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이고, 과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여러 방면으로 찾아보았고, 과학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분야까지 기웃거렸다. 그렇게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면서 흥미로운 정보를 찾아냈다. 나는 인류의 기원을 출발점으로 삼고, 인류의 기원에 관한 최신 연구결과를 계속 확인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선조들이 진화해온 세상은 분명히 다르고, 우리는 여전히 ‘탐색자’ 위치에 있다. 우리는 섬처럼 사는 존재가 아니며,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존재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자 인간은 더욱 많은 사람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이 이렇게 무리 지어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물리학 법칙에서 벗어난다. 인간이 모여 있을 때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려면, 새로운 규칙과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 p.12, 「들어가며_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나?」
인간 세포 지도 프로젝트는 전 세계 55개국 584개 연구기관의 참여로 1,000여 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8년 4월에 처음으로 발표된 결과에는 50만 종이 넘는 세포의 세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데이터는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에 관한 이해 수준에 새로운 빛이 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소아기에 많이 발생하는 신장암의 일종인 윌름스 종양Wilms’ tumour이 사실상 태아가 가지고 있던 신장 세포이며, 이 세포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분열되면서 종양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윌름스 종양 환자는 전통적인 화학요법 치료 대신 세포 신호를 바로 잡아서 문제의 세포가 신장 세포로 성숙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 p.63, 「인간 세포 지도」
인류의 진화를 보여주는 몇몇 유전학적인 근거와 인류 역사의 상관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사람종이 실제로 진화한 역사는 ‘진보의 행진’에서 다소 편리하게 묘사한, 직선적인 과정과 큰 차이가 있다. 서로 연관된 살아 있는 생물 종을 두고 언제부터가 시작이고 어디가 종결 지점인지 확정하기는 힘들다.
--- p.28, 「사람속의 유일한 종 사피엔스」
2004년에 개봉된 어린이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에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미국 영화배우 톰 행크스Tom Hanks의 음성으로 이야기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만화가 아닌 최대한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게끔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 관객은 “좋게 이야기하면 당황스러웠고,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좀 무서울 지경이었다.”라고 말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자체는 최신 기술이었고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었다. 문제는
너무 실감이 나서 불쾌한 계곡의 영역에 들어간 것이었다.
불쾌한 계곡은 뇌가 ‘인간의 얼굴을 더는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고 인지하게 되는 지점은 어디인가?’라는 의문에 답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즉 이 해석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겨우 감지하게 되는 무언가를 보면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 p.124, 「불쾌한 계곡과 인간에 근접한 존재」
우리는 몸의 여러 부분이 다른 부분과 상대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순식간에 아는 굉장한 능력을 가졌다. ‘자기수용감각’으로도 알려진 이 감각은 대부분 학창시절에 배우는 오감에 속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자기수용감각은 외적인 감각이 아닌 내적인 감각이다.
대체로 자기수용감각은 우리에게 팔다리의 상대적인 위치와 머리의 각도, 몸통의 비틀림이나 구부러짐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한다. 뇌는 이 수많은 정보를 조합해서 복잡한 3차원 그림을 만든다. 눈으로 본 팔과 다리의 정보, 귓속에 체액으로 채워진 장치를 통해 파악되는 중력과 지면 대비 머리의 상대적인 방향에 관한 정보도 그러한 방식으로 통합된다.
--- p.168, 「장소에 대한 감각」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는 벽 때문이 아니라 떼 지어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구축된 사적 공간이 있고, 이곳을 다른 사람, 심지어 낯선 이가 침범하면 불편해진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곳에 끼어 있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심정임을 알고 있으므로 서로의 사적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인파 속에서 걸어갈 때 우리는 자신의 사적 공간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한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서로 부딪히지 않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 모든 노력 때문에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군중 속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은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벽이 아닌 군중을 이룬 개개인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하겐-푸아죄유 법칙을 따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291, 「달걀 타이머 수수께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