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애들 데뷔시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거면 나도 할 수 있어, 그걸 증명해 보일 수 있다면 난 더한 일이라도 해. 순간, 탐정 박부옥은 송명자의 눈빛에서 어떤 확신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참정의 직감 같은 것이었다.
--- p.36
'소리찾기 놀이예요 이건 워낙에 혼자하는 놀이예요 그냥 처음엔 아무렇게나 한 가지 소리를 정하고... 방금 개골하고 우는 거 들었죠? 그걸 계명으로 하면 도가 돼요...그리고 가만히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이런걸 들으면서 그 도랑 어울리는 다른 소리들을 찾아요'
--- pp. 62-63
새들이 노래를 한다...하지만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알 수 없다.사랑을 의미하는지 배고픔을 의미하는지는 오직 새들만이 서로 알아들을 수 있다.만약 인간이 새의 소리를 이하고자 한다면 수많은 새의 소리를 듣고 수집하고,분석해야만 할 것이다. 마치 소년이 수많은 음악을 듣고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처럼...그리고 마침내 그 음악을 통해 상대 뮤지션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처럼....
--- p.133
명자 엄마를 먼저 보내고 슬픈을 달래기 위해 혼자 여행중 우연히 기차에서 내린 곳 초강역.. 왼쪽 다리위로 기차가 지나고 건너편에 농가 몇 채 오른쪽으로는 도로가 있는 곳. 거기서 만난 8-9세쯤 돼보이는 소년.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가 가끔 혼자서 히죽히죽 웃곤 했다. 내가 다가가자 방해가 된 듯 했다. 뭐하니 꼬마야? 놀고 있어요. 뭔데? 아저씨도 같이 놀자. 소리 찾기 놀이예요. 이건 워낙에 호자서 하는 거예요. 그냥 처음엔 아무렇게나 한가지 소리를 정하고.. 이렇게요. 개골. 방금 개골하고 우는 거 들었죠? 어...... 그걸 계명으로 하면 도가 돼요. ...아저씬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가만히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 소리... 이런걸 들으면서 그 도랑 어울리는 다른 소리들을 찾아요. 소년은 아주 귀기울여 자연이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그 무수히 많은 음들 중에서 뭔가를 골라내고 있었다. 찾았다. 바람이 낸 라.. 참새가 낸 반음 낮은 미.. 또.. 벌레가 낸 반음 낮은 솔! 개구리가 낸 도랑 어울렸어요. 무슨 말일까.. 어울린다니.. 설마? 앗! 벌써 4시다.
--- p.6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