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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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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 분단과 월남민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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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608g | 160*230*23mm
ISBN13 9791187700395
ISBN10 1187700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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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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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민에게 38선이나 전선을 지나 남쪽으로 향하는 것은 ‘상대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세계를 인식하는 ‘기준선의 변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관점과 사고의 체계를 이루는 기준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행위와 인식의 기준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언제나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기준선의 변동은 자기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 사고의 체계를 이루는 관점이나 가치관이 변하는 것을 표현하는 서술적 개념이다.
--- p.23

북미주 지역으로 이주한 월남민 중에서 반공주의를 맹신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을 공산주의 사회라고 비판하며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사는 것이다. (중략) 1939년 황해도 풍천면 출신으로 전쟁 때 월남한 임요한은 뉴욕에 거주하는 목사인데 평양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그는 “군화”와 “예비군복을 싸들고” 이민 왔다. 왜냐하면 “만약에 대한민국에 인민군이 또 쳐들어온다면” 참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북에도 가고 싶고 ‘조국방문’을 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반공주의자를 자처하며 끝내 고향 땅을 밟지 않았다.
--- p.71~72

월남민뿐만 아니라 월북민의 가족도 이산가족찾기회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간 사람들의 가족이 겪는 ‘국가보안법’의 공포를 감안한다면, 그들의 행보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산가족찾기회는 남한과 북한 정부 사이의 관계와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인도적 관점에서 월북자의 이산가족에게도 교류의 물꼬를 텄다. 그들의 활동은 북미주 한인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동포들이 추진하는 평화통일운동의 디딤돌이 되었고, 중요한 변화는 평양으로 하여금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제도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한 데 있었다.
--- p.171

이북의 가족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방북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는 제각각의 사연이 있다. 그 이유는 이산가족찾기를 신청한 월남민의 가족들이 평양과 교류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가족들 몰래 신청했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불거진 데 있었다. 이북의 가족을 찾게 되면서 부부관계에서 말 못 할 사정에 휩싸인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주했지만 서울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남한보다는 자유롭지만 1980년대에 이북을 방문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은둔의 나라, 독재의 나라로 들어가는 것은 곧 월남민들에게도 남한과의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해야 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 p.175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남한 정부는 해외동포들이 남북 교류와 평화통일운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정치의 영역으로 제한함으로써 북한 문제에 대한 국가주의 입장을 강요했고, 이런 정책 기조를 해외동포들에게 엄격하게 적용했다. 1987년 남한의 민주주의 이행은 대북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국가 정책에 압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전기였다.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 7·7선언 발표 이후 북한과 교류가 완화되기 시작한 것은 해외동포들이 먼저 물꼬를 터놓은 덕분이었다.
--- p.214

김우종은 한국 문학을 말하는 대담 프로에서 사회성 문제로 서정주와 감정의 돌발 사태를 일으켰다. 1980년대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서정주와 있었던 일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감정이 메말라서 시를 안 읽습니다”라고 서정주가 말하자 김우종은 이렇게 맞받았다. “아닙니다. 요즘은 시중에서 시집이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다만 선생님의 시만 안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시에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서정주는 벌떡 일어나 스튜디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텔레비전 녹화가 중단되는 방송 사고였다. 패널은 몇 명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매달린 인원은 20명이 넘었다. 한참 뒤에 뒤쫓아 나갔던 프로듀서와 함께 서정주는 되돌아왔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사회 문제만 (신경)쓰면 시는 다 망친단 말이오.” 그때는 참혹한 광주 학살이 터지고 김지하는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 p.249~250

유태영 목사의 관점은 분단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공동체’ 구상에 있다. 이민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그는 고립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한다.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이질성 때문에 이민교회가 사회적으로 점점 고립되면 결과적으로 의식이 없는 교인과 교회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의식의 특색은 보수성이다. 그는 교회의 고립주의가 내적 보수성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았다. 변화하는 사회와 문화, 삶의 현장 속에 교회가 놓여 있어야 하고 당대의 고통받는 이민자들의 생활 속에 신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조직과 교리에 안일하게 얽매이지 않고 사회에 대한 책임과 헌신을 강조하는 공동체를 주창한다.
--- p.273~274

오동선은 납세고지서를 받아든 때의 감격을 이렇게 회상한다. 서울 장사동에 삼화전기상사 간판을 올린 지 1년이 되는 날 종로세무서로부터 납세고지서를 받았다. 서류를 본 그는 한동안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적셨다.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다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비로소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국가가 그 구성원에게 부여하는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공동체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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