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 이론으로서, 그리고 문화이론으로서 로트만의 문화기호학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문화기호학과 로트만의 문화기호학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다. 로트만의 문화기호학은 ‘기호학적 체계’로서의 문화 자체, 즉 총체로서 작동하는 문화 자체의 기호학적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따라서 로트만 문화기호학이 우선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하부 체계(텍스트), 가령 예술, 종교, 광고, 신화, 이데올로기 등이 아니라 (그것 이전에) 그 모두를 아우르는 메타체계로서의 문화 자체이다.
--- pp.23-24
결론적으로 가추법은 대상에 대한 진리를 알아가는 탐구의 단계에서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추론의 모드이다. 다시 말해 이미지-다이어그램-은유의 도상적 기호를 통한 감각적 추리 과정이다. … 가추법은 도상적 기호(문학과 예술 텍스트)를 매개로 주어와 서술어의 통사적 관계에 기초해 지각적 판단의 형태로 체현된다. 통찰력과 자아통제적인 행위에 기반을 둔 창조적 가추법은 가상공간에서의 도상적 은유에서 언어적·신화적 형태인 담론 세계에서의 은유적 상징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존재한다.
--- p.59
이 글은 영화기호학의 방법론이 등장한 이후 시대적 한계를 넘어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부분을 소개하려는 시도이다. … 이 글은 개인적 감상과 인상 비평, 줄거리 요약이나 등장인물 소개를 넘어, 영상콘텐츠가 의미를 구축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데 의미를 둔다. 다시 말해 분석의 기초 작업인 스토리, 인물, 내용을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영화 매체의 특성까지 충분히 고려한 접근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 p.71
의식과 무의식의 토대가 되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을 탐구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신경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의식과 무의식의 토대가 되는 심층적인 영역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의식과 무의식은 뉴런들의 프로세스 결과에서 비롯된다. 이런 점에서 신경, 특히 뉴런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은 의식을 넘어 무의식에 이르는 기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 p.94
화쟁(和諍)의 축자적 뜻은 모든 이론과 논리의 대립과 갈등[諍]을 하나로 아우른다[和]는 것이다. … 무엇보다 화쟁은 연기론의 하나이기에 연기론의 속성과 논리를 포함한다. 전쟁을 하려던 두 나라가 서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임을 알고 화해하고 더 나아가 동맹을 맺는 것처럼, 대립물이 연기, 곧 상호관련, 인과(因果)와 조건을 형성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대립은 조화를 향해 운동한다.
--- pp.122-123
신화는 인간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된 이야기이다. … 동시에 신화에 대한 연구,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신화에 대한 해석은 21세기 현재 시점까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으며 범위와 방법론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호학은 신화학의 중요한 열쇠이다. 신화가 하나의 서사로 존재하며, 신화에 대한 해석은 결국 신화의 의미작용에 대한 연구가 되어야 하는데, 그 연구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론이 바로 기호학이기 때문이다.
--- p.180
서사기호학은 텍스트에 서사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작품에, 정념기호학은 정념이 많이 표출되어 있는 작품에 적용해서 분석하는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이 글의 분석 대상인 그늘처럼 서술자의 서술,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 심경에 대한 묘사, 내면의 갈등만으로 이루어진 심리 소설의 분석에서는 담화기호학 이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시도로 담화기호학 이론을 심리 소설에 적용함으로써 그 가능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 p.207
의미화된 기호로서의 박물관은 문화재와 자연재 같은 박물들을 특정한 대상으로 인식되고 해석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박물들이 수집되고, 보존되며, 전달 및 전시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 각각의 박물들은 박물관이 규정하는 방식들에 의해 의미화되고, 이를 통해 다른 박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고유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한 박물들의 의미가 관람객 또는 대중들에게 전달될 때, 박물관과 박물들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 p.214
세상의 모든 대상과 현상을 하나의 텍스트로 받아들이면서 체계적인 의미분석의 틀을 제공하는 기호학 영역에서 사진은 매우 중요한 텍스트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호의 세계 속에서 시각기호로서의 사진은 언어기호로 이루어진 텍스트와 함께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의미 활동의 중추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고정된 이미지로서의 사진은 도상, 조형, 영상기호 등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시각적 텍스트에 대한 분석과 해석의 근본적인 출발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
--- p.239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또는 일부에 작용하는 ‘재미’ 요소는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일과 재미가 융합되면서 재미는 목적개념이면서 동시에 수단개념이 되었다. … 이런 변화 속에 ‘재미’는 디자인 영역에 있어서 콘셉트 설정에서부터 아이디에이션, 그리고 실제 제작에 이르기까지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
--- pp.268-269
음악을 비롯한 예술작품에는 계산할 수 있는 규칙과 계산으로 환원하기 어려운 감성 영역이 뒤엉켜 있다. 질서는 선법과 화성학으로 재구성될 수 있으며, 이야기 구조는 문학 양식과 기호학적 원근법으로 조명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바흐의 샤콘느와 클레냥의 마지막 날 새벽에, 그리고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을 사례로, 의미론적 차원에서는 음과 화성의 계열적 구조를, 통사론적 차원에서는 선법과 선율을 대응시켜 보았다. 궁극적으로는 텍스트 서사구조의 층위에서 의미와 통사 및 담론적 특성을 유추해 기호학적 완결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 p.323
기호학자가 스포츠 경기의 규칙이나 경기 전략을 이해하는 데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 수준에 이르기는 어렵다. 그러면 기호학은 응용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 기호학이 의미생성 과정을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하면 개별 담화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의미 구조를 밝히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시도한 야구와 축구라는 스포츠 담화의 의미 분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포츠 담화는 자연언어의 분절 방식을 통해 설명될 수 없는 비언어기호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스포츠 담화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의미 구성단위를 찾고 그 구성단위들의 결합방식을 살펴본 것이다.
--- p.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