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라 하기엔 좀 어울리지 않고 양원보의 책에 몇 글자 더 얹어 놓는다.
이 책이 담고 있는 1996년의 종로 대전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종로에 머물고 있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그를 만났는데 그는 대뜸 내게 앞으로 뭘 할 거냐고 물었다. 기회가 되면 학교로 가려고 한다 했더니 그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뭐랄까. 그는 그 당시 좀 시니컬했다. 그로부터 십여 년 뒤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를 토론에서 만났는데 그는 시종일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명박 후보는 상대가 누구였든 이겼을 것이다. 그는 1996년의 선거에서 이긴 후 부정선거가 드러나 승리를 반납했지만, 서울시장으로 부활하고 이제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직전에 있었다. 내가 본 두 사람은 그렇게 달랐다.
양원보는 두 사람의 1996년을 왜 이제 와 다시 끄집어내려는가. 한 사람은 명분과 편견 사이에서 고민하고 싸웠고, 한 사람은 목표를 정해놓고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그들의 그런 정치적 캐릭터는 이미 그 이전의 궤적을 거치면서 강화돼왔지만, 1996년은 그것을 더욱 극적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해주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알 것 같다. 1996년을 빼고는 그 이후의 현대 정치사를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이 책은 노무현 ‘실패의 역사’다. 그는 손해 볼 줄 알고도 항상 그 길로 갔다. 그는 말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고. 그는 성공의 증거가 됐다. 이명박은 당시엔 ‘성공의 역사’를 썼다. 하지만 최근 ‘실패의 증거’가 됐다.
- 안민석 (국회의원)
역사에도 프랙털fractal 이론이 적용되는 것인가? 작은 구조의 형태는 전체 구조의 형태와 유사하고 큰 구조도 결국은 그 부분인 일부 패턴과 유사하다는 뜻이다. 20세기 말 서울 종로에서 있었던 노무현·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대결은 어찌 보면 21세기 초반 대한민국 정치에 프랙털 이론이 적용되는 증명 사례 같다.
- 양우석 (영화 〈변호인〉 감독)
5월이면 봉하마을에 감꽃이 핀다. 감꽃은 가을의 단감을 약속한다. 우리 마음에 핀 노무현 대통령도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라는 열매를 약속했다. 이 책이 조금만 더 일찍 나왔다면, 그래서 노무현과 이명박의 차이를 잊지 않았다면 우리네 가을의 수확은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 이재명 (전 성남시장)
1996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는 인물·구도·의미라는 세 차원에서 더없이 흥미진진한 정치 드라마였다. 그리고 양원보 기자는 취재력·재미·주제 의식이라는 세 차원에서 모두 정말이지 빼어난 정치 논픽션을 썼다. 선거 현장을 직접 보는 듯하다. 양 기자와 함께 국회를 출입했던 기자 시절이 다시 생각난다.
- 장강명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