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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안 돼!
아빠처럼 살기 싫어 닥나무 날개 찍찍이 골짜기 용케도 살아났네? 뻥쟁이 엉금이 순 사기꾼이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대! 기막힌 무기 전원 공격! 또치, 하늘을 날다 |
글김해등
그림최현묵
걱정은 잠깐, 아주 잠깐만 했다. 집을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개암나무 밑에 있는 집에서 벌벌 떨고만 있을 거다. 사냥꾼 큰발톱이 언제 나타날까 두려워 풀 썰매도 닥나무 날개도 타 보지 못했을 거다.
바람이 닥나무 날개를 타고 어깨로 전해져 왔다. 마치 겨드랑이에서 돋아난 진짜 날개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마시는 공기는 구름에서 막 뽑아냈다고 여겼다. 답답한 마음을 뻥뻥 뚫어 주었다. 또치는 고개를 돌려 개암나무 골짜기를 바라보았다. 하늘만큼 큰 숲인 것 같았는데 손으로 움켜잡을 만큼 작아 보였다. 잣나무 숲도 보였고, 돛대바위도 보였고, 졸참나무 숲도 보였다.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지 않았다면 절대 못 볼 세상이었다. 또치는 진짜 새처럼 날갯짓을 힘차게 했다. ---pp.121-122 |
팔랑팔랑 하늘을 날고 싶은
고슴도치 또치의 마음대로 모험 별숲에서 펴낸 초등 저학년 동화 시리즈 ‘달마중’ 두 번째 책 『마음대로 고슴도치』는 부모의 과잉보호 탓에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답답한 마음을 담아낸 동화책입니다. 뭐든지 못 하게 하고, 대신 해 주려는 엄마 아빠에게 잔뜩 화가 난 고슴도치 또치는 몰래 집을 나와 엉뚱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겪게 됩니다. 부모의 지나친 보호와 간섭이 오히려 또치를 위험한 모험 속으로 빠지게 하지만, 또치가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 나갑니다. 이 책은 부모의 과잉보호로 답답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마음을 뻥 뚫어 줄 시원함을 주고, 부모에게는 어린이를 위하는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덧붙여서, 묵직한 주제를 모험과 연결시켜서 엉뚱하고 흥미진진한 사건이 줄곧 이어져 읽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하고, 깜찍하고 예쁜 그림이 작품 속 사건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어서 어린이에게 선물해 주기에 더없이 좋은 동화책입니다. 고슴도치 또치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습니다. 산토끼 냠냠이와 함께 억새풀 언덕에서 풀 썰매도 타고 싶고, 삼촌이 만들어 준 닥나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 보고도 싶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풀 썰매를 타다가 다리가 부러질지도 모르고, 큰발톱 사냥꾼에게 잡혀갈지도 모른다며 무조건 안 된다고 합니다. 또치가 속상하고 답답해서 식욕을 잃고 힘없이 지내면, 돌팔이 짝귀 의사에게 데려가서 말도 안 되는 처방으로 염소 똥 알약을 받아와 먹입니다. 그뿐 아니라 엄마 아빠가 직접 내린 처방은 또치를 너무나 괴롭게 만듭니다. 처방 하나, 당분간 손 하나 까딱 안 하기! (모든 건 엄마가 다 해 줄 거야.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 처방 둘, 당분간 또치는 아빠의 보호가 필요해! (이제부터 아빠는 네 친구란다. 너와 하루 종일 놀아 줄 수 있다.) 그 때문에 또치는 밥 먹을 때 손 하나 까딱 못 하고 입만 벌려야 하고, 또치의 가시를 벼리는 일도 아빠가 대신 해 줍니다. 친구들 중에 아빠가 가시를 벼려 주는 애는 또치밖에 없지요. 심지어 학교에서 견학을 갈 때도 엄마 아빠는 또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아빠 엄마가 맘에 드는 곳으로 보내려 합니다. 또치는 견학 신청서에 아빠가 친 ‘Ο’ 표를 지우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Ο’를 그려 넣었습니다. 마음대로 고쳤다고 혼날까 봐 걱정되고, 날마다 잔소리하며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엄마 아빠가 원망스럽기만 한 또치는 삼촌이 만들어 준 닥나무 날개를 배낭에 넣어 집을 나갑니다. 또치의 부모 입장에서 보면 또치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마냥 보살펴 주고 싶고, 위험하다 싶은 일은 못하게 하는 게 또치를 위하는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모의 과잉보호는 또치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막아 버리고 맙니다. 조금 불편하고 위험해 보여도 또치가 직접 경험하면서 세상살이를 익혀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보살펴 주는 게 진정으로 또치를 위하는 것일 텐데요. 그 결과로 또치가 부모 몰래 집을 나가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무작정 집을 나온 또치는 엄마 아빠 말대로 큰발톱 사냥꾼이 자기를 잡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걸어가는 길이 무섭기만 합니다. 편지 한 통 남겨 놓지 않고 집을 나와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엄마 아빠 얼굴이 떠올랐지만, 도끼눈을 뜨고 뭐든지 못 하게 말리는 엄마 아빠가 여전히 밉기만 해서 계속 길을 걸어갑니다. 강으로 가파르게 이어진 언덕에 다다른 또치는 그곳에서 띠를 엮어 만든 썰매를 타고 들풀 언덕을 신나게 내려갑니다. 그토록 타고 싶던 풀 썰매를 드디어 타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두꺼비를 피하려다가 끈끈이 그물이 치렁치렁 늘어져 있는 찍찍이 골짜기로 떨어지게 되면서 또치는 상상도 못할 만큼 엉뚱하고 재미있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끈끈이 그물에 걸려 꼼짝없이 죽게 된 날다람쥐와 부딪혀 얼떨결에 날다람쥐의 목숨을 구해 준 또치는 하루아침에 ‘숲신’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뻥쟁이 두꺼비와 길동무가 되어 옥신각신 다투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모험을 겪지요. 그러다가 마침내 악명 높은 큰발톱 사냥꾼의 위협에 빠진 청설모 마을을 구하기 위해 진짜 숲신이 된 것처럼 깜짝 놀랄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동물 친구들과 힘을 모아 맞서 싸웁니다. 그러면서 부모의 지나친 보호로 답답하던 마음속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또치를 가장 어렵고 힘들게 만든 것은 모험을 하며 겪는 위기 상황이 아니라, 또치를 온실 속 화초로 가두어 키우려는 부모의 과잉보호일 것입니다. 부모가 또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은 지나친 보호가 아닌, 또치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 아닐까요?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에는 부모가 함께 힘을 모아 위험을 극복해 나가더라도 말이지요. 그럴 때에 또치는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앞날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