열고 선뜻 들어서는 이들을 사뭇 그리워하는 것은 그들이 강을 건너고, 바다로 나가 고독한 그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여행에서 돌아온 몇 해 동안 공산성을 걸었다. 공산성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들을 보았다. 문득 그림을 글로 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우리의 삶이 놀이의 연속이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소설 『린도스 성의 올리브나무』를 「도서출판 〈등〉」 소설선 첫 작품으로 올리게 되어 기쁩니다. 또 걱정이 앞서지요. 늘 마수걸이는 간절합니다. 새 하루를 열기 때문이거든요. 독자들의 관심은 작가의 난전을 여는 마수걸이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