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편집장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다. 한번 편집장이 되면 수평으로만 이동해서 다른 잡지의 편집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선례에 상관하지 않았다. 만약 누가 이런 건 안 돼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도할 가치가 있잖아? 그리고 난 똑똑해. 더 이상 활로가 없는 자리에 그냥 고여서 날 썩어가게 내버려 두면 안 되지.
말도 안 돼! 그녀는 생각했다. 활로가 없는 자리라니, 우스워. 난 이미 남들이 애타게 바라는 자리를 이미 갖고 있어. 여자들은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려고 늘 서로에게 얘기하지. 작은 것들이 가장 귀한 법이라고 말이야. 나도 행복하고 감사해. 그러나 그렇다고 큰 목표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야. 또 바깥세상의 큰 것들을 추구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도 아니야. 열정, 추구, 성공. 이런 것들은 여성들에게도 자극을 주는 가치야. 그것들은 내게 진지한 태도를 주었어. 바로 세상에서의 책임을. 여성이 자신의 잠재력에 걸맞게 살았거나, 최소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편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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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추웠다. 영하 4도였다. 겨우 12월 1일인데! 하늘을 보니 좋은 일이 곧 생기려는지 눈이 올 것 같았다. 계단 밑, 연석에는 니코의 새 차와 운전기사가 한가하게 서 있었다. 그녀가 《본파이어》의 편집장이었을 때는 타운카를 탔다. 이제 버너 출판사의 CEO이자 사장인 지금, 회사에서는 그녀를 위해 24시간 대기하는 운전기사가 딸린 차를 빌려주었다(차종은 새 차에 한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나이가 많이 들어 70세나 80세가 되면 (수십 년 남았지만, 사실 그다지 먼 일도 아니었다.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가니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생각하겠지. “옛날에 난 내 차와 운전기사가 있었어. 차 안이 비둘기색인 실버 BMW 760Li 세단이었지. 운전기사의 이름은 디미트리고 그의 머리는 에나멜가죽처럼 반짝이는 검은 색이었어.” 아니, 70세나 80세엔 노부인이 되어 있겠지만, 여전히 부유하고, 멋있고, 빅터와 함께 일하고 있고, 발레 오찬회에서 봤던 그 멋있는 여성들처럼 낡은 실버 BMW를 타고 다니고 여전히 친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안 지도 50년 가까이 되었어.”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언제나 내가 주인이 된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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