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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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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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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334g | 133*218*15mm
ISBN13 9788937409011
ISBN10 893740901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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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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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네가 되어 물가에 앉는다.
수면 위에 무언가 떠오르기를 기다리지만 무엇도 떠오
르지 않는다.
기다림에 응답하지 않으려면
한결같은 것이 좋다.
두 개 이상의 시간이 하나의 장면 속에서 흘러 나가고

모든 관절이 풀려 있는 자연을 본다.
---「동작」중에서

너는 아직 그 시를 쓰지 않았고 어쩌면 영영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훗날 네 문장으로 들어온 그를 네가 알아볼 때
그리고 너와 아직 쓰이지 않은 네 문장 속 그와의 사이
드넓은 공중으로 눈비가 흩날릴 때

뒤통수를 가진 것들은 잘 멈추고
모든 창문은 동시에 어둡겠지
---「건물」중에서

겨우 일어나 보면 따로 떨어져 있어 깜짝 놀라겠지.
그러면 얼른 다시 부둥켜안자.
이 자세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
서로의 체액을 흔들어도 좋다.
흔들다 지치면 햇빛 아래 쉬다가 어디론가 공처럼 굴러가도 좋다.
당신의 발로 내 얼굴을 씻고
내 손으로 당신의 구멍을 간질이면서
서로에게 남아 있는 여백을 비틀어 그곳에 작은 의자라도 놓으면 좋을 것이다.
---「구부정하고 초조한 빛」중에서

조명을 초대해 놓고
화환을 초대해 놓고
무엇이 시작되고 끝나는지

의자가 언제 도착하는지도 모르고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앞에
더 밝고 높은 단상이 놓여 있다.

누군가 한참 말을 이어 가는 동안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

의자보다 빠른 새가
---「소극장」중에서

최초의 기억을 찾아 거슬러 오르면
눈을 동그랗게 뜬 노파의 확대된 얼굴이 있고
막다른 골목의 우물 속에는 잠에서 깬 아이의 울음이 들리고

아이가 자라 한 사람에게
울먹이며 호소하는 눈빛이 되는 순간
환하던 얼굴은 갑자기 차갑게 변해 버리는데

산책에서 돌아온 저녁 몸에서 나는 들불 냄새
젖은 발목으로 들어가는 이불 속에는
절뚝이는 개가 원반을 향해 달려가는 해변이 펼쳐지고
---「원반의 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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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의 시는 우리가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이곳에 우리가 있다는 걸 서로 모르고 있다 하더라도,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 한때 우리가 같은 곳에 머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세상의 일부가 되어 그들과 함께 흘러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실감한다.
- 전영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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