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되돌아볼 한 해가 될 것이다. 모든 나라의 교과서에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잠식하고 수많은 사망자를 낸 유례없는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 한 해 동안 기억에 남는 일도 없고, 추억도 없다며 2020년이 사라져버렸다고들 이야기한다. 일상을 사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고, 실리콘 밸리에서나 할 것 같았던 재택근무를 대다수의 회사에서 시행했다. 집은 일하는 사무실이자 공부하는 학교, 휴식도 하는 복합 공간으로 변하였다.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일상이 사라졌으며, 집 밖을 나서는 일마저 두려워 음식과 생필품을 배달시켰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과 격리되며 우리의 주거 공간과 업무 공간, 여가 활동과 소비가 일어나는 방식, 이동하는 방식,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걸쳐 전방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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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클라우드나 화상 시스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일례로 대표적인 화상 회의 플랫폼인 Zoom의 주가는 570%의 상승률을 보이며, 2020년 9월을 기점으로 시가 총액이 IBM을 넘어섰다. 재택근무와 원격 회의에 익숙해졌지만, 긴밀한 협업이 중요한 업무도 여전히 존재했다. 상황에 대한 판단과 임기응변이 중요한 자리에서는 화상 회의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이러한 회사들은 사무실 리모델링으로 안전을 확보하거나, 공유 오피스를 활용한 팀 단위 오피스를 마련해 집합 위험에 대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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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코로나19에 가려진 기후 변화이며, 바이러스의 유행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물적·인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으며, 환경은 이제 새로운 경제 단위가 되었다. 환경은 경제와 사회, 거버넌스와 같은 위계의 어젠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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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실내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자연으로 나가거나, 적어도 자연을 실내에서 누리길 원했고, 이는 실내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일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자연을 품은 실내 공간,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유연하고 자연 환기가 가능한 공간에 대한 니즈가 늘어났다. 인류는 코로나19를 통해 오염되지 않고, 감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과 공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반복될 바이러스를 경험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조망권’보다 ‘자연이 주는 안전권’이 부동산 가치의 새로운 프리미엄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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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도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될 것이다. 그 중심에 모빌리티가 있다.
도시의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활성화시키고, 모빌리티 환승 거점은 도시의 커뮤니티공간이자 도시의 허브가 될 것이다. 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는 그 확장성은 무한하다. 모빌리티 산업이 시야를 넓히면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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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요구되는 가치가 변화하고 있는 오늘의 공간에 대한 스터디는 앞으로 달라질 ‘공간의 내일’에 대한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떤 기준으로 자연과 기술과 인간이 상생하는 공간이 만들어질지, 주거 공간과 업무 공간, 여가를 위한 공간과 소비를 위한 공간,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공간이 추구하는 새로운 상생의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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