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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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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역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번역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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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52g | 128*188*17mm
ISBN13 9791187316718
ISBN10 1187316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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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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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직업’이라는 막연한 생각, 정해진 경로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답답함 등이 도전을 뒤로 미룬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대학원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원래부터 선택지에 없었고요. 하루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눈치 안 보고 살고 싶은 마음이 번역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 컸었는지도 모릅니다. --- p.36

* 여전히 책이 좋고 글이 좋고 번역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검색 창에 ‘번역’을 입력해 보고, 간간이 뜨는 ‘초벌 번역으로 쉽게 돈 버세요’라는 광고 창을 클릭하여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번역가 되는 법’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게 오리무중이었죠. --- p.37

* 처음에는 번역을 하고 제 이름이 새겨진 책이 나온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행복했습니다. 번역료도 쑥쑥 올랐습니다. 그러다 5년 차부터 번역료 인상 빈도가 현저히 낮아지면서 무언가 정체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p.57

* 특정 회사나 단체가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유통되는 책에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박힌다는 것입니다.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 책을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뜻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만큼 기쁜 일이 또 있겠습니까? --- p.60

* 모든 프리랜서 재택근무자가 그렇겠지만, 일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물의 질이 떨어지거나 마감을 어기게 되어 신뢰도가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는 일하는 만큼 벌 수 있으니 일에 쓰는 시간이 곧 수입과 연결됩니다. --- p.68

* 1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번역이 재미있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합니다. 어려운 문장을 풀어내야 하거나 방대한 자료를 검색해야 할 때면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렇게 집요하게 매달려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낍니다. --- p.70

* 일본어를 참 좋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어 잘한다는 소리는 꽤 들어왔다. 그렇다고 일본어 하나로 먹고살 정도의 빼어난 실력은 아닌지라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한때는 통·번역 대학원에 진학할까도 고민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나이에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체력 좋고 머리도 팽팽 잘 돌아가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과연 전략적인 선택일까 싶었다. --- p.87

* 프리랜서 워킹맘으로 살려면 스케줄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일단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하원 하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엄마 역할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프리랜서로 먹고살려면 회사원처럼 하루 8시간의 업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프리랜서 워킹맘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다. --- p.89

*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출판 번역가라는 직업을 가장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주부들이다. 일단 경력 단절 여성도 도전할 수 있다. 집중만 잘하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다른 워킹맘들처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힘들게 몸을 쓰는 일도 아니다. --- p.94

* 책 한 권을 통째로 번역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번역을 맡게 되면 마감일까지 누구도 진행 상황을 확인하거나 빨리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데, 이것이 출판 번역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 p.103

* 프리랜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어떤 때 의욕이 생기고, 어떤 때 집중이 잘 되고, 어떤 때 기운이 빠지고, 어떻게 해야 다시 의욕을 내서 일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서 스스로 컨트롤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판 번역가는 작업 기간이 비교적 길고 작업 분량도 많기 때문에 자기관리를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 p.112

* ‘어떻게’를 생각하기 전에 ‘왜’부터 생각하기를 바란다. ‘왜’ 번역가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일이 먼저다. 그리고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라. ‘어떻게’는 차차 알아 가면 된다. 이제는 자신을 의심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일단 한 줄이라도 번역 연습을 시작해보자. 의외로 정말 잘 맞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p.117

* 자유기고가를 하면서도 글에서 멀어지지 않는 삶을 계속 고민했다. 번역은 그 길을 부단히 찾아다니다가 만나게 된 일이다. 수도 없이 경로를 이탈하고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찾게 된 길. 글이라는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인생 경로. --- p.128

* 나는 맨땅에 헤딩하기보다는 아카데미를 다니는 것이 확실히 지름길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비용이 든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초행길을 안내받는 내비게이션 같다고나 할까. 모르는 길을 나침반 보고 지도 찾아가며, 이 길 저 길 헤매다가 목적지에 이르기보다는 내비게이션 안내만 ‘잘’ 따르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니까. --- p.137

* 프리랜서 ‘전업’ 번역가의 시간은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시간의 노예가 될 각오를 어느 정도는 하고 들어와야 전업 번역가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단 프리랜서니까 프리할 거라고, 여유로울 거라는 생각부터 하며 낭만적인 번역가의 삶을 상상한다. --- p.140

* 퀄리티를 높이려면 무작정 일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또 최소한의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 안 받기도 어렵다. 생계와 일이라는 시소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므로 처음부터 더 철저한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그걸 2년쯤 주경야경(晝耕夜耕) 하며 고생하고서야 깨달았다. --- p.147

* 나는 지금 도서 번역을 주로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지만 간간이 영상 번역도 병행한다. 처음에는 도서 번역을 할 기회가 없어서 영상 번역 일을 더 많이 했고 그러면서 영상 번역의 재미에 빠져 지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고 꾸준히 일감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도서 번역을 위주로 하고 있다. --- p.164

* 살다 보면 이따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나 역시 뒤늦게 꾼 번역가라는 꿈이 정말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노력은 하겠지만 정말로 이룰 수 있을까? 노력만 하다가 끝나면 어떡하지? 불확실한 미래는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내 인생의 회전목마는 놀랍게도, 혹은 고맙게도 번역이라는 방향에 멈추어 나를 내려주었고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 p.187

*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번역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것이야말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일도 하고 만화도 보고 돈도 벌고 일거양득이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늘 그렇듯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우리 정말 좋았는데 네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이야…. --- p.190

* 완벽한 현지화는 참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다. 소위 말하는 초월 번역(원문의 느낌과 어감을 원문의 직역보다 더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번역)을 누군들 하고 싶지 않으랴.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도저히 역부족일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원문대로 번역한 뒤 역주를 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가독성도 재미도 모두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현지화를 하고자 노력한다. 원문 못지않은 재미를 독자님에게 드릴 수 있도록 오늘도 번역가는 치열하게 노력 중이다. --- p.199

* 마감일은 그야말로 목숨과도 같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편집자님과 한 약속이며, 출판사와 한 약속이고, 기다리시는 독자님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어렵게 쌓은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기에 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방법의 하나가 마감일 지키기다. --- p.209

*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번역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원서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하지만 자타공인 집순이인 내게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기 애매하다. 오히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훨씬 매력적이다. --- p.216

*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 곧 출근 시간이며 침대에서 일터까지 도보 약 5초. 만원 버스와 만원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아침부터 영혼이 탈탈 털리지 않아도 된다. 푹푹 찌는 날,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날, 폭우와 폭설이 쏟아지는 날, 모두 나와는 무관하다. 창문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을 바라보며,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을 눈으로만 느끼며, 내리는 빗소리를 BGM 삼아,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며 집 안에 콕 박혀 일할 수 있는 것이다. --- p.216

* 책 한 권을 번역했을 때의 그 뿌듯한 느낌과 완성된 책을 본 순간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처음 내 이름이 박힌 역서를 봤을 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책을 번역하다니!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기쁜 마음에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 p.217

* ‘더 나이 들기 전에 일본어 배운 걸 활용해서 뭐라도 좀 해볼까?’ 그때 당시 내 나이가 30대 후반.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시달리던 전업주부는 그렇게 일본어를 통해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다. --- p.226

* 일본어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충만했을 때 구체적으로 일을 구하기 시작했고 아무 망설임 없이 만화 출판사에 이력서를 뿌렸다. 왜 만화 출판사였냐 하면 아주 단순히 내가 만화를 좋아하는 애독자이기 때문이다. --- p.227

* 내가 보낸 테스트 원고에 담당자님은 멘탈이 아주 너덜너덜해질 만큼 신랄한 지적을 쏟아냈다. 실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말을 서슴없이 날리셨다. 처음 이력서를 보낼 때 한껏 높아졌던 콧대는 형체도 없이 무너져 내렸고, 자신감과 자존감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번역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친 꼴이었다. 고작 그 정도 공부했다고 자신만만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말 그대로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만화 번역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 p.230

* 각종 번역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온 자료들을 열심히 모으고, 다양한 장르의 일본 만화들을 원서로 사들여 실제로 번역해보고, 한국어판과 내가 한 번역을 비교해 가며 만화 위주의 번역 공부에 매진했다. 시험공부를 할 때처럼 어려운 단어나 한자를 외우는 공부는 배제했다. 단어를 많이 알고 있으면 물론 더 좋은 번역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작업 속도도 빨라지겠지만, 번역 공부를 해보니 일본어 단어 하나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국어 어휘였다. --- p.234

* 증정본을 펼쳐 보면 신기한 느낌이 든다. 처음 원서를 받았을 때는 분명히 일본어로 말하고 있던 캐릭터가 우리말로 대화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창조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마치 내가 우리말을 가르치기라도 한 것 같아 애정이 절로 샘솟는다. --- p.248

* 만화라고 대충 번역해선 안 된다. 만화도 정식으로 출판되는 ‘서적’이다. 그야말로 내 번역이 박제되어 몇 년이고 유통되는 것이다. 허투루 했다가는 망신살 뻗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오역인 것이 판명되었을 때 제일 힘든 건 나 자신이니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 p.257

* 번역은 즐겁다. 만화를 보는 것도 즐겁다. 번역한 만화책 증정본을 손에 들었을 때의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이를 낳았을 때와 비교한다면 조금 과장이지만, 내가 우리말로 재창조한 책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캐릭터가 우리말을 하며 움직이는 것이 마냥 사랑스럽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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