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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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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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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10쪽 | 248g | 127*188*15mm
ISBN13 9791196684686
ISBN10 1196684685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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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이제 막 그녀 옆머리에 박혀 피가 미처 솟구치지도 않은 순간. 권총의 섬광이 그녀 얼굴에 번쩍였다.
모든 것은 대낮처럼 명료했다. 그녀는 아주 차분하고 편안하게 떠났다. 총알에 맞은 충격으로 고개가 반대쪽으로 살짝 기우는 바람에 옆모습이 똑바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눈과 입은 틀림없이 웃고 있었다.
--- p.8

그들은 날 죽이려 들 거야. 판사가 뭐라고 말할지 나는 정확히 알고 있지. 그의 표정만 봐도 사형선고를 내리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어. 내 뒤에 앉은 사람들도 사형선고를 듣고 싶어 하겠지. 안 봐도 그런 기운이 느껴져. --- p.17

마라톤 댄스 대회는 한때 해상 유원지의 무도회장으로 쓰인 대형 건물에서 열렸다. 바다에 말뚝을 박고 세운 다리 위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건물 아래로는 파도가 밤낮으로 철썩였다.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듣는 것처럼. 나의 두 발이 파도의 솟구침을 느낄 수 있었다.
--- p.30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고 손님들은 신이 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라톤 댄스 대회에서는 언제라도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겨난다. 뭔가 일이 벌어지면 장내는 순식간에 들썩거린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 댄스는 투우 경기와 비슷하다.
--- p.51

마리오가 살인죄로 체포되었을 때는 참 많이 놀랐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착한 사람이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게 이제는 이해가 간다. 나는 누구보다 글로리아에게 친절했다. 결국엔 그런 내가 총을 쏴 글로리아를 죽이고 말았지만. 그러니 착하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 p.58

바닥에 드리운 삼각형의 햇살 조각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마침내 삼각형이 작은 덩어리로 뭉개져 내 다리에 달라붙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내 몸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그 작은 덩어리가 턱까지 올라왔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얼굴에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발뒤꿈치를 들었다. 눈을 부릅뜨고 창밖 태양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나도 눈부시지 않았다. 순식간에, 햇빛은 자취를 감췄다.
--- p.64

새로운 경험이란 건 없다. 어떤 일을 겪어본 적 없다거나 생전 처음 겪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보거나 냄새를 맡고, 듣거나 느끼는 순간, 처음인 줄로만 알았던 그 경험을 과거에 이미 겪어보았음을 깨닫게 된다.
--- p.80

판사가 내 앞에 앉아 안경 너머로 날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고 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안경을 관통하는 그의 시선처럼, 그의 말도 나오는 족족 내 몸을 관통해버린다. 판사의 안경이 그의 시선을 잡아두지도 가둬두지도 못하는 것처럼, 내 귀와 머리는 그의 말을 좀처럼 담아두지 못한다.
--- p.176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바깥공기는 축축했지만 상쾌했다. 마치 내 폐가 맑고 묵직한 공기 덩어리를 한 입 베어 무는 느낌이 들었다.
--- p.197

나는 가만히 바다를 내다보며 할리우드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그곳을 가본 적이 있기는 했던가. 혹시 이 모든 게 꿈이어서, 곧 아칸소 집에서 깨어나 배달할 신문 더미를 안고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건 아닌가.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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