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잠수하는가. 성역일지도 모르는데, 금기를 어기면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바로 그렇기에 잠수하는 것이다. 아무도 잠수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는 잠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바다 밑바닥에 답이 있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무슨 답일까. 슈사쿠 자신은 그 물음 자체를 모르고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가, 여기에, 이 바다 밑바닥에 답이 있다, 라는 감각이 강하게 있었다.
_ 41쪽, 제1부 2
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특별한 잠수를 하게 되고 나서는 바다에서 나오면 무턱대고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종류는 상관없지만 바로 목숨을 먹는 감각을 가져다주는, 씹는 맛이 있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가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슈사쿠는 분페이의 집 식탁에서 구니요가 구워서 접시에 담아 주는 고기를 묵묵히 먹으며 목이 마르면 맥주를 마셨다.
고기를 씹는다. 물어뜯는다. 씹은 고기가 위로 떨어진다. 자신의 피와 살로 변해 가는 감각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배고픔이 가신다.
_ 67~68쪽, 제1부 4
“아뇨, 제가 경솔했습니다. 실은……, 바닷속에서 올라오려고 할 때 갑자기 눈앞으로 떠오른 것이라……, 어리석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뭐랄까요, 데려가 줘요, 라고 말이에요. 부모님한테 데려가 주세요, 라고 그 머리 장식이 말하는 것 같은, 뭐랄까, 그런 기분이 들어서요……. 죄송합니다.”
다마이가 슈사쿠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리석다니요, 그렇게 들리지 않습니다. 전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닙니다.”
기어들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러나 애정을 담아 그가 말한다.
“우리는 모두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뭔가 있을 때마다 이건 그 아이의, 그 사람의 신호가 아닐까……, 그 아이가, 그 사람이 나한테 뭔가 말하고 싶어 호소해서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잖아요.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항상,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걸 어리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 사이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겠지요.”
_ 75~76쪽, 제1부 5
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라는 것인가. 그러나 그걸 할 수 없게 되었다. 싱거운, 이 자리만의 거짓말이긴 해도, 특히 신이라든가 부처라든가 하는 말이 나오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 도저히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있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지켜보고 있다면 왜 그런 참혹한 일을 내버려 두겠는가…….
_ 105쪽, 제1부 7
“아빠가 살아 있다면…….”
마유코가 흐느껴 울었다. 슈사쿠에게 맡긴 손이 떨린다.
“살아 있어 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이혼은 했어도 살아만 있다면 엄마하고 옛날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고, 다시 셋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아빠인 거야, 왜 아빠가 아니면 안 되었던 거냐고 내내 생각했어요.”
슈사쿠는 다이스케가 자기 대신 배를 수리하러 나갔다가 재난을 당한 거라고 재를 올리는 자리에서 마유코와 시호에게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사쿠는, 특히 마유코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기분이 들었고, 그것은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마유코가 얼굴을 들었다. 슈사쿠를 똑바로 응시한다. 눈동자에 미움 같은 기색은 없다.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아빠가 그렇게 된 게 다행이에요…….”
그녀의 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열세 살 때부터 억눌러 온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무너지며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하고 흐느껴 울며 되풀이한다.
미쓰에가 왜 그래, 하고 의아해하며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안았다.
마유코는 오른손을 슈사쿠에게 맡긴 채 미쓰에게 기대어 그럭저럭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슈사쿠를 쳐다본다. 오열을 억제하고 말을 잇는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작은아빠였다면 미즈키하고 아키오가 아빠를 빼앗기게 되니까요……, 그 아이들의 웃음을 빼앗게 되니까요……. 우리 아빠여서 다행이에요, 다행이에요, 그걸로 된 거예요.”
“마유코…….”
미쓰에가 조카를 끌어안는다. 슈사쿠는 마유코의 손을 쥔 채 있었다. 그녀가 가라앉지 않도록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_ 192~193쪽, 제2부 4
굳이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칠흑 같은 바닷속에 자신을 둔다. 순간적으로 가라앉는 건지 뜨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부유감만 느낀다. 본다는 육체적인 행위도 지금은 무의미하다. 자신의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인간이라는 한정된 존재로부터 해방되어 있음을 의식한다. 자신은 지금 의식으로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죽음이란 어쩌면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까. 육체를 잃고 영혼이라 불리기도 하는 의식이 그저 어둠 속의 허공에 떠도는 것인 걸까. 이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고독과 허무감에 괴로워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괴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평소 생활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에서 벗어나 있다. 육체가 없고 타자와의 관계가 없기에 인간다운 마음의 움직임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기 때문일까.
나는 지금 살아 있지 않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는 것이 괴롭지 않다.
_ 196~197쪽, 제2부 5
“왜 그 일이 일어났을까요? 왜 제가 살아남았을까요? 왜 그쪽 마을은 사라지고 이쪽 마을은 아무렇지 않았을까요? 누가 선택했을까요? 뭐가 다르다는 걸까요? 당신은 왜 이곳으로 와야 했을까요? 이런 방에서 저와 마주 앉아 겁에 질리면서까지 뭔가를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이제 전과 달라져 버렸는데 왜 계속 달라지지 않은 척하려는 걸까요? 변해 버렸는데 왜 변하지 않은 척하며 살려고 하는 거죠? 이쪽 사람은 영원히 소중한 걸 잃어버린 마음으로 있어요. 저쪽이나 그쪽 사람한테는 왜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거죠?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왜 그걸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저는 모르는 것투성이예요. 그래서 잠수하려고 생각했어요. 잠수해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떤 답도 찾지 못했습니다…….”
_ 216쪽, 제2부 6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잠수한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이건 꿈이나 같은 건데, 제가 잠수하는 한 이룰 수 없는 소원이겠지만요.”
“어떤 소원인데요?”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 잠수하고 싶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호텔 천장을 뚫고 우주에서 쏟아지는 겹쳐진 빛의 띠가 느릿하게 떤다.
“해저까지 햇빛이 닿는 데서 그 장소를 둘러보고 싶습니다. 아직 모든 것을 둘러본 건 아닙니다. 전에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면 제대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는 슬픔이나 분노,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마음을 떠나 사람들이 행복했던 생활의 흔적을 더듬듯이 둘러보며 조용히 헤엄쳐 보고 싶습니다. 여기서는 아마 사람이 웃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잠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 하나, 영원히 자신의 추억이 되는 것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소중한 생활이 각인된 화석처럼 생각하고, 견실하게 살아가기 위한 부적으로 삼고 싶으니까요.”
_ 300쪽, 제3부 6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