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문이 닫히더라도 미술관 야외 공간에는 관람객이 찾아올 수 있다. 야외 공간은 지속 가능성과 자발성을 고려할 때에도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적 재난 상황 앞에서 국내외 문화기반시설들은 사회적 역할을 되새기며 앞다투어 온라인 플랫폼을 확장하고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접근성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서, 팬데믹 상황에 문화기반시설이 예술을 통한 치유와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 위기의 시기에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
--- p.31, 「황지영, 진정한 참여를 위하여: 예술놀이마당」 중에서
이제 이 장소는 완성된 예술을 전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예술 행위가 일어나고 기록되며 예술 행위를 경험하고 예술 행위에 참여하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 된다. 《예술놀이마당》은 과거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진화한 미술관의 새로운 마당이다. 이곳에서 예술은 관(館) 이라는 건축적 경계를 넘어, 장(場)의 영역으로 공간적·시간적으로 확장된다.
--- p.35, 「최재혁, 열린 미술관, 경계없는 미술관」 중에서
수년간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텃밭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명의 연결성을 체험하고 그 가치를 깨달아 삶에 변화를 일으키도록 하는 최고의 배움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텃밭에서는 최소한의 교육적 목적만을 제시하여도 아이들 스스로가 놀고 만지고 관찰하는 중에 자기를 경험하고 살아 있는 만물을 느끼며 성장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텃밭이 어떤 예술 체험 프로그램 못지않게 무한한 콘텐츠라고 생각해 왔다.
--- p.39, 「김도희, 예술가의 밭, 산고랑길」 중에서
위상 수학은 빅뱅 이후 계속 팽창하는 우주의 공간에서 늘어나고 휘어지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도형의 성질을 다루는 분야로서, 위상 수학의 도형 중에서 도넛 모양의 토러스와 뫼비우스의 띠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도넛 모양의 토러스 중심 기둥을 축으로 삼고 도형의 외곽을 서로 교차하는 나선으로 연결하여 구조를 만들었다.
--- p.43, 「김주현, 세 개의 기둥」 중에서
건강한 지성이 자라나려면 타인이나 세계와 연결되는 회로가 다양해야 한다. 표정, 시선, 몸짓 등을 다채롭게 구사하며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 속에서 마음이 비옥해진다. 시청각만이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을 통해서도 외부와 접속할 수 있을 때 존재가 풍요로워진다. 인지적 역량의 토대가 되는 정서적 지능이나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소통 능력도 상호 작용 속에서 배양된다.
--- p.55, 「김찬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보는 것」 중에서
이제는 포스트휴머니즘으로의 전환이 적극 요청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탈인간 중심주의적 사상으로의 전회(轉回)가 필요한 것이다. 예술 교육·활동 또한 기존에 하던 대로의 관행·관성에서 벗어나 내면의 야성을 끌어내는 활동으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어린이와 십 대 아이들을 어린 시민 또는 어린 미적 인간으로 길러 내야 한다.
--- p.60, 「고영직, 어린 시민의 ‘생생한 배움’을 위하여 전환의 시대, 삶을 잇는 예술교육」 중에서
오늘날 제도화된 미술관이 작품의 전시를 매개로 삶터와 배움터, 놀이터를 이어 붙이는 상상력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면, 아니 미술관 자체가 배움터와 놀이터가 이어 붙어 있어 삶터의 리듬을 통찰하는 장소라면, 미술관은 현대인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마당일 것이다.
--- p.70, 「강대중, 예술놀이마당, 들숨과 날숨이 있는 학습의 공간을 기대하며」 중에서
《예술놀이마당》이 펼쳐진 잔디밭은 추상적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그곳이 《예술놀이마당》의 기획과 만나면서 ‘친밀한 장소성’을 갖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공간이 장소로 돌변하는 순간이다.특히 ‘예술마루-솔내음길-하늘지붕’으로 이어지는 길을 거닌 것은 그동안 실내 전시 공간에만 머물렀던 체험의 인식이 확장되는 사건이기도 했다.
--- p.80, 「김종길, 생태적 삶을 향한 예술적 실천」 중에서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이 〈노래하는 사람〉이 더욱 강렬하게 환기시키는 것으로,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는 인간 형상과 그 행위가 수행하고 있는 예술적 노동이 관객으로 하여금 조각적 경험을 통해 이 시간과 장소가 매개하는 보다 근원적인 예술적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감각, 즉 형태 안에서 ‘몸의 활동화’을 자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 p.88, 「안소연, 우리는 어떻게 예술적 경험과 마주하는가」 중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허하라 생태 놀이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내 주변의 자연 환경이 모두 나처럼 ‘살아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자연에 많이 노출시키는 일은 아이들이 자연의 뭇 생명들을 예민하게 인지하도록 만드는 일이며, 그것들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주는 일이다.
--- p.95, 「전은정, 아이들에게 ‘자연’을 허하라」 중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다.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들은 감각 능력을 신장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어린이들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대상의 특징을 모든 감각을 통해 관찰하고 지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적 인지를 바탕으로 자기의 내면세계, 느낌,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직접적인 감각 체험을 통한 표현 활동이나 감상 활동은 미술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심상을 개성적으로 풍부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 p.107, 「류재만, 예술·자연·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한다」 중에서