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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장국영
중고도서

아무튼, 장국영

: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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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65쪽 | 156g | 110*178*10mm
ISBN13 9791188605194
ISBN10 118860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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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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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완성도나 상징성으로 보자면 〈영웅본색 1〉이 월등하게 더 훌륭할지도 모른다. 하 지만 〈영웅본색 2〉에서 총에 맞은 아걸이 죽어가며 방금 아이를 낳은 아내와 통화하는 장면은 너무나 애틋하고 슬펐다. 마지막 순간 지어준 아이의 이름, “송호… 연….” 나도 혼자 그 이름을 얼마나 따라 불렀는지.
--- p.22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경호원들이 나타나더니 눈이 부시게 하얀 슈트를 갖춰 입은 꺼거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사람 등 뒤에서 빛이 난다는 게 무엇인지 처음 알았다.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그 뽀얗고 환한 후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꺼거가 입은 흰 슈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말 그대로 콩깍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p.50

유난히 검은색이 많이 칠해진 신문의 헤드라인.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쓴 ‘장국영’ 세 글자가 엄청난 크기로 클로즈업됐다.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울지 않아도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장 국 영.
이 이름 하나로 그해 참 많은 사람이 울었다. TV, 라디오, 잡지, 신문, 어디에서나 꺼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생애가, 그의 영화가, 그의 음악이 그리고 그의 죽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 p.65-66

대학원 졸업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나의 인생 목표가 통번역대학원 진학까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통역사가 되려면 통번역대학원을 가야 하는 줄 알고 정한 목표였다. 여차저차 진학까지는 했으나 막상 졸업할 시기가 되자 과연 통역사로 살아가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무리 일방적인 약속이었다지만 나는 약속을 지켰는데, 정작 약속을 한 상대가 없었다. 통역을 해주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사라졌다.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인생의 방향을 잃은 듯했다.
--- p.75

춘하추동.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열일곱 번 지났다. 지금도 여전히 생각한다.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세월을 함께 살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세상의 이런저런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때가 좋았지, 세상 참 많이 바뀌었어라며 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 p.153

솔직히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무던해진 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매년 4월과 9월에는, 날 좋은 봄과 가을의 시작 즈음에는, 잠시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 친구이자 동지를 만나는 느낌으로 꺼거의 이름을 떠올린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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