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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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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웃어주지 않기로 했다

: 친절함과 상냥함이 여성의 디폴트가 아닌 세상을 위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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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28g | 120*188*13mm
ISBN13 9791190776547
ISBN10 119077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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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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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는 그들의 눈에 예뻐 보여야 할 의무가 없고, 미움받지 않기 위해 과한 감정 노동을 할 필요도 없으며, 모두에게 상냥할 필요도 없었다. 어떤 때는 차라리 어렵고 불편한 사람이 되는 편이 낫겠다는 계산도 했다. 나와 큰 접점도 없는 사람들에게 받은 ‘착하고 괜찮은 여성’이라는 인정과 타이틀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하나조차 바꿔 먹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차라리 웃어주지 않는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무례한 농담에는 불편한 침묵을 선사하기로 했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된 거 이유를 하나 만들어주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요구가 지나친 이 세상에 맞춰줄 생각은 없다.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하거나 조금 별나다고 또는 무뚝뚝한 여성이라고 라벨링하거나 말거나,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
--- p.10~11 「프롤로그_웃어주지 않는 여자는 더 멀리 간다」 중에서

침묵도 언어다. 당신이 침묵하는 순간 상대는 그 불한 적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핵심은 ‘상대방의 공격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쩔쩔 맨다’는 뉘앙스를 주기보다 ‘불편한 침묵을 만듦으로써 상대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전하고 차갑고 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히 할 수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의 눈을 3초간 빤히 바라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농담인데 왜 안 웃느냐”는 식의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농담이면 재미있어야죠. 좀 재미있게 해보세요”라고 말하자. 받아들이는 상대가 기분이 나쁘다면 그것은 이미 농담이 아니다. 무례함을 웃어넘겨주다 보면 무례함은 계속될 것이며, 결국 나만 다칠 뿐이다.
--- p.47 「PART 1_만만하게 웃어주지 않겠다: 무례는 불편한 침묵으로 반격하기」 중에서

단 하나뿐인 내 몸 아닌가. 정신이 깃든 신전과도 같은 소중한 내 몸 아닌가. 20만 원짜리 나이키 신발도 닳을까 봐 애지중지해서 신으면서 적어도 80년은 함께할 내 몸을 이렇게 소진해도 되는 걸까? 사회는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면서 운동했다간 ‘건강한 돼지’가 되고 말 거라고 조롱했다. 그렇다면 여성은 건강한 돼지가 될 바에 건강하지 않은 사슴이 되는 편이 맞다는 건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고 하면서 왜 여성은 건강보다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 p.84~85 「PART 2_개소리는 음소거하기: 운동은 떡볶이를 맛있게 먹기 위한 양념」 중에서

가부장제가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이곳에서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또는 자신이 진정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깨닫게 되는 일은 너무나도 힘들다. 조선 시대 열녀들이 자발적으로 남편을 따라 목숨을 바쳐가며 그것이 자기가 원하는 바라는 확신에 차 있었던 것처럼, 결혼해서 엄마가 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우리 윗세대 여성들의 인생처럼, 우리는 이 끔찍한 최면에서 조금이나마 빨리 깨어나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회가 정의한 표준에서 벗어난 삶들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야망으로 득실거리는 여성의 삶.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는 어느 40대 여성의 일상. 욕망으로 가득한 노년의 사랑. 인생에 오직 한 가지 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걸, 생각보다 다양한 옵션이 있다는 것을 우리 여성 모두가 깨달을 수 있도록 떠들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 돼도 괜찮은 곳. 주류가 아닌 삶을 부정당하지 않는 곳. 무엇보다 자라나는 딸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곳. 그런 세상이 얼른 오기를 바란다.
--- p.117~118 「PART 3_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아무나 돼도 괜찮은」 중에서

나는 변덕스럽고 까다로우며 한 명의 인간을 책임질 만한 그릇의 인간이 아니다. 바질 화분은 물을 너무 많이 준 탓에 썩어버렸고,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무심한 성격 탓에 아무래도 깔고 앉아버릴 것 같아서 키우지 못한다. 이런 내게 더 가치 있는 것은 안정감이 아니라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다. 오랜 고민 끝에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기로 한 내 선택이 전체주의 사상에 따르지 않는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된다면,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 되겠다.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은 온전한 개인의 선택이며 나는 세상에 아기를 빚진 적도 없다.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종용하는 세상에서 내 꿈은 철없는 이모가 되는 것이다. 아마 주변에 이런 이모가 한 명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쩐지 나이보다 젊게 사는 이모, 용돈 같은 건 까짓거 쿨하게 주는 이모, 얼마간 안 보이는가 싶었는데 남태평양에 있는 어느 섬에 다녀왔다며 까맣게 그을려서 나타나고 친척 어른들에게 샤르도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의심을 사는 이모, 누군가는 혀를 끌끌 차지만 고등학생 조카들에게는 인기 만점인 그런 이모 말이다. 엄마가 되는 것이 디폴트인 세상에서 우리에게는 좀 더 많은 쿨한 이모들이 필요하다. 여성들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 p.176~177 「PART 4_숙녀가 되지 않기로: 그냥 철없는 이모가 되는 게 꿈」 중에서

어렸을 때만 해도 단단한 자존감을 세우지 못한 나를 책망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고민과 걱정으로 수많은 밤을 지새운 내가 있기에 어제보다 아주 조금 단단해진 내가 될 수 있었다는 걸. 자존감은 사실 별거 아니고 스스로와 관계를 맺으며 ‘이 인간 말이야, 완전무결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라고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예전 같았으면 비수를 꽂는 말을 들으면 잘 때까지 그 말을 곱씹었을 텐데, 지금은 코웃음 치며 지나치는 여유가 생겼다. 나라는 사람이 아주 대단하고 청렴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자란 것도 아니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젊은 나이에 벌써 자존감이 탄탄한 친구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확신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자존감이 낮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강해 보이려고 할 필요도 없다. 자기 페이스대로 살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와 좀 더 편안한 관계를 맺게 되는 날이 온다. 반드시.
--- p.196 「PART 4_숙녀가 되지 않기로: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있다면」 중에서

당신이 좀 더 재수없어지길, 이겨먹길,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길 바란다.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담근 채 그저 가만히 서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물살을 가르며 삶을 살아내자.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당신 스스로가 정의 내린 모습으로 존재하자.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감정들을 입 밖에 꺼내는 것부터 시작하자.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은 그렇게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니까.
--- p.211~212 「에필로그_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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