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발전의 원동력은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것과 종단의 화합에 있음을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던 출가자였으며, 한국불교 발전이라는 대전제 아래 종단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뇌하지 않은 적이 없던 수행자였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이루었던 정화불사가 끝나자 승려의 현대적 교육과 역경譯經의 현대화, 포교의 선진화라는 대불사 앞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은 수행자였다.
- 16쪽, 서문
경산 스님이 수행자들 사이에서도 어려운 경전으로 통하는 『능엄경』이나 『구사론』을 추천한 것을 보면, 불교에서도 철학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전들을 깊이 있게 공부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스님이 선사이자 율사로 존경받았던 데에는 드러나지 않은 교학에 대한 깊은 인식과 지식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결과 제자들에게도 ‘먼저 교학부터 배우고 선禪으로 들어가라’고 가르쳤던 것이다.
- 36쪽, 1장_출가와 수행
경산 스님은 불교정화의 핵심을 교단 모두가 계율을 수호하고 화합하는 데서 찾았던 수행자였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부대중의 화합이었다. 특히 대처승을 배제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던 정화운동에서 비구·대처와의 갈등을 화합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쉼 없이 하였다. 정화의 이념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방법에는 반대를 하는 대처 측에게 ‘숭고한 정화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소아적 주장을 떠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일심과 화합의 자세를 가질 것’을 당부 하였다.
- 147~148쪽, 2장_한국불교의 정화불사 현장에서
“참선 못지않게 포교도 중요하다. 군에 가서 열심히 포교하도록 해라. 포교 역시 승려로서 해야 할 본분이다. 승려가 할 일은 도제 양성과 포교·수행으로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되나, 한 사람이 세 가지 역할을 다 할 수는 없다. 자기가 알았던 지식을 중생에게 널리 알려 주면서 포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학을 가르치는 강사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군법사는 군인들에게 포교하는 것이 수행이다. 대체로 선禪과 포교를 따로 떨어트려 생각하는데, 선과 포교는 하나다. 선을 열심히 하면 그것이 포교고, 포교에 매진하면 그것이 참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204쪽, 2장_한국불교의 정화불사 현장에서
“법성이 원융하다는 말은 심성이 원융하다는 말이야. 대자대비한 마음을 일으킬 때 원융한 심성을 자유자재로 운영할 수 있지. 원융한 심성을 자유자재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집착된 마음이 있기 때문이야. 그러면 이 집착된 마음이 어디에서 일어나는 걸까? 원래 심성이 무염無染해서 본자원성本自圓成이라고 했는데 말이지. 결론을 내리자면, 모든 망상을 없애면 여여한 심성이 드러나게 돼.
참선을 하는 것은 집착과 허망한 생각을 버리기 위해서지. 출가수행자가 되었으면 교敎를 공부해야 하지만, 거기에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해선 안 돼.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고 선禪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율律은 부처님의 행이니, 이 셋이 하나이지만, 부처님의 마음을 깨닫는 선 수행을 전제로 해야 세 개가 하나로 묶이고 견고해지지.”
- 232~233쪽, 3장_무문관 수행
“평소 계율을 지키며 생활하는 그 자체가 그대로 도(진리)인 것이야. 나는 정화한다고 종단에 오래 있었지만, 계율 지키는 것을 가장 염두에 두었지. 또 계율을 지키는 것이 곧 성불成佛이고 중생을 구제함이고 종단을 발전시키는 것임을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어. 총무원장이기 이전에 난 수행자이고, 수행자의 목적은 오로지 선禪과 교敎와 율律을 익혀 성불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지.”
- 258쪽, 3장_무문관 수행
“앞으로 무엇을 공부하든 부처님께서 가르친 일대시교一代時敎는 선禪과 교敎와 율律 세 부분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세 발이 달린 솥과 같아, 솥이 어느 다리 하나라도 부러지면 제대로 서지 못해 제구실을 못 하듯, 출가자에게도 이 선과 교와 율 어느 한 부문이라도 결여되면 수행자로서의 제구실을 못 하는 거야.”
- 259쪽, 3장_무문관 수행
화두를 받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평상심이 도이니 일상에서 공부하세요. 앉아서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닙니다. 각자가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해 몰입하는 것이 화두를 드는 것이고 참선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평소 스님이 가장 즐겨 쓰고 말했던, ‘심즉시불心卽是佛’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는 여러 사람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 301쪽, 4장_종단의 화합과 포교불사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