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것
그러나 어찌 되었든 내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모두 책에서 배워 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글자를 줄줄 읽을 수 없는 약점을 짊어지고서도 여하튼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싶은 것은 활자를 쫓아가면서 밖에 얻을 수 없었다. 어느새 책을 읽는 것이 내게는 일상이 되었고, 또한 그러한 인풋 체험을 통해 그야말로 반대로 아웃풋 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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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가치는 무엇일까?
내가 책을 통해 얻은 최대의 가치는 ‘나는 재미있었다.’라는 부분에 있다. 그러므로 만약 그런 똑같은 체험을 하고 싶다면 각자 자신을 감동시키는 책을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 내가 감동받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내용은 적지 않게 추상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라는 것은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추상’이고, ‘본질’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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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은 비슷한 존재다
자신의 행동은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자신이 뭔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타인의 행동은 눈앞에 있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얼굴을 보아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타인과 만나면 말을 하게 된다. 언어로 의사소통한다. 어떠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거나 배우기도 하고, 사건 등에 관해서 그것을 본 사람에게서 상황을 듣기도 한다.
자신의 시간과 공간 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도 타인과 만남으로써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는 무리를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 최대의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정보 수집 능력이 높아진다. 누군가 한 사람이 알게 되면 모두 그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을 글자로 바꾼 것이 바로 책이다. 결국 책이라는 것은 사람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책과 만나는 것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 사람과 지인이 될 수 있다. 선생님, 친구, 또는 연인 등, 책에 따라서 어떤 ‘사람’인지 차이가 있지만 거의 ‘개인’이다. 대부분 그 개인은 책의 저자이고, 또한 책의 주인공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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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만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연결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은 다수와 이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 만나면 그 사람의 지인과도 만날 수 있다. 친구가 되면, 그 친구의 친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는 책에서도 완전히 마찬가지다.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속에서 언급되는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그 책을 손에 넣을 기회가 찾아온다. 특별히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더욱더 그와 관련된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소설이라면, 같은 저자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고 싶어진다. 한 사람의 다른 면을 보는 것과 같다. 한 번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나 만날 수 있고, 과거나 미래도 알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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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택의 유일한 원칙
따라서 책을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 당연한 것을 좀처럼 실현하기가 어렵다. 특히 인터넷이 발전한 현대에도 ‘내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듯이 독자들은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책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하나뿐이다. 어쨌든 책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뿐이다.
일반 서점이든 인터넷 서점이든 다 좋다. 어쨌든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고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기 때문에 읽는다든가, 누가 권했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 책의 주제가 이것 하나뿐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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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란 무엇일까?
나는 책을 읽을 때 우선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의 의견이나 지식이 새로워지기를 바라면서 읽는다. 책으로부터 뭔가 영향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읽는다. 어떤 것이라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자세를 갖고 읽는다. 사람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선 설득당하고 싶다, 이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듣는다. 그런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책이라면 이 책은 틀림없이 걸작이라고 의식하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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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이 이해해야 완전한 문장이다
문장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우선 머릿속에 있어야 쓸 수 있다. 자신이 설명하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의외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것도 적지 않다. 심한 경우에는 현상을 잘못 보거나 애초부터 데이터를 잘못 이해하고 발상하기도 한다. 어쨌든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글로 쓴다는 제1단계를 완수해야 문장이 성립된다. 문장은 자신 안에서 나온 생산물이고,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는 물체와도 같다. 실제로는 프린터의 잉크로 기록된 기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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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말 덜어 내기
문장력을 키우려면 가능한 한 많이 써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음악도 듣고만 있다고 연주가 향상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다. 뭔가 결과물을 끄집어냄으로써 처음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이 드러나게 된다.
결과물이 어떻든 자신이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반응을 얻어 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읽어 주길 바라는 것은 안 된다. 읽어 주길 바라고 쓰면 남을 의식해서 쓰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 그것보다는 스스로 다시 읽고, 가능하면 몇 번이나 반복하여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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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축적한다는 의미
어쨌든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어서 머릿속에 넣지 않는 사람은 발상을 하지 않는다. 발상은 자신의 지식, 또는 그 지식에서 자신이 구축해 놓은 것이 있어야 처음으로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시험에 나오기 때문이라든지 지식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다는 이유 이상으로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은 사람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된다.
발상은 연상을 통해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직접 관련이 없어도 어쩐지 비슷한 것 중에서 이끌어낸다. 현재 받은 자극에 대해서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라는 상태가 되고, 거기서 연결 고리를 이끌어 낸다. 머릿속에서는 이런 현상이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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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효용
어려운 책을 읽으면,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문장으로서는 읽을 수 있고, 하나하나의 단어도 알고 있는데도 그 논리 전개를 따라갈 수가 없다.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서 문장을 다시 읽는 일도 있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책의 특징이다. 어린아이는 상대성 이론을 다룬 책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읽은 가치가 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알고 있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없다면 아무도 공부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해하고 싶고 다가가고 싶다고 느낀다면, 그것만큼 귀중한 동기는 없다.
---p.130
글자를 따라가며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대학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말하고 설명하는 것이 엄청나게 내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가르치면서 외운다. 듣고 있는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들어가지 않을지 몰라도, 말하는 선생에게는 효과적인 학습법이 된다. 평소에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나면 잊어버리지 않게 된 경험이 한두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아웃풋 하면 그 데이터가 더욱 확실하게 머릿속에 남아서, ‘새겨진다’라고 말할 정도가 되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한번 인풋 한 것을 아웃풋 함으로써 머릿속 창고의 다른 장소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출구 가까이 자리 잡고 있어서, 곧바로 꺼낼 수 있는 데이터로 남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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