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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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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8

: 제3부 어둠의 산하

조정래 | 해냄 | 2020년 10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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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70g | 139*204*30mm
ISBN13 9788965749387
ISBN10 8965749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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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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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히 흐르는 질펀한 이야기 구도 속에
우리 민족의 집요한 생명력을 심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녘끝은 아슴하게 멀었다. 그 가이없이 넓은 들의 끝과 끝은 눈길이 닿지 않아 마치도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싶었다. 그 푸르름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채 멀고 작은 점으로 찍혀 있었다. 그런데 그 넓은 들은 한낮의 생기를 잃고 야릇한 적요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초록빛 싱그러움을 뒤덮으며 들판에는 갯내음 짙은 바람이 불고 있었던 것이다.

거칠게 휘도는 바람을 앞세우고 탁한 회색빛 구름이 바다 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시꺼먼 먹구름은 하늘을 금방금방 삼켰다. 그리고 그 두껍고 칙칙한 구름덩이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꿈틀대고 뒤척이며 뭉클뭉클 커져가고 있었다. 순간순간 그 형상이 변하고 있는 먹구름은 무슨 살아 있는 괴물처럼 흉물스럽기도 했고, 무슨 액운을 품고 있는 것처럼 음산하기도 했다.
---「역부의 길」중에서

“아니, 저 나무가 어찌 저리 생겼소?”
“저것이 나무기는 나무요?”
“허 참, 고것 요상허게도 생겼네. 털 다 뽑고 꽁지만 남은 달구새끼꼴 아니라고?”
“참, 나무치고는 어지간히 못났네.”
그건 바로 야자수였다.
배가 부두에 가까워지면서 그들에게 눈선 것은 그 키 큰 나무만이 아니었다. 멀찍이 보이는 산 모양새며 나무숲도 눈설었고, 집들도 눈설었으며, 사람들과 그 차림새도 눈설었다. 그러다 보니 하늘도 눈설고 햇볕이며 바람까지도 눈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들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반도와 기후가 다른 하와이는 하늘 색과 바다 색이 달랐으며, 햇볕의 강도나 바람의 감촉이 달랐고, 따라서 나무들 종류도 달라 숲 모양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이나 감각은 정확했던 것이다.
---「이민이냐 노예냐」중에서

송수익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으로 이틀을 서성거렸다. 가슴에서는 장지연의 글에서 받은 비분이 절망감으로 가라앉기도 하고 저항감으로 솟구치기도 하면서 끓고 있었다.
송수익은 생각 끝에 신세호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정재규는 이미 말 상대가 아니었고 이런 경우에 서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것은 신세호였던 것이다. 그러나 신세호와 생각의 방향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세호는 전통적인 유생의 길을 지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단발 같은 것은 아예 용납되지 않았다.
신세호는 초가의 사랑방에서 먹을 갈고 앉아 있었다.
“어서 오시게, 수익이. 내가 자넬 찾아가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네 발길이 더 빨랐네그려.”
신세호는 약간 웃음지은 얼굴로 송수익을 예절 갖추어 맞아들였다.
“그간 잘 지냈는가. 세속을 멀리하고 묵향 속에 묻힌 몸이라, 과시 선비다운 모습이로세. 무슨 글을 짓던 참인가?”
송수익은 자리를 잡고 앉으며 벼루 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큼직한 벼루와 조그만 연적이 눈에 익었다. 방 안에는 먹내음이 그윽하게 담겨 있었다.
---「우리 어찌 살거나」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폭넓은 역사적 상상력과 소설적 진실이 함께 빚어내는 감동
수난의 역사를 정신적으로 극복한 우리 소설문학의 또다른 자부심


1910년, 이른바 ‘한일합방’을 앞두고 김제군 죽산면에 사는 감골댁의 아들 방영근은 빚 20원에 하와이에 역부로 팔려간다. 그 무렵 일본인들의 조선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하시모토와 쓰지무라는 죽산면 일대의 땅을 모조리 차지하려는 야심을 품고, 백종두와 장덕풍 등은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친일과 돈벌기에 혈안이 된다. 한편 개화사상을 지닌 양반 출신 송수익, 신세호 등은 외세에 대항해 의병활동을 전개하고 승려 공허도 의병항쟁에 뛰어든다. 송수익은 항쟁 중 부상을 당해 공허의 안내로 암자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이때 송수익이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리는데…….

의병활동에 참여했던 지삼출과 손판석은 의병활동이 해산되자, 일본군에게 잡힐 뻔한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만주로 떠난다. 감골댁의 가족들도 여기에 합류한다. 감골댁의 딸 보름이와 수국이는 지주의 아들과 일본 앞잡이들의 괴롭힘을 당하며 몸을 버린 뒤, 험난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 당시 방영근을 비롯 하와이에서 노예 같은 삶을 살아가던 한인들은 악독 농장주에 대항해 쟁의를 일으키고 한인회를 결성해 힘을 도모한다.

송수익은 만주로 가서 독립군을 이끌며 대종교로 입교하고, 신세호는 송수익과 사돈을 맺어 그의 가족들을 돌보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다. 그 무렵 일제에 의해 토지조사가 실시되고, 만주와 조선을 오가며 독립자금을 모으던 공허는 송수익을 마음에 두고 있던 청상과부 홍씨와 사랑에 빠져 결국 아들까지 두게 된다.

일본의 앞잡이 양치성은 신분을 숨기고 송수익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국이를 협박해 강제로 동거를 한다. 그러던 중 만주에서 일본토벌대의 조선인 살육이 자행되면서 양치성의 농간으로 감골댁도 비참하게 죽고 만다. 암울한 시대 분위기 속에 3·1운동의 소식이 들려오고…….

사회주의 운동이 거세지면서 정 부자집 셋째 정도규는 사회주의자가 되어 소작투쟁을 선동하고, 연해주 빨치산 이광민, 윤철훈, 윤선숙 등이 여기에 합류한다. 그러자 이미 죽산면의 땅을 반 이상 차지한 거대지주 하시모토는 공산주의자 색출에 열을 올린다.

무정부투쟁을 계획하던 송수익은 주장록의 배신으로 관동군에게 잡히고 만 후,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결국 모진 고문 끝에 옥사한다. 그의 아들 송가원과 중원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독립운동에 헌신한다. 공허는 보름이의 아들이자 혈청단원인 오삼봉을 데리고 압록강을 건너다 총에 맞아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그 즈음 한인 20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고 동북 항일연군 소탕령이 발동되어 많은 조선독립군이 전사한다. 또, 조국을 위해 싸우던 많은 이들이 생체실험과 강제징용의 희생자가 되어 목숨을 잃는다. 마침내 일본의 패전 소식이 들려오지만, 중국인들이 만주에 있는 조선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몰려오면서 해방을 맞은 이들은 고향땅도 밟지 못한 채 광막한 만주로 다시 유랑의 길을 떠나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조정래의 『아리랑』은 광범위한 역사적 자료를 놀라운 문학정신으로 응축, 수난과 굴욕의 현대사를 투쟁과 승리의 대서사시로 펼쳐 보였으며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생생하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 이이화 (역사학자, 前 역사문제연구소장)
일제 침략기의 역사적 사건들을 씨줄 삼고 폭넓은 사료의 취합과 세밀한 현장 묘사를 날줄 삼아 짜낸 이 거대한 현대사의 직조물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소설가가 또한 시대정신을 짊어지고 가는 ‘소크라테스적 등에’임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 진형준 (문학평론가)
조정래는 『태백산맥』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한 봉우리를 민족문학의 지반 위에 세웠다. 우리를 식민지시대의 굴욕과 열등감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삶과 애증을 통한 진한 문학적 감동에 사로잡히게 한다.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90년대의 걸작이다.
- 신경림 (시인)
『아리랑』은 두 가지 탁월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우리의 분단상황으로 굴절되고 매몰된 식민지시대의 역사를 객관적이고 총체적으로 복원한 점이다. 둘째는 식민지 상태에서 우리 민족이 유랑할 수밖에 없었던 세계 여러 지역들을 작품 속에 모두 포괄한 점이다. 이러한 작업은 문학계와 역사학계를 통틀어 최초로 이룩한 업적이다.
- 강만길 (역사학자, 고려대 명예교수)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발자크, 숄로호프, 마르케스에 이어 조정래는 이미 우리 문학을 세계문학에 진입시켰다. 그가 자랑스럽다.
- 황지우 (시인)
이제 나는 민족주의란 사상이라기보다는 한 역사공동체의 생명이며 운명이라는 것을 『아리랑』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 김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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