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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
점심시간에 생긴 일 긴 하루 싸움 시작 사과 문자 싸움 중계방송 놀이 화해 |
글안선모
그림강경수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선생님이 시우와 유민이를 칠판 앞으로 불러냅니다.
“이제부터 싸움하면 안 돼요. 그런 의미에서 악수하고 껴안아 주세요.” 선생님의 말씀에 유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합니다. “우리 싸우지 않았는데요?” “어쨌든 친구가 다쳤으니까요. 자, 얼른!” 시우와 유민이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악수도 하고 꽉 껴안았습니다. “서로 화해했으니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요.” 그러자 또 유민이가 말합니다. “선생님! 우리는 원래부터 사이가 좋았어요.” 그런 유민이를 보고 시우가 픽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선생님은 시우와 유민이를 번갈아 보더니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꾹꾹 누릅니다. --- p.58 “응, 나도 알아. 우리 엄마는 니네 엄마가 사과를 빨리 안 해서 화난 거래.” “왜 우리 엄마가 사과해야 하지? 잘못은 내가 한 거잖아.” “솔직히 말하면 네 잘못도 아니야. 내가 괜히 오버해서 그런 거지.” “전화 왔을 때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그렇게 많이 얘기했는데도 니네 엄마가 계속 화를 내서 나중에 우리 엄마도 화를 버럭 냈대.” 시우와 유민이는 엊저녁 엄마들이 전화로 싸운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우리 엄마는 니네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깟 치료비 물어 주면 되지, 뭐!’ 그렇게 말해서 화났대.” “우리 엄마는 엑스레이만 찍으면 되는데 CT 촬영까지 했다고 화가 났대.” 시우와 유민이는 번갈아 가며 말하다가 눈이 딱 마주치자 깔깔 웃었습니다. “우리 보고는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고 싸우지도 말라고 하면서 엄마들은 왜 싸우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우리 집에는 돈이 없어서 치료비 못 줄지도 몰라.” 유민이가 걱정스러운 듯 말합니다. “그러면 어쩌지? 엄마들이 계속 싸울 텐데……. 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랑 계속 못 놀게 할 텐데.” 시우의 말에 유민이가 얼굴을 살짝 찡그립니다. “우리는 괜찮은데 엄마들은 왜 그러지?” “맞아, 맞아. 우리는 정말 괜찮은데.” 시우와 유민이는 미끄럼틀 밑에서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 p.66 “박시우 캐스터, 이번 경기 어떻게 보시나요?” “예, 그러니까……. 저…….” 시우가 계속 더듬거리자 유민이가 시범을 보입니다. “아, 예! 좋습니다, 전망을 살펴보기 전에 두 선수가 그동안 싸웠던 대전을 살펴볼까요?” “예, 그러니까 두 선수는……. 큭!” ‘두 선수’라는 말을 하면서 시우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얼른 입을 막아 웃음을 참았습니다. “1차전은 어땠나요?” 유민이가 진지하게 묻습니다. “흠, 1차전은 전화 통화 전이라고 할 수 있죠. 두 선수는…….” “아, 두 선수의 이름부터 시청자에게 알려 주시죠. 제가 아는 한 선수의 이름은 김미옥 선수입니다.” “아, 나머지 선수 이름은 이소민 선수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1차전은 이소민 선수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뭐죠?” “그, 그건 잘,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느껴집니다.” 시우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자 유민이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벌어진 2차전, 그러니까 문자 전은 김미옥 선수의 승리입니다.” “그, 그건 왜죠?” “먼저 열 받는 사람이 지는 거죠.” 그 말에 시우는 배꼽을 쥐고 웃습니다. 그 모습에 유민이도 따라 웃습니다. “자, 이제 정리해 볼까요? 이 싸움은 어떻게 끝날까요? 3차전으로까지 진행될 것 같습니까?” 유민이의 말에 시우는 시무룩하게 대답합니다. “세계 대전도 제2차 세계 대전으로 끝난 것처럼 3차전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p.82 |
* 실제로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작가가 바라본
현실감 넘치는 교실 풍경!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으로 아이들을 맡고 있는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만큼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밀착되어 있습니다. 그런 작가가 한동안 내놓지 않았던 생활 동화를 연작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작품, 싸움 구경! 어느 날, 친구 둘이 놀다가 우연히 한 아이가 다치게 되었고, 선생님은 자신의 아이가 다쳐서 속상한 부모님과 어쩌다 말썽꾸러기가 되어 버린 아이의 부모님을 중재하는 전화를 걸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걱정이 많은 우리 시대 어른아이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요즘 아이들의 자화상이 담긴 작품 예전에는 으레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던 일도 각 가정마다 한두 명의 자녀를 둔 요즘 부모들에겐 커다란 사건이 됩니다. 학교 폭력 등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뉴스도 아이들을 믿고 내버려두지 못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원인이 되지요. 아이의 일을 자신의 일보다 더 속상해하다 못해 부모들끼리 싸우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 어른들이 싸우는 걸 지켜보며 몰래 만나 우정을 키우던 해맑은 시우와 유민이는 걱정 많은 엄마 아빠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엄마 아빠, 우리는 괜찮아요, 우리는 잘 크고 있다고요!” 시우와 유민이가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 속에서 약해 보이지만 견고한 아이들의 세계를, 어른들의 심각하다 못해 코믹해진 싸움을 통해 불안하고 걱정 많은 어른들의 세계를,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우리 시대 어른들과 아이들의 자화상이 담긴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