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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이 잠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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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이 잠들 때

: 심장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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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280g | 128*188*17mm
ISBN13 9791190390132
ISBN10 119039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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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가 손을 집어넣었을 때, 강물은 금세라도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 그리고 완벽하게 고요했다. 그래야만 했다. 강은 잠들어 있었으니까. 모든 게 예언자가 말했던 그대로다.
빌리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 미끄러지듯 강바닥으로 들어가 반질반질한 돌을 집어 올렸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올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는 발바닥에서부터 무언가 엄청난 것이 깨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가 강기슭에 도착하기도 전에 물이 그의 허리 위까지 차오른 것이다.
강이 되살아났다.
--- p.11, 「깨어나는 꿈들」 중에서

“숲은 제 아내입니다.”
빌리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친척들은 지치지도 않고 그에게 계속 결혼 이야기를 했다. 그는 어머니한테만 오직 한 번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목소리가 너무 단호해서 충격을 받았던 어머니는 다시는 결혼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어떤 면으로 그녀는 손주를 보고 싶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고모들은 어머니가 포기한 이후에도 한참 빌리에게 결혼을 종용했다. 남자가 마을에서 사람들과 섞여 살지 않고 숲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그들에게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너무나 낯선 무엇이었다. 마을은 그들이 아는 삶의 전부였고 빌리는 왜 자신이 혼자서 자기만의 삶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그것은 종종 자신에게도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 pp.17~18, 「숲」 중에서

빌리는 얼굴에 흘러내린 땀방울을 닦았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고 만약 빌리가 허공에 대고 시도한 대화들이 효과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안도한 그는 침대로 돌아가 짚단 위에 다시 누웠다.
거기 누워 있어도 그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며 뛰었다.
그는 어둠 속을 응시하면서 호랑이인간 혹은 데쿠미아비Tekhumiavi, 호랑이로 변신하는 민속예술전통 라고 불리는 그 야수가 던진 잔인한 낯섦과 경이로움에 빠져 있었다. 남자들의 영혼이 호랑이로 변신한 것이었다.
--- pp.38~39, 「호랑이인간에게 말하기」 중에서

그가 접근하자 개들이 짖었다. 여자들은 하던 일을 재빨리 멈추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빌리는 여자들의 얼굴을 보았는데 노골적인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긴 머리의 키가 큰 여인이 손을 엉덩이에 붙이고 이빨이 다 드러난 채로 입을 벌리고 서서 빌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막 공격하려는 개 같았다. 빌리는 잠깐 후퇴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갑자기 한 젊은 여성이 그 키 큰 여성을 밀고 앞으로 나와 그의 소매를 끌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 손님이 되셔야 해요. 왜냐하면 오늘 저녁 먹을 고기요리를 했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거든요.”
빌리는 그 제안을 재고해볼 시간이 없었다. 키 큰 여성이 고함을 치며 빌리의 가방을 잡아채려고 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이 그녀보다 더 빨랐다. 그녀는 그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빌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키 큰 여성을 보내버렸다.
최소한 젊은 여성은 나이든 여성보다 더 산뜻해 보였고 확실히 더 환영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빌리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그녀의 집으로 따라갔다.
--- p.151, 「키룹피미아의 마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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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랜드의 원주민 여성 작가, 키레의 소설에는 가슴을 울리는 삶의 원형적 지혜가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숲의 언어를 어떻게 배워서 숲과의 친밀성을 회복하는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심장석’ 은 어떻게 찾는지, 인간은 어떻게 자기 삶의 영웅이 되어 공동체에 회향할 수 있는지 나가랜드의 민담과 상징들을 풀어내며 우리를 경계 없는 세계로 인도한다. 근대사에서 식민지화를 거쳐 온갖 억압을 받으며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도라는 나라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나가랜드. 그들이 자신들의 한 많은 역사를 무사히 살아내고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숲, 영혼, 민담의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기후위기와 신자유주의 세계 제패로 우리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지금, 인도 북부 원주민의 자연에 대한 감성, 공동체에 대한 정의로운 사랑, 현실과 영혼의 세계를 넘나드는 언어는 ‘오래된 미래’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숲속의 정령들을 만났다. 우주의 지혜를 만나 참휴식을 얻고 자신만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모든 이가 이 책을 꼭 만나길 바란다.
- 현경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 여성 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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