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인터뷰는 『빛의 돌』 발간 기념으로 프랑스 엑소 출판사에서 독점으로 웹사이트에 게재한 것이다.
선생님 경력을 보면 에세이도 썼고 소설도 쓰셨던데요, 맨 처음 쓴 건 무엇이었는지요?
사실 나는 열세 살 때부터 소설을 썼습니다. 이집트를 만나기 전이었죠. 대여섯 편 정도 될 겁니다. 이집트 학자라는 경력은 소설가라는 경력과 동시에 출발했습니다. 소설가와 이집트 학자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지요. 그때부터 내 작품은 폭넓은 독자층의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나는 에세이와 소설을 통해서 소설가와 이집트 학자로서 대화를 계속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 음악을 좋아하니까 소설은 오페라로 생각하고 에세이는 소나타로 보는 거죠. 공통점은 쓴다는 것이고, 주제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이집트를 연구하는 데 바치는 열정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그건…… 책입니다! 어렸을 때 주머니를 털어서, 피렌느가 고대 이집트 문명에 관해 쓴 훌륭한 책을 샀지요. 도서관 사서의 추천으로 말예요. 그 책에서 나는 친근하면서도 강렬하고 부유한 세계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나의 세계였어요! 이집트와 상관 없는 소설을 썼던 젊은 시절에는 독일문학과 네르발에 심취해 있었죠. 그 후에 난 고전문학(그리스, 라틴, 철학)과 예술사를 계속 공부했고 마침내는 소르본느에서 이집트학을 공부했습니다. 이렇듯 이집트에 대한 열정은 젊은 날에 시작되어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요. 매번 여행을 할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끼며 몰랐던 것을 새로 발견하게 되지요. 영광의 3천 년을 구가했던 이집트가 어떻게 한 번에 그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것을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는 거고요…….
이 책 『빛의 돌』은 신비한 마을에서 자기들만의 고유한 법에 따라 생활하는 예술가, 장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마을이 실제 존재했었다니…… 어떻게 이 사실을 발견하셨나요?
『빛의 돌』에 나오는 마을은 현재는 데이르 엘 메디나라고 불리며 서 테베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인들은 그곳을 진리와 정의, 우주 조화의 여신인 마아트가 자신을 드러내는 장소라 하여 '세트 마아트', 즉 '진리의 장소'라고 불렀죠. 높은 석벽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에는 그리 많지 않은 장인들이 살았는데, 그들의 역할은 이집트 국가의 본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18, 19, 20대 왕조를 거치며 파라오의 영원의 거처, 즉 그 유명한 '왕들의 계곡'에 파라오의 무덤을 짓는 일이었던 거죠. 지금 이 왕들의 계곡은 유명한 관광지이자 고고학적 탐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이 지역을 처음 발굴한 프랑스 건축가인 베르나르 브뤼예르는 이 마을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었죠. 이 특출난 예술가 집단은 가족과 함께 생활했으며 자체적인 법정과 학교, 자기들만의 무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장인들이 직접 신관이 되어 의식을 주도하기도 했죠. 이들은 파라오의 직접적인 명령만을 받들었으며, 파라오는 이들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온갖 생활 수단의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운 좋게도 이 작은 공동체의 일상을 파악할 수 있는 문헌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덕분에, 그네들의 작업이나 풍습, 기쁜 일이나 슬픈 일, 다시 말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에게 강렬한 감동을 선사하는 위대한 걸작을 만드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알 수 있었던 겁니다.
『빛의 돌』 전 4권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옵니다만, 그 중에서도 네페르와 클레르, 그리고 파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이 인물을 모두 상상으로 창조한 것인지요.
작중 주요인물은 내가 창조한 게 아니라 실존 인물입니다. 아까 말한 문헌을 통해서 '작업감독'이라든가 '우현조장', '좌현조장' 등의 명칭을 알 수 있었죠. 시간적 배경으로는 람세스 2세 치하 말기라는 혼란기를 택했습니다. 동업조합의 수장이 승계되는 내용 역시 역사적으로 엄연히 실존했던 그대로입니다. 예컨데, '침묵하는 자'로 불린 네페르-호텝과 그의 아내 클레르(이집트어로는 '우베켓'입니다만), 그리고 '열혈남아'로 불리던 파넵은 실제로 당시 진리의 장소의 중심인물이었죠. 이외에도 소설을 쓰면서 잘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에 부닥칠 때마다, 내 안의 이집트 학자가 귓속말로 힌트를 주고 가설을 세워주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사건의 급진전이나 반전 등 소설적 장치가 많이 있는 반면, 당시 이집트에 관해 독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풍부합니다. 특별히 글 쓰는 방법이랄까, 그런 게 있습니까?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난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우선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서너 가지 넣어두죠. 그리고 박물관이나 과학서적 등을 통해 해당 분야를 계속 조사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아이디어 중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을 덮어 씌우면서 명확히 떠오르지요. 주로 이런 사고의 진전은 이집트의 어느 장소에서 이루어지는데요, 예를 들어 람세스 2세의 일대기를 쓰고 싶다는 욕구는 그의 영원의 거처인 라메세움에서 생겨났고, 『빛의 돌』에 관한 아이디어는 데이르 엘 메디나에서 얻었지요. 그 다음에는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고 등장인물들을 만나서 아내와 함께 의논하고, 세부 사항을 깊이 조사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는 말 그대로 작품의 '탄생'이랄 수 있는 단계, 즉 펜을 들어 글을 쓰는 단계가 오죠. 이 과정은 이야기에 형태를 부여하는 길고도 느린 작업으로, 수많은 인물에게 생명을 부여해야 하기에 그만큼 큰 고독이 따르는 건 필수적이죠. 많은 작가들이 이러한 고독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 책 『빛의 돌』은 어떤 결과에 이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여러 해 동안 자료를 모으고 흔적을 밟으며 만들어낸 고심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일단 윤곽이 잡히면 작업을 위해 다양한 요소가 구성되는데, 특히 글을 쓰고 형태를 부여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열정이 필수적이죠. 강렬한 삶의 이야기를 끝내는 것, 그리고 음악이 듣는 이의 귀에 살아 있듯이, 책도 앞으로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 있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죠.
파넵이라는 거한은 위대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어떠한 투쟁도 두려워하지 않던데요…….
최근까지만 해도 파넵은 이집트 학자들 사이에서 거칠고 무례하기 짝이 없어서 상종 못할 인물로 알려져 있었죠. 하지만 존 로머라는 학자가 이러한 견해에 의문을 품고 파넵에 관한 문헌을 샅샅이 재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파넵이란 인물은 일곱 개에 달하는 파라오 무덤 공사를 맡았던 인물로, 놀라운 재능을 가진 예술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죠. 결국, 그의 재능과 카리스마를 시기한 어느 서기관이 그에 관련된 문서를 모두 날조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이 성립된 것입니다. 내 소설은 따라서 실존인물 파넵이 죽은 지 3천여 년 만에 진정한 명예회복을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전 작품 『람세스』는 프랑스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전세계에서 1천만 부 이상 팔렸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우선, 놀랍습니다. 그리고 나의 무모한 계획을 믿고 끝까지 지켜봐준 편집자와, 내게 수많은 격려의 편지를 보낸 전세계 독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글에 내 열정을 바칠 수도 없었을 것이며, 이집트가 내게 전해준 삶과 죽음의 진리를 오늘날 우리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 크리스티앙 자크와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