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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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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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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98g | 153*224*19mm
ISBN13 9788992920063
ISBN10 89929200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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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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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산물에 비해 먹을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쉽게 썩는 치명적 단점을 지닌 상품이다. 식량을 오래 보존하는 건 그날 생존하는 것에 급급했던 원시인의 본능이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 출현한 진화한 인류가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다. 다른 식량을 제치고 곡류가 인간의 주식이 된 중요한 이유는 채소나 고기 같은 다른 식량보다 더 오래 보존할 수 있고 언제든 시장에서 다른 물건과 교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곡류만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고기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고기를 썩히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가장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신석기인은 가장 쉽고 명료한 답을 찾았다. 살려 두면 된다. 신석기인은 야생 동물을 길들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 p.22~23 「선사 시대: 먹을 게 남아도는 것이 시작」

21세기 지구에는 3천 개에 달하는 언어가 존재하는데 이중 90퍼센트는 향후 10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 한다. 패권을 쥔 문명은 말과 글까지 지배한다. 이것은 콜론(콜럼버스) 이래 세계의 언어 지도를 재구축한 서구 열강이 이미 증명한 냉혹한 역사적 사실이다. 20세기 이래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도시국가(통합된 넓은 영토), 금속기(발전한 소프트웨어 기술, 우주공학), 문자(세계 공용어인 미국식 영어)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 3요소를 두루 갖춘 중국도 21세기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 p.27~28 「역사 시대: 금속기, 도시국가, 문자가 만든 문명」

이런 말이 있다. “로마인은 배수 시설drain에서 뛰어났지만 머리brain가 뛰어나진 않았다.” 이 말은 과장되었어도 틀리진 않다. 로마인은 심장이 온몸에 퍼진 모세 혈관에 피를 공급하듯 거대하고 정교한 수로 시스템을 건설하여 물을 관리했다. 물만 관리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다. 로마는 정복지들에도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하여 작은 로마들을 계속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계획 도시인 로마의 건축 스타일은 다른 도시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도로, 시민의 토론 공간이자 상업 구역인 포룸, 행정 건물, 신전, 개선문, 원형 극장, 공중 목욕탕 등이 로마와 거의 흡사하게 지어졌다. 석회석 가루와 모래와 물을 적정 비율로 섞어 으깬 다음 잘 말리면 아주 훌륭한 건축 자재인 시멘트가 된다. 시멘트를 고안한 곳이 로마다. 같은 모양의 거푸집에 시멘트 반죽을 넣어 찍어내면 똑같은 모양으로 신속하게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로마에 살지 않아도 로마와 같은 시설에 살면 로마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 그런 게 시스템의 위력이다.
--- p.58 「로마제국: 시스템으로 세계 제국을 열다」

로마 교회는 종교개혁이라는 새로운 요구에 직면했지만 스스로 개혁하지도 않았고 개혁 세력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가톨릭 군대는 1572년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에 신교도 1만 명을 죽였다. ‘위그노 대학살’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가톨릭 세계는 1618년부터 30년간 개신교 세력과 전쟁을 벌였다. 우르바누스2세가 촉발한 십자군 운동은 대항해 시대를 맞아 식민주의로 모습을 바꾸어 지속되었다. 신대륙 원정대는 겉모습을 바꾼 십자군이었다. 원정대는 신대륙에 새로운 식민지를 건설할 때마다 먼저 십자가를 세우고 교회를 지었다.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 행정부의 대외 정책 수립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 집단인 네오콘(neocon, 신보수주의자)이 주도했다. 네오콘 가운데 일부 이론가들은 실제로 “유대-그리스도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며 이라크 전쟁을 20세기판 십자군 전쟁으로 몰고 갔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는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우리 조상들은 백년 동안 십자군과 싸웠고 나중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이제 미국과 맞서 싸워야 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탄압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 땅에 종교적 자비란 없다.
--- p.83~84, 「십자군 전쟁: 천년전쟁의 막이 오르다」

아스테카는 거칠고 남성적인 사회였다. 남자들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군사 훈련을 받아야 했고 언제든 전투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었다. 1325년에 호수 위에 건설된 도시인 테노치티틀란의 규모와 발전된 기술 수준을 보고 깜짝 놀란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는 인신공양 의식을 목격하고 그 야만성에 몸서리를 쳤다. 에르난 코르테스나 프란시스코 데 아길레르는 에스파냐 본국의 카를로스1세에게 보낸 보고서에, 살아있는 사내의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어 제물로 바치는 모습을 보고 지금껏 목격한 것 중 가장 잔인하고 소름 끼치는 미개한 장면이라며, 이 미개한 종족을 문명화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적었다. 본국에 보낸 이 보고 기록은 ‘인디오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에 가깝다’는 인상을 만들어 냈고 추후에 펼쳐질 잔인한 원주민 대학살의 명분이 된다. 나중에 라스 카사스 신부가 바로잡으려고 했던 선입관도 이것이다. 유럽의 근대 사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볼테르, 베이컨, 보댕, 몽테스키외, 흄 같은 후대 지식인들조차 계몽사상이 널리 퍼진 수백 년 후까지 아메리카 원주민을 미개한 종족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이니 1500년대의 에스파냐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어떻게 취급했을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 p.134~135 「아스테카: 무력 숭배 제국의 무력한 몰락」

맬서스는 현대인의 가치관에 심각한 각인을 남겼다. 그 위력은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간단한 문구 정도에 머무는 게 아니다. 그는 1798년 적자 생존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인류가 지녔던 자연관을 180도 바꿔 버렸다. 자연은 더 이상 자비로운 신의 원리가 깃든 세계가 아니라 그저 냉혹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장일 뿐이다. 인간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와 동식물이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고대의 세계관은 파탄났다. 맬서스의 생각대로라면 고등 생물인 인류가 하등 생물인 동식물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것 역시 당연한 근대적 사고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강자의 당연한 도리라는 생각에서, 그런 자선이 인류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의심을 품게 한 것도 그였다. 노력하면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아이 같은 순진함을, 누군가는 살아남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도태된다는 어른 같은 단호함으로 뒤바꾼 것도 맬서스다.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원리는 협력이 아니라 투쟁과 경쟁이다. 그것을 인정해야 인류 문명이 발전한다. 우리가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적자, 즉 강한 자가 되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우리 역시 자유 경쟁 원리의 창시자 맬서스의 후손이다.
--- p.179~180, 「무한 경쟁: 자유 경쟁의 세계관을 심은 맬서스」

식민지로 전락한 아프리카의 현실은 더욱 비참해졌다. 20세기 이후 잇따라 세계대전이 터지고 아프리카인들은 억울하게 강제로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야 했다. 거의 200만이 넘는 아프리카인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 속으로 투입돼 죽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때는 북부 아프리카 전선에서, 서로 적이 된 유럽 주인들의 명령에 따라 수십만 아프리카인들이 서로 총질을 했다. 1차대전 패전국인 도이칠란트는 1919년에 토고, 카메룬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모든 식민지를 국제연맹에 반납했다. 국제연맹은 승전국인 영국, 벨기에, 프랑스에게 전리품 나눠주듯 ‘위임 통치’라는 명분과 함께 식민지들을 재분배했다.
1984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스먼드 음필로 투투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야윈 어린이들이 세계 구호 단체들이 보내는 원조 식량을 받으러 끝도 없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세계는 언제쯤 배우게 될까, 다른 인간을 자신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 신을 모독하는 일이며 결국 자신에게 화가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아프리카는 갈가리 찢긴 육체를 치유하기도 전에 수많은 내전으로 신음하고 있다. 반세기 만에 회복하기엔 제국주의가 할퀸 상처가 너무나 깊고 넓다.
--- p.198 「식민주의: 갈가리 찢긴 아프리카를 보라」

2차대전이 1차대전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군인들만의 전투에서 모든 이들의 운명이 걸린 총력전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전투 방법도 등장했다. 참호와 가시철망이 사라지고, 전격전이라 불리는 새로운 전법이 등장했다. 2차대전의 전초전인 에스파냐 내전에서 도이칠란트군이 에스파냐의 바스크 지역을 폭격한 것처럼, 민간 지역과 군사 지역의 구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2차대전에서 4천만 명이 죽었는데 이중 민간인이 1800만 명이다. 2차대전에서 전쟁국은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신속히 결딴내기 위해 대량 살상 무기를 적극 투입했다. 핵 무기가 사용된 까닭도 그러하다. 미국이 주도한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하탄 프로젝트’의 성과로, 1945년 7월 16일 아침 뉴멕시코에서 최초로 핵 폭탄 실험이 이뤄진다.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이 계획의 성공이 확인되었다. 이틀 뒤에는 나가사키에 핵 폭탄이 한 번 더 떨어졌다. 일본은 무기력하게 항복했고 전쟁도 끝났다. 핵 폭탄 투하는 언젠가 한 번은 벌어질 일이었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을 이끌던 몽고메리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핵 시대의 인류는 전쟁을 없애느냐 전쟁으로 없어지느냐 택일해야 한다.”
--- p.222~223 「2차대전: 내전으로 시작해 냉전으로 마감하다」

네루다는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은 특정 작품이 아니라 훌륭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호세 마르티는 쿠바의 자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시인이다. 호세 마르티 기념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억압받는 국가에서 시인으로 사는 유일한 방법은 혁명 전사가 되는 것이다.” 네루다는 호세 마르티의 문학관에 가장 근접했다.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네루다는 이렇게 말했다. “민중을 위한 끝없는 투쟁에 시인이 동참하고자 한다면 땀과 빵과 포도주와 모든 인간의 꿈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네루다는 서재에만 앉아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억압받는 국가에서 시인으로 사는 유일한 길을 용감하게 걸었던 그는 말과 글과 삶이 일치하는 위대한 작가였다.
--- p.276 「칠레: 정치에 뛰어든 시인, 파블로 네루다」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부터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은 1989년 발표한 논문에서 향후 전 세계가 따라야 할 경제 정책의 방향에 관해 언급하며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미 행정부를 비롯해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처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기관이 워싱턴에 있기 때문이었다. ‘워싱턴 합의’는 신자유주의 선언문이자 요약문으로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부 규제 축소, 부자 세금 인하, 자본 시장 자유화, 시장 자율 금리, 무역 장벽 철폐, 관세 인하, 해외 투자 장벽 철폐, 국가 기간 산업과 공기업 민영화, 재산권 보장 법제화.” 1979년 영국 수상이 된 마거릿 대처와 1980년 미국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은 이미 신자유주의 정책의 선봉에 서 있었다. 대처와 레이건은 노조를 강력하게 억제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여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 p.310~311 「신자유주의: 부의 80퍼센트를 차지한 1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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