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 한국전쟁, 보릿고개, 근대화를 온몸으로 겪어 낸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 중에 “내 고생한 사연은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친정어머니부터가 그렇다. 올레 길을 내게 된 사연을 책(《제주걷기여행》,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으로 엮어 냈더니, “겨우 몇 년 고생해 놓고 책 두 권이라니. 나 같으면 장편소설이 몇 권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기에 이유진 선생님이 대하드라마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한 중국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씀하실 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별다른 감흥이나 특별한 호기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 당시 사람이라면 누군들 구구절절한 사연이 없을쏜가 싶어서. 세계사와 민족사의 격동기라는 큰 해일에 휩쓸려 개인의 의지나 소망과는 무관하게 떠밀려 간 숱한 이들의 이야기를 수많은 소설과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를 통해 보아온 터였다.
그러나 이유진 선생님이 보내온 원고를 읽으면서 내 ‘오만과 편견’은 급속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작가가 이미 세상을 떠난 한 중국 여성의 삶에 왜 그토록 마음을 빼앗겼는지, 그녀의 발자취와 숨결을 따라 왜 그처럼 먼 곳까지 여러 차례나 답사를 다녀왔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잃어버린 퍼즐을 맞추듯 작가가 정교하게 복원해 낸 한 여자의 생애는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내 곁에 생생하게 다가왔다. 해방 직후 사랑하는 남자 하나만 믿고 그녀가 한국행 귀국선에 몸을 실었고, ‘중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렵게 공부한 의사 직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녀의 아픔에 공감했고, 고국의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목숨처럼 사랑한 남자의 배신에 함께 아파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녀에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에게 가해진 숱한 모욕과 편견, 질시, 기회의 박탈은 한국인인 나를 진정 부끄럽게 만들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신이 낳은 사랑하는 아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던 그녀에게 우리 사회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일까. 지금도 수많은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들에게 우리는 또 다른 죄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그녀는 그 끔찍한 고통을 이겨 내고, 참혹한 시련을 견뎌 냈다. 그냥 견디고 이겨 냈을 뿐만 아니라,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승화시켰다. 혹한을 뚫고 눈 속에서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복수초처럼. 자신의 사랑을 배신한 남편을, 중국인을 차별한 한국을 더 큰 사랑으로 용서하고 끌어안았다.
그런 그녀의 삶이 이유진 선생님의 섬세한 필력과 뜨거운 열정, 역사적 안목에 힘입어 되살아났다. 이 선생님은 문학적 열정과 더불어 북한, 러시아, 미국,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오래전부터 다양한 지원과 선교 활동을 벌여 왔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비슷한 특질을 지닌 두 여성이 삶과 죽음의 경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운명적으로 만난 것은 그들이 함께 섬긴 ‘하느님의 뜻’일 것이다.
서명숙(제주올레 이사장)
한국·중국·일본의 격동기에 중국 그리스도인 산부인과 의사가 한국인 내과 의사와 가정을 이루며 일어난 수많은 일화를 중심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명화 같은 책이다. 오직 예수님의 아가페 사랑으로 모든 것을 품으며 중국에 있는 친족의 복음화와 한국의 화교 및 중국인 선교를 위해 헌신한 순애보를 노래한 이 책은, 자신의 가족과 친족의 복음화, 특별히 우리 이웃인 중국과 일본 선교에 대한 깊은 충격과 도전을 줄 것이다.
김진섭(백석대 부총장)
이상운 전도사님의 생애를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과 중국의 복음의 가교를 위한 초석으로 그의 삶이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소용돌이치는 한·중 역사 속에서 복음을 위해 묵묵히 기도의 삶을 산 한 어머니의 눈물이 그의 아들에게 흘러 신앙의 유산으로 이어짐을 보여 주는 믿음의 고백이다.
오정현(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이상운 전도사님은 매클레인 선교사와 함께 화교 교회 개척 사역에 동역하신 분으로, 특별히 군산 화교 교회를 개척하는 데 많은 힘을 쏟으셨다. 또 각 지역 화교 교회와 많은 사역자들에게 늘 관심을 보이며,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셨다. 그는 참으로 주님을 위해 헌신하신 우리들의 훌륭한 모범이셨다.
유전명(중화기독교 한성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