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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로 읽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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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로 읽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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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20g | 145*205*30mm
ISBN13 9788934979272
ISBN10 8934979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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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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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는 인간이 자연을 바라볼 때 객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도구이고,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창문과 같다. 몸무게를 의미하는 숫자 뒤에 kg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에 km가, 매일 아침 일기 예보에 표시되는 오늘의 기온에 ℃가 함께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자연의 특정한 측면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대상을 객관화하는 수단인 숫자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단위가 만나서 자연을 객관화해주는 마법을 부리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단위라는 창을 통해서만 자연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으며, 타인과의 소통에서 최소한의 객관성을 얻는다. _28쪽

항공기, 그것도 최초로 개발되는 초음속 여객기의 설계에 두 가지 단위계가 함께 쓰였으니 개발 과정이 순탄할 리가 없었고, 당연히 유지 보수도 쉽지 않았다. 영국에서 개발한 부분은 영국의 제국 단위계를, 프랑스에서 개발한 부분은 미터법을 이용해서 설계되었으니 일이 매끄럽게 진행될 리가 만무하다. 비행기를 유지 보수하는 데는 전용 장비와 공구가 많이 사용되는데, 항상 두 가지 모두를 준비해두고 이를 혼동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결국 콩코드는 비싼 가격, 부족한 좌석, 높은 운용비용 때문에 상업적으로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유럽에서 개발되는 항공기들은 이제 미터법만을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대표적으로 유럽 여러 나라의 기업이 참여하는 에어버스사의 항공기들이 그렇다. _115쪽

시간은 다르다. 하루, 1년과 같은 일정한 길이의 시간을 나누는 기준을 정하는 것은 훔친 보물을 적절하게 나누어 갖는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1시간이라는 시간의 양을 어느 정도의 길이로 정해야 하루나 한 달, 1년이라는 기간을 편하게 셀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와 한 달 혹은 1년을 어떻게 나누어놓아야 쓰기 편한가를 푸는 문제인 것이다. 한 달을 정하면 1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1년을 몇 달로 나누고 한 달을 며칠로 나누고 하루를 몇 시간으로 나눠야 ‘생활이 편리해지는가’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구의 자전에 기반을 둔 개념인 하루와, 공전을 기준으로 하는 1년은 천문학적인 기준이므로 인간이 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한 시간(hour)과 한 달(month)은 하루와 1년을 어떤 식으로 ‘자를’ 것인지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달력이나 시간(hour)을 둘러싼 접근은 나누기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저기 흩어진 것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보다는 있는 것을 적절하게 나누기가 훨씬 어려운 법이고, 시간이 바로 그랬다. _126쪽

24와 60이라는 숫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편한 100 이하의 수 중에서 약수가 가장 많다. 1과 자신을 제외하면 24의 약수는 2, 3, 4, 6, 8, 12이고, 60의 약수는 2, 3, 4, 5, 6, 10, 12, 15, 20, 30으로 각각 6개, 10개에 이른다. 30의 약수도 24와 마찬가지로 6개이긴 하지만, 하루를 30시간으로 정의하면 낮과 밤이 15시간이 되는데, 15는 24의 절반인 12에 비해 약수의 개수가 적어 사용이 불편하다. 시간은 나누기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할수록 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하루를 24와 60을 이용해서 나누는 것은 지극히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_127쪽

1캐럿이 0.2g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면, 다이아몬드의 무게 단위로 그램을 써도 그다지 불편하거나 문제될 것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캐럿을 고집하고, 캐럿이란 단위가 살아남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다이아몬드에만 사용되는 별도의 단위를 씀으로써 보석은 다른 물건들과 차별화되는 재화라는 것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 받았어”와 “0.2g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 받았어”가 같다고 느낄 사람이 있을까? ... 또한, 그램을 단위로 사용하면 시중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는 무게가 1g, 즉 5캐럿이 되지 않는다. 1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숫자와 함께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다. _155쪽

자신의 이름을 단위에 남긴 사람은 국제단위계에 포함되지 않는 단위들의 경우를 모두 합쳐도 수십 명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는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으로 여겨지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0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서 매년 물리, 화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여러 명씩, 지금까지 수백 명이 배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위에 자신의 이름이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지 실감할 수 있다. ... 만약 단위의 이름에 한국인의 이름이 붙어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라디오 방송에서 “오늘도 저희 KBS 1FM 방송을 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주파수 93.1‘장영실’에 맞춰주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걸 듣거나, TV 일기예보 프로그램 진행자에게서 “오늘의 최고 기온은 19‘정약용’으로 야외 활동에 아주 적합한 날씨로 예상됩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_178-179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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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인치’나 ‘평’처럼 미터법에 따르지 않는 단위는 공식적으로 퇴출됐지만 언론보도에서는 여전히 아파트 시세가 ‘3.3제곱미터당 얼마’라는 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평을 안 쓰는 이유는 ‘평’이라는 말이 싫어서가 아니라 3.3이라는 애매한 숫자가 나오는 조건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에베레스트산의 높이가 8,850km’라고 쓰는 기사도 많이 봤다. 다들 단위에 대해 무신경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단위에 숨어 있는 심오한 뜻을 잘 모르는 이가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_이영준(기계비평가)

과학은 아름다움이다. 그중에서도 측정은 얼마나 아름다운 과학의 징표인가! 《단위로 읽는 세상》은 과학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또 다른 행복을 맛보게 한다. 단위가 갖는 물리량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인간의 삶의 모습에 대한 성찰까지, 쉽고 재미있는 엮어나가는 의미 있는 책이다.
_정성헌(전국과학교사모임 회장, 경북 감천중학교 수석교사,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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