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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이 좋은 선물
중고도서

너같이 좋은 선물

: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이야기

박 불케리아 저 / 윤진호 정리 | 예담 | 2011년 07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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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24g | 148*210*30mm
ISBN13 9788959136308
ISBN10 895913630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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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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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윤진호
「말아톤」, 「마이 파더」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2003년부터 부산 소년의 집을 찾아 아이들과 인연을 맺어왔으며 현재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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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 어디에 아이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아이들은 땅에서 뭔가를 파내 맛있게 먹고 있었다. 다가가 살펴보니 그건 진흙이었다. 밥을 놔두고 진흙을 파먹고 있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아이들은 사색이 된 나를 보고 겸연쩍었는지 ‘쫀드기(황토)’ 맛만 보고 금방 가려고 했다고 어물거렸다.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던 아이들이라 먹을 게 생기면 아무거나 입에 넣고 보았다. 황토도 아마 그렇게 먹기 시작한 것일 게다. 아이들에겐 그게 일종의 별미였던 모양이다. 희한한 건 진흙을 먹고 탈이 난 애들을 한 명도 못 봤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앞세워 식당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난 이런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야 한다. 아니, 이 아이들에게 진짜 ‘뭉치’가 되어줘야 한다. 그렇게 되길 기도했다. 내 나이 스물넷, 그해 여름에. ---p.33, 「스물넷, 누나 이모 혹은 엄마」

그런데 순간 팍, 하고 불이 나갔다. 원래 빛이 없는 곳이어서 사방은 일시에 완전한 어둠 속에 잠겨버렸다. 부대장님부터 공연을 지켜보던 군인들이 다들 웅성거렸다. 빨리 조치를 취하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들은 곧 잦아들었다. 합주부의 연주가 어둠 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휘몰아치는 선율이 어둠을 가르고 달려와 우리를 휘감았다. 하늘에는 아까 조명이 있을 땐 보이지 않던 별빛이 반짝거렸다. 순간 불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마치 축복을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우리 합주부라서가 아니라 이건 정말 천상의 소리였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최고의 연주를 낳은 밤이었다.---pp.133~134, 「어둠 속에서도 연주는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은 내가 나타나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침방 입구에 악장인 대희가 보였다. 나는 대희에게 어떻게 이 시간에 침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내 말투가 다정하고 차분할 리 없었다.
대희는 나를 노려보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수녀님 아들들이 우리한테 덤비잖아요.”
순간 내 머릿속 필라멘트가 탁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성을 밝혀주는 인자가 망가지자 눈앞이 깜깜해졌고 평정심은 수챗구멍에 쏟아진 물처럼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pp.189~190, 「26기의 지울 수 없는 상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조율 그리고 하모니가 무엇보다 중요한 게 오케스트라다. 연습하는 과정에서는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도 있고 선후배간에 날카로워질 때도 있지만 그 순간에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은 한 무대에 서야 할 사람들이다. 준비할 때는 치열해도 무대에 오를 땐 서로를 신뢰하고 격려하며 의지가 돼주어야 한다. 그건 어쩌면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삶의 태도이기도 할 것이다.
후배의 넥타이를 매주는 선배의 손길이나 선배의 머리 모양을 봐주는 후배의 눈길에서는 그런 동료애가 배어 있었다. 오늘 연주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pp.270~271,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축복이었네」

그렇게 개인적인 어려움을 뒤로하고 다녀온 카네기홀 공연은 그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오랜 세월 합주부와 함께 생활을 해온 사람으로서 한 가지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날, 그곳에서 보여준 연주는 최고였다. 그렇게 뜨겁고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연주는 내가 합주부를 맡은 이래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의 마음가짐을 기억하는 한, 삶을 허투루 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어떻게 그런 연주가 가능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자기를 한 줌씩 덜어놓을 수 있어서 우린 오케스트라가 된 것이라고.
---pp.281~282 「카네기홀 공연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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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의 선물이 되어준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아낌없는 정성과 눈물 어린 기도로 이들을 받쳐주는 엄마 수녀님들의 존재를 찬미하며 이렇게 읊조려봅니다. “좋은 사람, 좋은 마음, 좋은 선물은 바로 당신들입니다.”
이해인 (수녀, 시인)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아이들은 음악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어느 오케스트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어요.
정명훈(지휘자)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실력도 대단했지만 음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보통이 아니었거든요.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친구들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연주에 그대로 배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사라 장 (바이올리니스트)
예술의 전당에서, 카네기홀에서 공연해봤다고 이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내동댕이친 운명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교향악단이 길고 긴 불협화음 속에서 찾아낸 자신들만의 소중한 음악을 들려줄 때, 우리는 이들이 인생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명하는 기쁨을 깨달았음을 느낄 수 있다.
정윤철(영화 「말아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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