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천종식 교수는 내가 개미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미생물에 대해 얘기한다. 그런데 솔직히 좀 꿀린다. 그가 이 책에서 풀어놓는 미생물들의 숫자와 규모를 보면 실제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작은 것들은 개미가 아니라 미생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천종식 교수의 미생물 특강』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다 건전한 과학 상식으로 재무장하여 우리나라의 항생제 후진국 오명을 씻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을 분자생물학자라고 소개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는 오히려 진화생물학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는 분자생물학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진화 현상을 탐구하는 생물학자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와 함께 이 지구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는 미생물들과 우리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공진화Coevolution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관람하게 된다. (……)

저자는 강의하듯 친근하게 지식을 전달한다. 마치 사랑방에 두런두런 모여 앉아 얘기를 듣는 것처럼 구수하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질병에 관련된 미생물에서 김치, 와인, 요구르트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가까이 있는 미생물들의 비밀들이 하나둘씩 벗겨진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강의는 거의 끝이 나고 이 세상은 진정 작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만큼 더 현명한 큰 동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한 생물정보학을 미생물학 전반에 접목하여, 다양한 미생물들의 사는 이야기를 기초부터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생태계에서 분리, 동정한 한국산 미생물을 많이 소개하는 한편, 생생한 연구 내용과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을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또한 실생활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이익이나 손해를 주는 이율배반적인 존재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그동안 우리 조상들이 살아오면서 터득한 실용적인 지식을 많이 담고 있어, 초보자가 미생물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로서 매우 적당하다.
그동안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생물 수업을 수년간 진행하면서, 단편적인 내용을 일관성 없이 나열하는 일반 생물학 교재에 아쉬움을 느껴왔다. 그러던 차에 나온 저자의 역저는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더 높은 차원의 지식에 목말라 하지만, 두툼한 전공서적에는 왠지 부담을 가졌던 일반인뿐만 아니라, 생물학 공부를 시작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미생물학의 세계로 가는 긴 여로의 첫 번째 인도서로서 이 책은 훌륭한 가교의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