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화를 통해 우리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예언자의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보통의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한 남자를 두고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여성들의 사랑 경쟁이 그렇고, 달콤한 꿀물로 비유되는 세속적 욕구에 마음이 기우는 남성의 모습이 그러하며, 권력 있는 자에게 복종하는 인간 심리 또한 그러하다. 이처럼 성(聖)스러움과는 다소 동떨어진 일화가 하디스에 전해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 만일 이슬람이 성스러움만 추구하는 종교였다면 이런 이야기는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후대에 삭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 p.32
작품을 통해 볼 때 아부 누와스는 음주로 인한 죄악을 금하는 이슬람에 대해 반란을 시도하는 일도 서슴지 않으며, 나아가 부활, 최후의 심판, 천국, 지옥을 믿지 않는다. 그가 진디끄(zind?q, 자유사상가)였다는 일반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의 여러 시편에서 발견되는 시행들은 그가 종교 교리를 외면하고 조소하며 신의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그가 종교 규범에서 일탈해 있음을 보여 준다.
--- p.57
중세 시대 바그다드에서 마그립, 안달루스에 이르는 이슬람 세계에서 유대인들은 딤미의 신분으로 상인, 장인(匠人), 학자, 의사, 관료 등으로 일하며 전문직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필자가 조사한 모로코 민담 「딸의 미모를 시기한 엄마」에는 여주인공이 유대인 보따리 상인을 통해 어머니에게 선물과 소식을 전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러한 예는 오래전부터 마그립 지역에서 유대인의 상업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 p.111
앗잠은 최고 권력자의 측근인 카말을 통해 정계 진출을 꾀한다. 앗잠이 그렇게 하려는 데에는 그 어떤 정치적 소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만 권력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 결국 앗잠은 ‘어르신’에게 거금의 뇌물을 바치고 부정한 방법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일찍이 마약 거래로 부자의 대열에 오른 앗잠이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금권정치에 가담하는 것이다.
--- p.152
사진사가 구타당하고 욕설 듣는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물러나 있다가 조심스럽게 돌아와 벌어진 일에 대해 함구하고, 대통령은 그런 징벌에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소설은 그 어떤 언행으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측근 세력의 가혹한 응징이 뒤따른다는 점 그리고 본보기 징벌을 통해 국민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고 여론을 차단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 p.166
이집트에서는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가 주도한 쿠데타가 성공한 뒤 혁명정부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여성의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다. 20세기 중엽부터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일부 여성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아랍의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 여성의 자유와 평등 요구 등의 주제를 표출했다. 그러한 작가 중 나왈 알사으다위는 남성 권위에 도전하는 데 가장 강력하고 공격적인 페미니즘 의식을 지녔고, 그것을 자신의 여러 작품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 p.175
전반적으로 살와 바크르는 작품에서 주변화되고 짓눌린 사람들에 집중한다. 그는 자신 역시 주변화를 겪은 한 여성으로서 사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자들의 삶에 관한 탐구, 그들의 비참한 삶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든다. 그는 그러한 문제점을 다루는 데 있어 일반적으로 아랍 여성 작가들이 기피하는 세 가지 터부 사항인 종교, 성, 정치 문제를 건드리는 데 주저하지 말 것과 더 나아가 남성의 언어가 아닌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세계를 표현할 것을 주장한다.
--- p.205
이 자료가 증언하듯 서구 제국주의의 야욕은 끝이 없고, 그것에 편승한 당시 이집트 정부의 파병 결정 또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칼리다는 그러한 역사적 진실을 처음 접한 뒤 충격을 받고 분노한다. 이집트 정부는 서구 강대국의 앞잡이로 전락해 선량한 자국의 젊은이들을 전쟁의 불길로 내몰았다. … 그렇게 그들은 강대국의 총알받이가 되어 목숨을 내걸어야 했고,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야만 했다. 작가 살와 바크르의 분신인 칼리다는 인권을 도둑맞은 그 흑인 청년들에게 연민 가득한 시선을 보낸다.
---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