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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정운천의 7번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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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정운천의 7번째 도전

정운천 | 올림 | 2011년 12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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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74g | 152*225*20mm
ISBN13 9788993027273
ISBN10 899302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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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비쳤다. 순간 바다는 금빛 물결로 출렁거렸다. 눈부신 햇살과 바닷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거대한 황금물결. 온 바다가 황금물결로 요동쳤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바로 저거다! 나도 저렇게 살 것이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언젠가는 저 황금물결처럼 약동하는 삶을 살 것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루어낸 합격. 그러나 기쁨의 순간은 너무 짧았다. 합격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순간 또 다른 시련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등록금이 없었던 것이다.
314,740원. 쌀 한 가마가 15,000원 하던 시절이었다. 끼니조차 거르기 일쑤인 집안에 그런 큰돈이 있을 리 없었다. 지금처럼 학자금 융자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등록일까지 남은 기간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3년 동안 고생고생해서 합격했는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또 다른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키위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준 사람은 바로 둘째 형이었다. 형은 당시 T농산이라는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에서도 키위 묘목을 수입 판매하고 있었다.
T농산의 영업부장으로 묘목 판매를 위해 남해안 지역에 내려와 있던 형은 내게 농학도로서 농촌 실정도 파악할 겸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농민들을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밑바닥으로 내려가야 했다. 내가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야 이질적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농장 한쪽에 100여 평 크기의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그중 50평은 농민교육장을 만들고 나머지 50평을 활용해 숙소와 사무실을 만들었다. 비닐하우스 천막 안에서 먹고 자며 농민들과 동고동락하는 ‘하우스 인생’을 시작한 것이었다.

“형님! 저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일부러 큰소리를 치고 주머니에서 봉투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빌린 돈 3,000만 원이고, 또 하나는 3년 동안의 이자 2,700만 원이었다.
내가 봉투를 드리자 선배 부인이 낚아채듯 집어들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이내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선배의 뜨거운 눈물이 가슴으로 전해져왔다.

나는 전라도 남자요, 그녀는 선산이 고향인 경상도 여자였다. 나이는 많고 직업은 시원찮아 보이는 데다가 출신 지역까지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집안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극구 반대였다.

내가 먼저 사과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도 내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는 명 사장과 화해했다. 악연이 시작된 지 7년이 지난 뒤였다.
그날부터 명 사장은 내 지지자가 되었다.
“7년 동안 내가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싫은 소리 한 번 안 한 사람이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시장이 개방되면 농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결사항전을 외치는 것이 농민운동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개방 철회’라는 말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농민 스스로 품질을 높이고 유통을 개선해 맞서 싸우겠다며, 그런 노력을 지원하고 뒷받침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정부를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지원군이자 서포터로 인식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밀듯 들어올 미국 키위, 뉴질랜드 키위를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우리 키위도 경쟁력이 있다고, 품질만 향상시키면 외국 키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농민들을 설득했는데…, 우리가 힘을 합쳐 이겨낼 테니 뒷받침이나 잘해달라고 정부에 큰소리쳤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한 뉴질랜드와 미국의 키위산업은 너무나 거대한 골리앗이었다. 그 골리앗과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이 바위처럼 무겁게 내 가슴을 짓눌렀다.

새로운 브랜드의 필요성을 절감한 나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참여 농민들과 이 문제를 협의했다.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이 ‘참다래’였다. 키위의 원종에 해당하는 ‘다래’에 어감이 좋고 의미도 좋은 ‘참’이라는 접두사를 결합한 것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도입된 키위가 10여 년 만에 순수 우리말 브랜드 ‘참다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8가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맛젤 고구마’는 더 이상 천대받는 열등재가 아니었다. 버려진 구황식품이 아니었다. 기존의 고구마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우등상품이었다.
목선에 덮개를 부착한 거북선이 전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전과를 올렸듯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맛젤 고구마는 고구마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관행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축하드립니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 내정되셨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농업 CEO로 바쁘게 생활하던 2008년 2월 9일, 나는 생각지도 못한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직 인수?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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