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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죽지 않은 밤
중고도서

아무도 죽지 않은 밤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한 응급실 의사의 투명한 시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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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70g | 140*215*30mm
ISBN13 9791197548314
ISBN10 119754831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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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새로 생겨난 묵념의 시간. 현대적 의식이다. 젊은 외과의사들은 나이 든 의사들이 수술실을 나가는 와중에도 이 의식을 치른다.
그래서 모두가 하던 일을 멈췄다. 간호사들, 외상 팀, 할 일이 없어 구석에 서 있는 엑스선 기사.
잠시 모두가 조명 아래 조용히 서서 소년의 몸을 보았다. 아무도 소년의 사연을 몰랐고, 아무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순간 경건함이 흘렀고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
1분은 천천히 지나갈 수 있다. 1분이면 충분하다.
---「시간」 중에서

그는 폐암과 폐렴이 있었고, 중성자수가 0이었다. 그의 아내는 그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이 지금까지 모든 걸 잘 헤쳐 나갔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그가 호흡이 가빠지더니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들은 임상실험에 등록하려던 참이었다.
“희망은 언제나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언제나. 선생님은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지 마세요.”
종양내과의들이 비록 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삽관을 했고 그들이 하는 것처럼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지금 죽게 두느냐 며칠 후에 죽게 하느냐의 문제였는데, 나는 며칠 후를 선택했다.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를 중환자실로 데려갈 때, 그의 아내는 남편을 구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고, 나는 그것을 기억한다.
--- 「하느님」 중에서

본문 중에서
오피오이드(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옮긴이 주) 과다 복용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투명한 액체 몇 방울을 투여한다. 그러면 죽어가는 것을 멈춘다. 이를 보며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식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자유 의지와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을 때, 그들은 알지 못한다.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 차가운 숨결은 없었다. 공포는 추상적이다.
“어떻게 된 거죠?” 그들은 묻는다. “여기가 어딘가요?”
그래서 설명을 해준다. 그들이 어디서 발견됐는지 말해 준다. 지금 이 대화와 무덤 사이에는 고작 몇 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모터사이클」 중에서

“마취과 불러요.” 내가 말했다. 이는 응급의학과의 실패를 인정하는 말이다. 이 말을 처음부터 했어야 함을 알지만, 나는 사건의 앞이 아닌 뒤에서 처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과정 속 어디에도 없다시피 했다.
간호사가 전화기로 달려갔다.
“내가 해보죠.” 내가 말했다. 내가 해야 했고, 내 일이자 내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화면을 보아서 알고 있고, 그 몸의 구조와 그 구토물이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고, 레지던트는 실력이 좋았으며 나만큼 이 수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더 강인하고 더 젊기에 메스로 더 세게 턱을 들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녹슬었다.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서로 포지션을 바꿔보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됐다.
---「왜소한 여자」 중에서

너무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바라보는 온도가 0에 가까우면, 모든 것이 들여다보이고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인다. 이 삶, 아니면 다음 삶. 이 남자, 아니면 다른 남자. 이 여자, 아니면 다른 여자. 이 아이, 아니면 다른 아이. 하지만 모든 것이 같지는 않고, 우리는 그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내과 팀은 호출에 또 답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있는 방으로 직접 간다. 그들은 밤새 녹초가 되고 패배한 모습으로 컴퓨터 위로 몸을 숙인 채 앉아 있다. 내과 팀 중 단 두 명만이 있다. 그들은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때로는 무력감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호출기가 그들의 뒷주머니에서 울리고, 그들은 버튼을 눌러 무시한다. 그들은 우리가 결국 그들을 찾으러 올 것을 안다.
“호출 좀 받으시죠.” 내가 말한다. 이런 상황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호출하는 것이 내 일이듯, 응답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다. 지치고 패배자가 된 기분인가? 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글쎄, 그건 아니지. 당신은 그냥 피곤한 거야. 일은 곧 끝날 거고.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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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짧은 에세이.”
- 《뉴욕타임스》
“잊히지 않는…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하일러의 연민 어린 시각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그가 이끄는 삶과, 그가 보고 때로는 구하는 환자들에 대한 기억할 만한 설명이 되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응급실에서 일어난 일들이 간결함과 명료함, 연민의 시선으로 담겨 있다. 『낯선 자들의 피』 이후 독자들이 오래 기다려온 이 책에서 저자는 응급실에서의 경험을 더 흥미로운,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로 전한다.”
- 《커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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