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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가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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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가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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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72g | 128*188*17mm
ISBN13 9791188296361
ISBN10 11882963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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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결과가 다소 아쉽더라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6년간 두 딸을 키우며 느낀 감정과 아이들의 성장 과정 그리고 여러 고민을 틈날 때마다 글로 남겼다. 출근길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서서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 공간에 글을 썼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끼리 댓글로 공감하며 위로를 받았다. 글을 쓴 것은 회사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없었던 시간의 공백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훗날 아이들이 자라 내가 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날이 오면 고단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 p.7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는 밤낮없이 울었고 경력은 단절된 채 일 년 가까이 흘렀다. 기자를 그만두면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지금으로선 가능한 것이 없었다. 학부 전공을 살려 중국 무역회사에 다녀보고 싶었지만 대학 동기에게 물어보니 여자 신입은 30세 이하로만 뽑는다는 말에 생각을 접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해볼까 했지만 야근과 주말 근무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어린 아기를 누구에게 맡기고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한단 말인가.
--- p.27

그렇다고 출근하는 사람은 덜 힘든가. 그것도 아니다. 온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로 돌아왔는데 더 힘든 육아와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일하는 내내 보고 싶던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늘 가벼운 건 아니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퇴근해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있을까.
“둘 다 해보니 뭐가 더 힘들어?”
남편은 운동을 좋아해서 체력이 좋은 편인데도 “군대에 다시 온 것 같아. 아니, 군대보다 더 힘들어”라고 말한다. 맞다. 나 역시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좌절도 해봤지만 가장 힘든 일을 꼽으라면 단연 육아라 말할 것이다.
--- p.39

대표와의 면담 끝에 3개월의 출산휴가와 3개월의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육아휴직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한국에 육아휴직제도가 생긴 것이 2001년. 올해로 20년째다. 하지만 바로 직전 회사까지 실제 아이를 낳고 회사로 돌아온 동료를 본 적이 없다. 법적으로 인정하는 육아휴직인데도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적 육아휴직 기간인 일 년의 반의 반만 사용하는 건데도 회사는 선심을 쓰듯 했고 나는 너무 고마워서 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생후 두 달째에 베이비시터에게 맡겼던 율이를 떠올리며 다짐했다. 솔아, 우리 앞으로 6개월 동안은 한시도 떨어지지 말자.
--- p.68

이유식이나 유튜브와 비교도 못할 만큼 사람들의 간섭이 심했던 것은 율이와 솔이가 가장 사랑하는 장난감 ‘쪽쪽이’를 두고서다. 생후 한 달 만에 모유를 떼고 쪽쪽이를 빨기 시작한 첫째 율이는 지금까지 쪽쪽이와 분신처럼 함께하고 있다. 아기 때는 늘 입에 물고 다녔지만 지금은 잠이 오지 않거나 긴장했을 때 쪽쪽이를 찾는다. 쪽쪽이가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다. 예전에는 의사나 담임교사가 “치아 건강에 좋지 않다” “치열이 흐트러진다” “정서발달을 지연시킨다” 같은 말을 해서 정말 쪽쪽이를 빼앗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은 다양한 육아 방식을 존중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아 전문가들도 쪽쪽이의 단점만이 아니라 장점을 알리기 시작했다. 쪽쪽이가 아이의 뇌 활동을 돕고 각종 질병을 막는 코호흡을 자연스럽게 습관화시킨다고 한다.
--- pp.89-90

아이의 자율을 보장하면 몇 배의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였는데 아이의 서툴고 답답한 행동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부모가 아이를 도와주는 건 아이를 편하게 해주려는 게 아니라 바닥에 흘린 밥알을 치우기가 귀찮고 짜증 나서다. 생각을 바꾸면 아이의 도전 자체가 대견한데 말이다. 숟가락 잡는 법이 잘못돼 입안으로 넣는 것보다 흘리는 게 태반이지만 아이는 손으로 집어삼키거나 강아지처럼 그릇에 입을 대고 먹는다. 알아서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있다면 기다려주자는 마음으로 출근 시간 자기 손으로 양말을 신겠다고 버둥대는 아이를 10분 넘게 내버려두기도 한다. 수십 번 반복되는 실패를 보다가 답답해서 소리를 지를 지경이지만, “도와줄까?”라고 물으면 어떤 날은 “싫다”고 했다가 어떤 날은 “좋다”고 한다.
--- p.125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좌충우돌 쌓는 추억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된다. 조금의 불편함만 견딘다면, 다른 집 아이도 내 자식처럼 보살피겠다는 다짐만 한다면 말이다. 내 아이가 아니어도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또 다른 아이로 인해 내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 육아관의 차이를 극복하려고 애쓰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아이를 어떤 기준으로 혼낼지, 유튜브를 얼마나 보여줄지, 사탕이나 초콜릿은 먹일지, 영어유치원이나 국제학교에 보낼지 같은 선택에서 발생하는 차이까지 꼭 맞출 필요는 없다. 다른 방식을 존중하되 흔들리지만 않으면 괜찮다.
--- p.144

율이가 언어치료를 받는다고 친한 선배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 교육은 이래서 문제”라는 대답을 들었다.
“내 조카가 다니는 뉴질랜드 학교는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를 따로 분리시키지 않고 같이 교육받게 한대. 대신 별도의 맞춤 교육을 제공하고.”
한국에서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자기 아이도 일반학생과 같은 학교에서 교육받게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애가 있다 해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경제활동을 하며 자립할 수 있는데도 한국에서는 분리 교육으로 처음부터 이들을 소외시킨다.
--- p.161

직장맘의 최대 콤플렉스는 일과 육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은 상황으로 자주 내몰린다는 데 있다. 복직할 때는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한 엄마’라는 선입견 때문에 괴로웠는데,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면 ‘그래서 여자는 안 돼’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선택의 기로, 곧 회의를 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는다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중에 아이가 컴퓨터 앞으로 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 상황은 계속 발생한다.
--- p.175

인생을 굴곡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하다. 예술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답기만 한 것도 아니다. 위기를 겪지 않는 예술도, 삶도 없다. 좌충우돌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김노향의 ‘인생’이라는 작품이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구나 싶다.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우리 삶이 훗날 아이들의 모델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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