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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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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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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46쪽 | 462g | 152*210*22mm
ISBN13 9788925567273
ISBN10 89255672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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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 너무 갑작스러운 데다 처음 당하는 일이다 보니, ‘누가 시비를 걸면 절대 차에서 내려선 안 된다’ ‘시동을 끄면 블랙박스가 꺼지니까 시동을 꺼선 안 된다’ 등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바로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무슨 일이세요” 하고 물었다. 그 순간, 곧 나를 때릴 듯한 허공 주먹질과, 폭언이 시작됐다.
나는 나 자신의 태도에 매우 경악했다. 합리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변호사를 업으로 하는 나는 그저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내뱉고 있었다. 두 손은 고장이라도 난 듯 자동으로 그 사람을 향해 빌고 있었고, 너무 무서워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언어를 전공하고 법을 공부한 내가, 언어와 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 p.65~66

소송 전 상담을 모두 마치고, 당사자의 분노와 고통을 가득 담아 키보드가 부서지듯 소장을 작성하고 있다. 갑자기 문자가 온다.
“변호사님 이혼 안 하게 됐어요. 죄송해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참 묘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화해에 대해 사과를 받는 입장이라니. 키보드에서 손을 떼며 말씀드린다.
“죄송하실 것 없어요. 아니 죄송하시면 안 되죠. 꼭 행복하세요.”
--- p.185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나중에 내 아이가 크면 한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은 생겼다. 바로, “잘 싸우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것. 안 싸우는 사람은 무조건 참기만 하는 사람이라 오히려 좋지 않다. 싸울 때 상대방에게 현명하게 주장을 전달하고 서로 원하는 것을 잘 조율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뭐든 잘 해낼 사람이다.
소송을 하면서도, 자기 진심은 숨기고 괜한 기 싸움으로 논점을 흐리면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날 것 같더라도 그걸 나쁜 방식으로 표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결혼 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자주 느낀다. 잘 싸우는 것, 정말 중요하다.
--- p.116~117

60~70대 의뢰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이전 세대에 참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정작 자기 삶은 제대로 돌볼 시간조차 없었던 부모님 세대들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프다. 어디 그뿐인가.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로 경제 활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희생을 당연히 강요받고 지내온 어머니들과 가장 역할을 하느라 손발이 다 닳도록 뛰어다녀야 했던 아버지들. 그분들에게 진 빚을 우리는 언제쯤이면 다 갚을 수 있을까.
--- p.175

엄마와 딸이 함께 찾아와 이혼 상담을 받을 때면 내 앞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신기하게도, 싸움의 내용은 거의 같다. 어머니는 딸이 양육권을 아이들 아빠에게 보내고 자주 면접 교섭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딸은 재산 분할은 다 포기하더라도 양육권은 절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엄마는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데 왜 내 편을 안 들어? 변호사님, 저희 엄마 좀 설득해주세요.”
“아이들을 맡겨야 새 출발이 쉽지. 왜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니. 변호사님 얘 좀 설득해주세요.”
엄마이기도 하고 자식이기도 하니, 이 마음이 둘 다 이해가 되어 곤란할 때가 많다. 결국은 다 내 자식이 0순위라서, 내 새끼밖에 안 보여서 그런 것 아닐까.
--- p.247

사람은 후회의 동물이다. 후회는 작은 불씨에서 미화된 추억을 촉매 삼아 자책이란 큰 불로 번진다. 그때 왜 그랬을까. 내 잘못일지도 몰라. 내가 잘못했지. 되돌릴 수 없을까? 난 왜 이럴까. 이혼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 p.290

“변호사님, 저 새로운 사람 생겼는데 너무 잘해줘요. 제 얘기 이렇게 잘 들어주는 사람 처음이에요.”
“저 이번에 작은 가게 차렸어요. 사업이 아주 적성이네요. 라면 가게인데, 놀러오세요. 혼밥 하는 사람들 위한 가게예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분들이 지었던 표정을 기억하기에 그 미소가 더 감사하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 선택하고,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모습은 항상 아름답다. 삶을 헤쳐 나가는 법을 알려주는 내 의뢰인분들이, 내게는 가장 큰 스승이다.
--- p.29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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