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는 말 그대로 라이프스타일이다.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끝’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 것이냐에 대한 선택이다. 비운 자리에 또 다른 삶의 선택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나는 ‘버리기’보다는 ‘비움’이라고 말한다. 채움은 비움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흔히 미니멀라이프에 실패했을 때 쓰는 말이기도 한데, 난 비운 자리에 무엇을 채우느냐까지가 미니멀라이프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물건을 비우고 새로운 물건을 채우면서 환경 의식도 함께 채운다거나, 여유가 생긴 만큼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로 그밖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우거나, 점점 더 달라지고 나아질 우리 가족의 변화로 채울 수 있다. 또 다른 물건으로 채우고 싶다 해도, 괜찮다. 비움 뒤에 오는 채움은 분명 이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더라 도, 괜찮다. 그러면서 당신의 진짜 라이프가 시작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미니멀라이프를 받아들였다. ‘미니멀라이프’라는 용어까지는 모르더라도 우리 집이 깨끗해졌다는 건 첫째 아이도 쉽게 눈치챘다. 그리고 큰 변화도 있었다. 아이가 정리된 모습과 어질러진 모습을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정도 구분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아이가 놀고 난 후,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자기 전까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그대로 놓고 자러 들어가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아이의 일상이었다. 가끔 청소하며 정리를 하더라도 다시 꺼내 어지르면서 놀기 때문에 그동안은 정리라는 의미가 없었다. 나도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그런 일상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는데, 그런 나보다도 아이가 먼저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하고 자러 들어간다는 것은 정말 큰 변화였다. 첫째 아이가 장난감을 정리하면 둘째 아이는 책을 정리하는 식으로, 형의 행동을 보며 둘째 아이도 자연스럽게 정리 습관을 배웠다.
--- 「chapter 1, 아이가 변했다」 중에서
물론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후에도 육아와 집안일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에는 그 시간을 의무감에 보냈다면, 이제는 아니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아니 그때는 아이가 하나였지만 지금은 아이가 셋으로 늘었으니 지금이 더 힘들다면 힘들 텐데, 마음의 여유는 그때보다 늘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육아도, 살림도 예전처럼 힘들지 않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관리할 물건이 적어지니 자연스럽게 청소 시간이 줄었고, 물건을 찾고 정리하는 스트레스도 없어졌다. 이제야 온전히 내가 내 살림을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살림이 재미있기까지 하다.
--- 「chapter 1,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중에서
정한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히 물건을 더 적게 가지는 게 아니다. 경쟁하듯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비우느냐도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비우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우기만 하면 괜찮은 건가? 쓰레기 산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든 말든 우리 집만 깨끗해지면 되는 건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산이 없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인가?
안타깝게도 나는 많은 물건을 쓰레기통으로 보낸 후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지금부터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비우는 게 좋은지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계속 살아갈 환경,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한다면, 조금 느리고 수고스럽더라도 올바르게 비우는 게 무척 중요하다.
--- 「chapter 1, 환경을 지킨다」 중에서
그러고 보면 어른들 눈에는 장난감만 놀잇감으로 보이지만, 아이들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놀잇감으로 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아이들은 적은 물건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어른인 우리가 편하자고, 또는 부족하게 키우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불안해서 그 자리를 계속 물질로 채워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 그 불안은 아이가 어려도, 커서 제 앞가림을 할 나이가 되어도 언제고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아이가 어리니 장난감이지만, 아이가 커가면 학원, 옷, 전자기기 등으로 바뀔 것이고, 그런 것은 끝없이 생기니 물건으로 불안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나도 아이가 셋이나 있다 보니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모든 육아 전문가들이 아이에게는 부모의 관심만큼 좋은 게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뭘 사줄까?’ 고민하며 인터넷 쇼핑하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싶다.
--- 「chapter 4, 갖고 놀 물건보다 같이 놀 사람이 필요하다」 중에서
내가 책을 비웠다고 해서 책에 대한 관심이나 문화생활이 줄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건을 비우면 그것을 좋아하는 마음까지도 비운다고 오해해서 잘 비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물건을 비움으로써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되고, 남기기로 한 물건은 그만큼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은 종종 구매도 한다. 책을 무작정 사고 아무 기준 없이 보관할 때보다, 오히려 설레는지 아닌 지를 기준으로 소장할 책과 비울 책을 구분하면서 내가 정말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고, 현재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 나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다.
--- 「chapter 6, 좋아하는 마음까지 비우는 건 아니다」 중에서
이런 생각을 하면 요즘은 너무 풍요롭다는 어른들의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옛날에 사는 게 아니라 지금을 사니까.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지키고, 바꿔야 할 것이 있다면 바꾸고, 좀 더 편하고 나와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옛날에 우리보다 좋지 않은 환경을 감내했던 어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좀 더 편안히 집안일을 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우리가 시행착오를 거쳐야 다음 세대에 지금보다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이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 「chapter 7, 내 습관은 언제, 어떻게 생긴 걸까?」 중에서
다음 집으로 이사한 후에는 벽에 시계 외에는 아무것도 달지 않았다. 자주 먼지를 털어주고, 청소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반을 달지 않으니 그 위에 있던 소품과 인형도 올려둘 곳이 없어 자연스럽게 비우게 되었다.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관리하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물건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 굳이 소품이나 인형을 관리하는 것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미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에겐 그런 시간이 오히려 취미로 여겨지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물건에 쓰는 에너지를 하나라도 줄이고, 그 시간을 나와 가족을 위해 쓰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지금은 비워진 공간, 깔끔하게 정리되고, 깨끗하게 청소된 공간이 최고의 인테리어라고 생각한다.
--- 「chapter 8, 물건보다 사람에게 더 신경 쓰고 싶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