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운동회날이 돌아왔습니다. 무용에 대해서는 선생님이나 아이들 모두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운동회 프로그램에는 4학년 무용 제목이 '덕수춤'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모두 자기들이 추는 춤을 바보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학년 무용 차례가 돌아오자,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나가 섰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질서가 없어 보였습니다. 줄도 삐둘빼둘이고 아이들은 웅성웅성하며 정신을 차리지 않아 긴장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윽고 선생님과 덕수가 조회단으로 올라가자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덕수가 몸을 움직여 바보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덕수를 따라 바보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도 바보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음악 소리가 경쾌하고 신나니까 딴 데 정신을 팔던 구경꾼도 눈을 돌려 4학년들이 추는 바보춤을 구경했습니다.

여태까지 어느 운동회에서도 보지 못했던 바보춤은 아주 새로웠습니다. 특이하고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구경꾼들의 눈은 어느덧 바보춤으로 모아졌습니다. 바보로 소문난 덕수가 대표로 조회단에 서서 시범을 보이고 있는 것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선생님도 바보를 따라 춤을 추고 2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두 바보를 바라보며 열심히 춤을 추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흉을 보거나 얕보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잘 한다!'
'멋있다!'
'신난다!'

머리를 도깨비 뿔처럼 고무줄로 동여묶고 다리를 흔들거리며 걷는 덕수는 모자란 아이다. 그래서 덕수는 늘 아이들에게서 바보라고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받는다. 이 창작동화집의 표제작인 <바보춤>은 그런 덕수가 운동회날에 보여 줄 단체 무용을 연습하면서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재미있고 신나게 추는 과정을 통해 선생님과 아이들이 덕수를 이해하게 되고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br/><br/>면장이 된 할머니와 청소부가 된 할아버지의 삶의 이력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두 노인이 걸어온 길>, 저금할 돈을 잃어버린 순영이가 자기 짝인 정태를 의심했다가 결국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저금하던 날>, 새어머니의 무관심과 자신의 방심으로 끝내는 물에 빠져 죽게 된 소년의 가슴 아픈 죽음을 다룬 <물안경을 쓰고 간 친구>, 월남전 때 고엽제를 맞아 몹쓸병에 걸린 만수 할아버지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생명 사랑을 몸소 실천해 가는 모습을 그린 <산딸기를 슬프게 한 사람>, 한 가족의 다정하고 소박한 삶을 따뜻하게 그린 <아버지, 사랑해요>,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흉보던 사람들이 자신들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행태를 비판하는 <큰코 다칠 사람들>, 땀 흘리며 사는 삶의 소중함을 다룬 <땀으로 사는 사람들> 등 우리 이웃의 삶을 통해 아이들이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던져 주고 있는 창작동화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