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질환이 일반 질환과 비교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예를 들어 암과 같은 일반 질환은 ‘오늘’ 1명의 환자가 ‘내일’ 회복되거나 불행히도 사망하면 그 수가 1 또는 0이 된다. 변화가 없다면 그대로 1이다. 그런데 감염성 질환은 오늘 1명이라도 수주 내에 감염 환자가 1,000명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기하급수적 확장성이 감염성 질환을 심각하게 만든다. 역으로 감염성 질환은 일반 난치성 질환과 비교하면 예방을 할 수 있다.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같은 일반 질환은 미리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감염성 질환은 감염 원인체를 규명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 pp.14~15, 「1장 바이러스 바로 알기」 중에서
바이러스는 동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물에 감염될 수 있지만, 바이러스 종마다 특정한 숙주에만 감염된다. 천연두바이러스는 사람에게만 감염되고, 조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조류와 가금류에만 감염된다. 식물 바이러스도 철저한 숙주 특이성을 나타낸다.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는 담뱃잎에 감염되며 은행나무는 감염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대부분 자연숙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들은 특별한 질병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 p.40, 「1장 바이러스 바로 알기」 중에서
동물과 인간의 밀접한 접촉 때문에 동물을 자연숙주로 삼는 바이러스가 인체 환경 감염에 성공하면 사람에게서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이 만나 종간 장벽이 파괴 되어 생기는 인수공통감염은 과거에도 나타났다. 독성이 훨씬 강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도 있었고, 약한 증상만 일으키는 바이러스 질병도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들 바이러스 질병이 발생 지역에만 국소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끝났기 때문 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수공통감염이 오늘날에는 교통망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까지 퍼지는 데 단 24시간이면 충분해 그 위험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 p.55, 「2장 바이러스는 어떻게 출현하고 번식하는가」 중에서
바이러스가 숙주에 침입하면, 숙주의 면역방어 시스템이 작동 된다. 면역방어 작용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바이러스는 급성감염 혹은 만성감염 바이러스로 나뉜다. 급성감염 바이러스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는 면역반응이 최대에 도달하기 전에 신속하게 복제한 후 탈출해서 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 페달을 계속 밟아야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듯이 급성감염 바이러스가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1~2주마다 계속 새로운 숙주를 찾아 감염시켜야 한다.
--- p.85, 「2장 바이러스는 어떻게 출현하고 번식하는가」 중에서
인플루엔자 독감은 보통 겨울철에 유행하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코로나19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겨울철에 인플루엔자보다 더 흔한 감염성 질병은 감기다. 사람들은 매년 평균 세 번 이상 감기에 걸린다. 감기 증상은 코 주위 점막의 염증에 의한 비염, 코막힘, 콧물 그리고 발열이 수반되지 않는 전반적인 불쾌감 등이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바이러스 모두 상부기도에 감염되기 때문에 코감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코감기 증상만 있다면, 적어도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은 아닌 것으로 자가진단할 수 있다.
--- p.139, 「3장 팬데믹의 종식, 결국 면역이다」 중에서
집단면역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인이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다. 면역성은 자연감염 때문에 항체가 생기거나, 예방접종으로 항체를 형성하는 능동면역으로 획득된다. 혹은 항체 보유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분리한 후 무면역자에게 투여하는 ‘혈장치료법’ 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집단면역이 모든 감염성 질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사람들 간에 직접 전염되어 확산하는 질병에서만 작동된다. 예컨대 토양 등에 존재하며 상처를 통해 감염하는 파상풍균은 파상풍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지만 전염성이 없으므로 집단면역이 작동하지 않는다. 설령 주변의 모든 사람이 파상풍균 백신접종을 했다고 해도, 백신접 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 녹슨 못에 찔려 파상풍에 걸릴 수 있다.
--- pp.155~156, 「3장 팬데믹의 종식, 결국 면역이다」 중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자의 호흡기를 통해서 방출된 비말은 대부분 1~2m 이내에서 중력에 의해 표면으로 떨어진다. 작은 크기의 비말(에어로졸)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약 3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고, 판지에 묻으면 24시간, 플라스틱 혹은 강철에 묻으면 2~3일간 생존한다. 흥미롭게도 구리 표면에서는 4시간 동안만 생존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
--- p.180, 「4장 코로나19 파헤치기」 중에서
최우선 순위에 있는 치료제는 중증을 완화해줄 수 있는 염증반응 제어물질 치료제다. 중화항체를 유도할 수 있는 예방용 백신 개발 연구뿐 아니라 중증완화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꿈의 염증반응 조절 물질은 면역반응에 필요한 만큼의 염증반응은 일어나게 하면서 과도한 염증반응은 억제하는 것이다.
--- p.218, 「4장 코로나19 파헤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