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헤이가 아내를 죽이려 했을 때 죄는 누구에게 있었던 걸까? 아내를 죽이려 했던 요헤이였을까, 아니면 요헤이에게 그런 마음이 들게 했던 아내였을까. 이 수용소는 감옥이 아니라고 하고 그 대우도 감옥에 있는 죄인과는 틀림없이 다르지만, 어쨌든 세상에서 격리시켜야 할 만큼의 이유는 있는 것이다. 나는 한 조각 비단 때문에 누명을 썼고,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분명하게 밝히려다 오히려 폭행을 당하고 결국에는 이런 곳으로 보내졌다. 이런 경우 죄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조그만 은장이가 필요에 못 이겨서 작은 금화를 녹여 재료로 쓰는 경우가 있다. 들키면 통용화폐를 훼손한 죄로 벌을 받는다. 와타분에서는 어린 점원을 써서 거의 공공연하게 금화를 깎아내고 있다. 환전상이라면 어디서나 그렇게 하고 있다던데, 그것이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어째서일까? ―작은 금화를 녹인 은장이는 가난해서 재료를 살 수 없기 때문이지만, 와타분이 금화를 깎아내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욕을 위해서다. 진짜 죄를 물어야 할 곳은 어디란 말인가, 라고 에이지는 마음속으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반문했다.
-에이 씨는 머리가 좋으니 내가 하는 말 같은 건 우습지도 않을 테지만, 제아무리 현명해도 사람, 자신의 등을 볼 수는 없는 법이니.
-에이 씨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으로는 어디서나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훌륭한 장인이 되고 나면 호코도가 아니었어도, 사부 짱과 오스에 짱이 없었어도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너는 말할지도 몰라. 하지만 역시 호코도가 있고, 사부 짱이 있고, 오스에 짱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울 수가 없잖아.”
-너는 외톨이가 아니다, 아무리 적게 꼽아보아도 사부 짱과 오스에 씨와, 오노부 씨 등이 있지 않은가,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외톨이가 아니다, 라는 의미의 말이었다. 그야 어쨌든 세상에서 인정을 받고 존경받는 사람에게는, 그 그늘에 모두 사부와 같은 사람이 붙어 있다는 오노부의 말은 아픈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