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가 뜬금없이 말했다.
“독일인들은 유머 감각이 도대체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글쎄, 오늘 오후에 말이야, 전차에 올라탔단 말이지. … 거기 한 여섯 명쯤 서 있었거든. 그리고 물론 나는 그때까지는 아무런 경험이 없었지. 그런데 상황이 갑자기 벌어지고 말았고 내가 뒤쪽으로 휙 넘어졌어. 뒤쪽에 서 있던 건장한 신사 분한테 쿵 부딪혔지. 그런데 그 사람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고, 초록색 케이스에 넣은 트럼펫을 들고 서 있던 소년에게 부딪힌 거야. 아무도 웃지 않더군. 남자도 트럼펫 소년도, 그냥 서 있기만 하는데 뚱해 보이더라고. 미안하다고 할 참이었는데, 입 밖으로 말이 나오기도 전에, 전차가 속도를 줄이는거야. 그러니 이유야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찌어찌 해서 내가 또 앞쪽으로 홱 튀어나가지 않았겠어. 그리고 백발 노인에게 가서 쿵 했지. 마치 교수님처럼 나를 바라보더라. 웃지는 않았어. 안면 근육 하나도 안 움직이더라.”
--- 본문 중에서
자전거로 할 수 있는 운동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분해'하든가, 타든가. 분해 쪽을 택하는 사람이 손해가 더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날씨에서도 바람에서도 자유롭다. 길의 상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크루 해머와 헝겊 조각, 오일 캔, 깔고 앉을 것만 주면 그는 하루 종일 행복하다. 물론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완벽한 기쁨이란 없는 법이 아닌가. 그는 언제나 떠돌이 땜장이처럼 보인다. 그의 자전거는, 훔쳐낸 것이라 서둘러 변장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첫 번째 이정표를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드물기 때문에, 이건 어쩌면 그다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기 쉬운 게, 바로 자전거로 두 가지 종류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건 불가능하다. 두 가지 종류의 긴장감을 참아낼 수 있는 자전거는 없다. '분해자'가 될지 '타고 가는 사람'이 될지 마음의 결정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독일인은 정원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그들은 정원 북쪽에는 장미 일곱 송이를 심고 남쪽에도 일곱 송이를 심는다. 그리고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자라지 않으면, 너무나 걱정이 되어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꽃마다 지지대를 받쳐준다. 이것 때문에 꽃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지지대가 거기 있어서 제 몫을 다해준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가끔은 식탁보처럼 넓고, 일반적으로는 울타리를 두른 잔디밭의 지리학적 중심에는 중국 개 한 마리가 놓여 있다. 독일인들은 개를 무척 좋아하는데, 대체로 중국산을 선호한다. 뼈를 묻으려고 잔디밭에 구멍을 파지도 않고, 뒷다리로 화단을 헤쳐놓지도 않기 때문이다. 중국개야말로 딱 독일인들을 위한 이상적인 개다. 갖다 놓은 지점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가는 법이 없다. 애견가 클럽에서 최근 제시한 모든 규칙을 한 치 어긋남이 없이 완벽하게 맞출 수가 있다. 그게 아니면 중국 개들은 독일인들의 환상을 채워주거나, 아니면 뭔가 독특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다른 개들한테는 안 되는데, 중국 개들한테는 교배 제한이 없다. 중국에는 파란 개도 있고 핑크빛 개도 있다. 약간 독특하게는 머리가 두 개인 개도 있다. 좀 심한가? 미안하다, 잘못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