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재능은 저주’라는 말에 몹시 공감하며, 때로 마음이 고통스러워질 때마다 ‘하지만 이 어중간한 것이라도 없었으면 틀림없이 굶어 죽었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의 균형을 맞춘다.
--- p.17, 「마음의 균형」 중에서
신입 시절, 항상 상냥함을 잃지 않고 웃는 얼굴로 모든 동료를 친절하게 대하는 직장 상사분이 계셨다. 전 직원들이 다 보는 사무실 한가운데서 아주 높은 상사에게 모욕적으로 질책을 당해도 상냥하고 밝은 태도가 조금도 무너지지 않는 굉장한 분이었다. 어느 날 그분과 티타임 미팅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신 거냐고 여쭈어봤던 적이 있다. 그분은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 씨, 상사가 질책할 때는 속으로 ‘그래서 뭐? 나를 죽일 거야, 어쩔 거야??’라고 한번 생각해봐요^^”라고 대답해주셨다. 이 비기는 그 뒤로 질책을 당할 때마다 놀랍게도 꽤 효과가 있어서, 정신이 아득해지며 호흡이 힘들어지는 증상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었다.
--- p.32, 「그래서 어쩔 거야」 중에서
가끔 너무 힘들지만 이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기에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 때는, 그 흐름을 의식하며 ‘지금도 흘러가는 중’이라고 생각해본다. 지금 그 흐름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p.37, 「지금도 흘러가는 중」 중에서
살다 보면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 마음이 부러지거나 박살나버려서 몸도 정신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서며 마치 주문을 외듯, ‘예절, 친절, 예절, 친절, 예절, 친절, 예절, 친절…’ 하고 중얼거린다. 만약 가깝거나 좋아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특별히 더 신경을 기울인다. 그런 분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판단되면 충격이 곱절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 p.60쪽~61, 「마음이 부러졌을 때의 행동 지침」 중에서
자신의 업무 실수를 사과하는 동료분에게는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로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실수니 괜찮다고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사실 그 행동에는 ‘그러니까 다음번에 제가 실수하면 한번 봐주세요’라는 의도가 숨어있다.
--- p.95, 「숨은 의도’
상냥한 고슴도치는 통각이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상처를 입힐 때도 상처를 받을 때도 남들보다 몇 배나 더 심한 통증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자신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고 타인도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는 안전한 거리를 찾으려 애쓴다. 그렇게 점점 안전거리를 넓혀가다 마침내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고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반경을 찾아낸다. 하지만 안전반경을 지키는 이상 그 누구와도 안전반경 이상 가까워질 수 없다. 상냥한 고슴도치는 그렇게 상처 없는 고독 속에서 외로움이라는 가장 뾰족한 가시에 결국 마음의 가장 아픈 곳을 찔리고 만다.
--- p.123~124, 「상냥한 고슴도치의 딜레마」 중에서
사내 권력 경쟁에서 등을 돌리고 그 죽음의 나선에서 내려오면,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스스로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자존감과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 p.141, 「끝나지 않는 싸움」 중에서
간혹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고 있는 지인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말을 고르고 고르다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쁨에 말을 얹는 것은 참 쉬운데 슬픔에 말을 얹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 p.187, 「말을 고르는 일」 중에서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의 말을 어떤 자세로 듣는지는 사회성 레벨을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척도이다. 나는 어떻게든 중간에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레벨을 클리어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 p.232, 「끝까지 듣는 단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