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1동은 한성대 앞동네로 흔히 삼선교라고 부른다. 한성대 왼쪽에 있는 삼선2동의 골목길 동네는 거의 헐리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라는 점에서, 삼선1동의 의미는 남다르다. 북한산의 서북쪽 서울성을 끼고 있는 삼선1동은 해가 빨리 지는 지형구조다. 그래서 차분한 동네처럼 보인다. 삼선1동의 조형적 특징은 계단이다. 쭉 뻗은 계단, 넓은 계단, 좁은 계단, 꺾인 계단, 막힌 계단 등 다양하다. 그 구조도 복잡하면서 불규칙적이다. 또한 계단과 집이 만나는 포켓 공간도 독특하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한남동은 배산임수 형태다. 이런 것은 한남동이 한강과 남산의 준말이라는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남동 남쪽에 위치한 남계천길에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많다. 그 골목길 안에 점집이나 주택형 절 들이 사이사이에 박혀 있다. 북쪽에 위치한 해맞이길에는 남산의 산세가 흘러내려오는지라, 햇빛이 그리운 불규칙적이고 무형식적인 골목길이 많다. 복잡하니 공터도 생긴다. 이 공터는 좁은 길의 갑갑함을 느슨하게 만든다.
이태원에 무슨 골목길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이태원의 진짜 매력은 그 이면에 형성된 골목길 동네이다. 솔마루길, 이화시장길, 버드나무길 등에서 이태원의 참멋을 느낄 수 있다. 이태원을 잇는 도깨비시장길은 우리가 잃어버린 나들잇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촌, 유흥업소와 서민의 공간이 공존하는 독특한 이태원 골목은 한국 현대사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 주류에서 밀려난 소수자들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 성적 소수자, 유흥업소 종사자 등이 그들이다.
용산2가동은 흔히 용산이라 부른다. 남산의 남쪽 기슭을 타고 앉은 용산2가동은 전형적인 배수임산으로 기분 좋은 남향이다. 그런 지형적 특징 때문에 용산에는 역동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계단 골목길이 많다. 또한 많은 사람도 다녀야 하고, 작은 차라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용산2가동에는 방사선 방향으로 길이 나 있고, 그 사이사이에 거미줄처럼 실길들이 이어져 있다.
북아현동은 북한산의 서쪽 봉우리라고 할 수 있는 안산을 끼고 있으며, 재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망가지지 않은 골목길도 있다. 북아현동 골목길의 특징은 짧은 꺾임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의 위계가 없고, 길들이 거의 비슷비슷해 보인다. 황토색 나무문이 많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청파동은 아기자기한 골목길 동네는 아니지만, 한국 현대사를 압축해놓은 듯 도시형 한옥, 일제 강점기 때의 주택, 195,60년대 서민주택, 1970년대 양옥, 1990년대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이 거의 다 모여 있다. 20세기 집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식 양옥과 일본식 주택, 도시형 한옥 들 사이사이에 소설이나 영화 소품 같은 골목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청파동의 특징이다.
서계동은 청파동과 만리동 사이에 끼어 있다. 서계동은 큰 골목길은 없지만, 단편적 흔적으로나마 옛날 골목길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신흥개발지처럼 어수선하다. 서계동 계단 골목길의 특징은 비정형, 선험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계획된 골목길이 아닌,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방향과 형태가 결정된 계단이 많다.
유서 깊은 동네 삼청동에는 한옥 골목처럼 다른 골목길에서 볼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전통 한옥집, 서민주택, 양옥집 등이 섞여 있는 삼청동의 골목길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으며, 골목길 풍경이 다채로워 걷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한편 삼청동 골목길의 다른 특징은 경사 가 높은 갈림길이 많다는 점이다. 지그재그로 길의 꺾임이 급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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