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는 그들을 훈련하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집 안에서 생활하는 훈련도, 불렀을 때 다가오게 하는 훈련도 시키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린 개들은 늙은 개들을 흉내 냈고, 그에 따라 집 안에서 생활하는 법을 완벽하게 익혔으며, 모든 개가 부르면 대체로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 자유롭게 개성을 내보이는 개는 엄격한 훈련을 받고 지나친 규율에 얽매인 개가 일생 보여줄 수 있는 것 이상의 사고와 감정을 단 하루 만에 다 보여준다.
--- p.32
흥미롭게도 개들은 나와 함께 있을 때,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가 모호할 때 무리를 지어 여행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도시를 가로질러 가곤 했는데, 그럴 때면 마리아를 줄에 묶어 내 옆에 세웠다. 그러면 다른 개들은 마리아나 내 뒤를 밟았고, 그렇게 우리는 한 무리처럼 질서 있고 응집력 있는 집단으로 움직였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나는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훈련하지도, 훈련을 목적으로 다른 뭔가를 하지도 않았다. 개들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하기보다는, 내가 그들이 원하는 것 그대로를 보려고 했다.
--- p.142
나는 수의사에게 조이를 묻어달라고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안개 낀 따뜻한 가을 저녁이었다. 그날 나는 회색 개 한 마리가 새로이 들어가게 될 사후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다른 개들 모두가, 어떤 아이는 울타리 안에서 어떤 아이는 울타리 밖에서 웅크리고 앉은 채 가만히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내 몸 냄새를 맡게 했다. … 그들은, 도대체 조이는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냄새를 통해 무엇을 알아냈든,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든 간에 그들은 조이가 아주 멀리 간 게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내가 자리를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는 밤새도록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 p.151~52
그해 초가을에 나는 늦은 오후 시간을 우리 속에서 개들과 함께 보내기 시작했다.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쉽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삶이 고요하고 즐거운 것으로 느껴질 때면 개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따뜻한 가을 오후 그 언덕에서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 p.162
나는 늘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의식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가령 개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며, 소리는 어떻게 들리고, 냄새는 어떻게 맡아지는지 알고 싶었다. 개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개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느끼는지 알고 싶었고, 또 개가 나를 보며 뭔가 자신과 다른 존재가 아닌 같은 존재로 보기를 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굴 옆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그것을 거의 이룬 것처럼 느꼈다. … 집에서 2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그곳에서, 나와 개들은 우리 집과 인간이라는 종과 나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세계에 들어가 있었다.
--- p.163
얼마 후 마리아도 암에 걸렸다. 파티마는 마리아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심한 고통을 겪었다. 마리아가 아플 때 파티마는 그 곁을 지켰고, 내가 마지막으로 마리아를 수의사에게 데려가려 하자 마리아를 구하려는 듯 차에 올라탔다. 내쫓으려 했지만 뒷좌석으로 타 넘어갔다. 마침내 밖으로 내쫓은 후 속도를 내자 파티마는 차를 뒤쫓아 달려왔다. 나는 백미러로 가을의 낙엽처럼 길 위를 구르는 파티마의 모습을 보았다.
--- p.170
관절염으로 고통을 받던 스웨시는 어느 겨울 치사약물 주사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는 너무도 심한 고통을 겪고 있어 제대로 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 집으로 간 나는 다른 개들에게 스웨시의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갑자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사향 냄새와 비슷한, 코를 찌르는 듯한 개 냄새, 특히 젖은 개의 냄새였다. …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차가운 방 안, 숨 막힐 듯 압도되는 냄새의 구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는 동안, 내 머릿속에 죽음과 냄새는 연결되어 있다는, 소멸이 아닌 기억으로 함께하는 것이라는, 최소한 개의 경우에는 그러리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 p.180
나는 파티마가 자신의 삶이 끝났다는 것을 느꼈다고 믿는다. 어느 날 파티마는 숲속으로 들어가 사라져버렸다. … 파티마는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고 맞이하러 간 것이 틀림없었다. 몇 년에 걸쳐 계속 찾았지만 파티마가 남긴 아주 사소한 흔적도, 심지어는 목걸이나 뼛조각조차도 발견할 수 없었다.
--- p.181
한 인터뷰어가 개들도 죽어서 천국에 갈 거라 생각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의 답변은 더할 나위 없이 명확했다. 물론 그들도 천국에 간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낫다. 우리가 천국에 간다면, 그들도 간다. 만약 그들이 가지 못하는 곳이라면, 그곳은 천국이 아닐 것이다. 성 베드로가 개로 구성된 위원회를 두고 인간 후보자를 평가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입양된 동물들에게 충실했는가? …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천국의 문 입장을 지원할 때 개 위원회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생각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 p.183
우리와 관계를 형성하는 동물들이 우리 자신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과연 무엇이 이러한 결속을 이룰 능력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 자체일 것이다. 인간을 포함해서 어떤 종이든 행동 규칙은 대부분 각 종에 국한되어 적용된다. … 개가 인간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인간 또한 그들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사람과 개는 서로 자극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로이 전적으로 우리 자신으로 있을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교제를 이어간다.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